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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食客열전 제2회 - 고조리서 이야기

2016-03-04

조상들의 ‘어머니 손맛’ 비법…웰빙食의 원형을 보다

20160304

식객열전 취재를 위해 이런저런 고조리서를 훑어본다.

국내에서 고조리서 족보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故) 이성우 박사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경북·영남대에서 한국 식품문화사의 기틀을 잡았고 훗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에 있으면서 한국식품과학연구소를 꾸려갔다. 81년에 그의 존재를 알려준 ‘한국식경대전’에 이어 84~85년 불후의 명저 3권, ‘한국식품문화사·한국식품사회사·한국요리문화사’를 출간한다. 당시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은 식재료 영양분석에 매달렸지, 한식의 원류 찾기는 교수가 할 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 고조리서의 보고…경상도 반가

식객이라면 경상도 북부 반가음식에 주목해야 한다. 전라도가 음식의 고장이라지만 사실 경상도 반가에선 질펀하게 차린 전라도 한상차림을 ‘술안주상(교자상)’ 범주로 낮춰 본다.

경북은 대한민국 최고 고조리서 4종을 모두 갖고 있다. 수운잡방·음식디미방·규합총서·시의전서다.

우리에겐 고조리서가 참 귀하다. 30여 종밖에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음식은 귀하게 여기면서도 요리서와 조리사는 천대했다. 조리서가 있더라도 상당수는 집필 연대·저자·서문과 해제가 전무했다. 또한 식재료의 길이와 양을 눈대중, 손대중, 즉 ‘양척법(量尺法)’에 의존하다 보니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종부들도 요리만 할 줄 알았지 그걸 후대에 남기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냥 종부를 통해 가전됐다.


1450년경 醫官 전순의의 ‘산가요록’
우리나라서 가장 오래된 음식 서적
김치 38種 등 230여 개 레시피 소개

200여년 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여성이 집필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
‘규곤시의방’에 28장 146가지 기록

반가음식 원형 담은 안동‘수운잡방’ 등
경북지역 옛 요리 관련 책 寶庫 주목


요리법은 개인 또는 각 가정의 몫으로 돌려 공식 도서목록에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고려 때 고조리서는 한 권도 없다.

중국은 우리와 달랐다.

시경(詩經)에서부터 생선, 회, 김치, 구이, 탕 등에 대해 터치를 했다. 6세기, 그러니까 우리의 삼국시대 때 북위의 가사협이 지은 방대한 ‘제민요술(齊民要術)’이 등장한다. 중국 산둥반도가 주무대인 이 책은 북송대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물론 조선조 요리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이성우 박사는 ‘제민요술에 김치의 한 종류가 백제로 건너와 수수보리지(須須保利漬)란 이름으로 일본에 전해졌고, 이것이 훗날 일본 다쿠앙으로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 다음으로 고조리서 정리에 헌신한 사람은 황혜성씨(2006년 87세로 작고). 그녀는 1973년 한희순 상궁에 이어 제2대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제38호) 기능 보유자가 된다. 76년 ‘한국요리백과사전’을 펴낸다. 그를 잇는 연구자는 안동에서 집필된 김유의 ‘수운잡방’을 발견하고 안동의 불천위제사음식 연구의 국내 권위자인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윤숙경 교수다. <사>한국궁중음식문화협회 김상보 이사장(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윤숙자 한국전통요리연구소 소장, 이연자 <사>한배달 우리차문화연구원장,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등도 한국전통요리서 발굴에 노력 중이다. 상주의 노명희씨는 <사>시의전서 전통음식연구회를 만들어 상주비빔밥의 원형을 재현·보급 중이다.

◆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 전문서는 뭘까.

