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 경제정책 원리·사상은 노력하는자 돕는 ‘자주’‘신상필벌’
자발적 경쟁통해 선순환구조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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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사업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
좌승희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70)가 최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1999년 9월 발족한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모태로 2012년 2월 기념·도서관이 개관했고, 2013년 6월 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사단법인 시절 초대 회장은 신현확씨가, 이어 유양수씨와 김정렴씨가 2·3대 회장을 지냈으며, 재단법인 전환 후에는 초대 김기춘 이사장, 2대 손병두 이사장에 이어 좌 교수가 3대 이사장을 맡게 됐다. 좌 교수는 제주 출신으로 제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다년간 근무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RS) 경제연구관, 한국경제연구원장, 서울대·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냈다. 지난 7일 영남대 새마을대학원에서 좌 교수를 만났다. 좌 교수는 빡빡한 일정 탓에 점심을 거르고 인터뷰에 응했다.
▶좌 교수님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입니다만 대구·경북에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데 어쩌다 제가 맡게 됐습니다. 모자(감투)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적임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영예롭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자로서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동안 해온 박정희 대통령 연구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내년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데 할 일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다른 대통령기념관에 비해 시설도 낙후돼 있고 개선할 점도 많습니다. 거의 리노베이션 수준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념관과 도서관이 국민에게 친숙한 공간이 돼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편히 머물 수 있는 공원처럼 꾸미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의 사상과 업적도 바로 알려야 하고요. 박 대통령 경제정책은 기존의 국내외 이론으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해도 많고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습니다.”
▶일반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는 말씀은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일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비판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책을 단순히 기존 경제이론에 근거해 분석하면 제대로 된 연구나 평가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이 외국서 많은 공부를 하고 왔지만 박정희 시대를 외국경제이론에 단순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발전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런 바탕에서 후진국에 우리나라의 성공 노하우를 정확히 전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좌 이사장님도 경제학자인데 언제부터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된 겁니까.
“KDI에 근무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경제이론을 적용해 봤지만 제대로 안됐습니다. 기존 경제이론의 틀에 박 대통령의 정책을 집어넣으니 맞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고도경제성장이라는 팩트(fact)를 바탕에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론에 현실을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근거한 이론을 만들기로 한 것이죠.”
▶학문적 논란은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좌 이사장님이 연구한 박 대통령 경제정책의 기본원리나 사상은 무엇입니까.
“간단히 요약하면 자주정신과 신상필벌(信賞必罰)입니다. 옛말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을 도와주자는 것이 박 대통령 정책입니다. 당시 기업이든 개인이든 노력하는 사람과 집단에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 않습니까. 반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차별했지요. 신상필벌의 원칙을 적용했다고 봅니다. 자주정신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새마을운동 아닙니까.”
▶자주정신과 신상필벌이라는 두 요인만으로는 박정희시대 고도성장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제의 기본이나 본질에 경쟁이나 차등적 요소가 깔려있지 않습니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몫을 가져가고, 남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경제 작동원리입니다. 자주정신과 신상필벌이라는 원칙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경쟁을 유도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그 과실을 나눠주면서 다시 경쟁을 유도하고, 이런 경제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작동시킨 것이 고도성장의 비결이라고 봅니다.”
▶고도경제성장은 엄연한 팩트(fact)입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빈부격차 등이 박 대통령 시대의 친재벌정책과 수도권발전을 우선시한 소위 불균형 성장정책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1993년 월드뱅크 자료를 보면 한국이 1960년대에서 80년대 중반까지 30년가량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동반성장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 시대가 불평등하고 빈부격차가 심했다는 것은 진영논리입니다.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 내수를 촉진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중산층이 얼마나 두꺼웠습니까.
▶지금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투자비율이 1980년대 40%에서 지금은 3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 돈이 해외로 투자됐거나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에서 자꾸 규제를 하니까 대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수 없으니 결국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그 여파로 전반적인 성장률이 둔화된 것입니다.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중견기업은 차등지원을 해 대기업으로 키워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지난 50년간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온 서구사회를 보십시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그 실패한 과정을 답습하면 안됩니다. 가난이나 자기실패를 정부 탓하는 사회로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지원이 필요하고 삶에 의지를 보이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경제정책 골간을 이 시대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이사장님의 주장이 학계에 풍성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박 대통령 연구 성과가 곧 책으로 출판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다음달이면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제목은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입니다. 내용은 20~30년간 집약성장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겪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영국 산업혁명기를 비롯해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함께 묶어 일반이론화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장기침체 국면, 서구 선진국의 성장둔화 극복 해법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 일반이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책 제목에서 20세기 최고의 경제서적이라 할 케인스의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이 연상됐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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