그동안 김유가 지은 ‘수운잡방’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1400년대 중반 ‘의방유취’를 지은 당시 의관 겸 식품학자였던 전순의(全循義)가 쓴 ‘산가요록(山家要錄)’이다. 여기에는 술 빚는 방법 63가지를 포함해 모두 230여 종류의 음식 레시피가 소개돼 있다. 김치의 경우 나박김치, 생강김치, 송이김치, 동아김치, 동치미, 토란김치 등 38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윤숙경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등이 음식을 재현하기도 했다. 식품학자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대목은 바로 온상재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동은 경상도 음식은 물론 한국 반가음식의 한 원형을 보여주는 세 권의 귀한 고조리서를 배태한 고장이다. 바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그리고 의성김씨 청계공 종택이 갖고 있는 ‘온주법’이다. 특히 정부인 안동장씨(장계향)가 지은 음식디미방은 한중일 삼국에서 여성의 손에 의해 펴낸 최초의 요리서로 평가받는다.

음식디미방은 한글로 된 국내 최초의 요리서다. 소설가 이문열은 윗대 할매인 장계향을 주인공으로 해서 ‘선택’이란 장편소설을 출간한다. 장계향은 1598년(선조 31) 안동 서후면 금계리에서 태어났다. 참봉을 지내고 향리에서 후학을 기르는 성리학자 경당(敬堂) 장흥효(1564~1633)의 외동딸이었다.

부인의 남다른 헌신 때문인지 그 집안에서 세칭 7산림(山林), 7현자(賢者)가 태어나 세인의 부러움을 산다. 남편 이시명과 아들 상일·휘일·현일·숭일, 손자 재·만이 과거를 거치지 않고도 학문과 덕행으로 벼슬을 받는 ‘산림(山林)’이 된 것이다. 시댁은 물론 친정 제사까지 챙겼고, 이와 함께 숱한 손을 맞이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안목이 생겼고, 이를 가식(家食)으로 물러주기 위해 음식디미방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부인의 묘소는 현재 안동시 수동에 있다.

국내에 한 권밖에 없는 음식디미방 원본은 현재 경북대 고문서 보관실에 보관돼 있다. 원래 장씨부인의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李玄逸)의 후손이 보관하다가 도난을 우려해 1960년 경북대 도서관 고서실에 영구기증한 것이다.

이 책의 존재를 맨 처음 알린 사람은 경북대 김사엽 박사. 그는 1960년 ‘고병간 박사 기념논총’에서 ‘규곤시의방과 장씨부인의 아들인 존재 이휘일의 ‘전가팔곡(田家八曲)’이란 논문을 발표한다. 이어 김형수 박사, 1966년 손정자 교수, 1999년에는 안동대 윤숙경 교수가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조선중기 음식법에 대한 조리학적 고찰에 대한 논평’을 정부인 안동장씨 추모학술대회 발표 논문집에 발표한다. 황혜성씨의 딸 한복려, 한복선, 한복진은 ‘다시 보고 배우는 음식디미방’, 한복진은 다시 그해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조선시대 중기 음식법에 대한 조리학적 고찰’을 펴낸다. 2006년 경북대 국어국문과 백두현 교수는 당시 어원을 거의 정확하게 추적한 끝에 ‘음식디미방 주해’(글누림 刊)를 낸다.

장정한 표지 제목은 ‘음식디미방’이 아니고 ‘규곤시의방’. 표지를 넘기면 권두서명은 음식디미방. 규곤은 ‘여성들이 거처하는 공간인 안방과 안뜰’을 뜻하고 시의방(是議方)은 ‘올바르게 풀이한 방문’이란 뜻이다.

◆ 음식디미방 현대적 재현

재현에 가장 앞장선 사람은 황혜성씨. 그녀는 국내 요리전문가로선 맨 먼저 1965년 음식디미방을 만난다. 82년 해제본을 내고, 86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음식디미방 음식 72품을 발표한다. 2006년 태동된 영양군 음식디미방보존회는 빈자병, 앵두편, 조개탕, 어만두 등 모두 50여 가지 음식을 재현했다. 전통주 복원의 경우 영남대 서정순 교수가 초빙돼 음식디미방 회원 26명을 대상으로 감향주를 비롯해 이화주, 유화주 등 3종의 술을 음식디미방에 쓰인 조리법대로 복원했다. 영양군은 2006년부터 음식디미방에 수록된 146종의 음식조리법의 재현작업이 성과를 거둬 두들마을 전통한옥체험관에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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