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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영화 ‘대배우’ 장성필 役…첫 주연 오달수

2016-04-01

26년 내공 ‘대배우’…오달수라 ‘발연기’도 名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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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는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캐릭터에 완벽히 체화된 메소드 연기자와 달리 온몸에 힘을 뺀 채 여유롭고 느릿한 표정과 몸짓으로 인물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흥미롭고 독특한 접근법이다. 그건 26년간 연극무대에서부터 탄탄히 연기력을 쌓아온 그만의 연기 비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내공의 힘이 대단한다. 조연의 위치에서도 영화의 흐름과 방향성을 제시할 만큼 언제나 강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무수한 크레딧을 장식해 오면서도 그가 소모됐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이처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연기적 깊이와 이해력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정작 오달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기를 10년 정도 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어깨에 힘이 빠진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귀띔하듯 덧붙인다. “사실 내 장점이자 단점인데 나는 연기를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없다. 그렇게 모든 걸 비우면 연기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해진다”며 자신만의 연기론을 설파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내영화 13편 중 7편(‘괴물’의 목소리 연기 포함)에 출연한 독보적 흥행 메이커 배우. 그 화려한 수식어를 잠시 뒤로하고 오달수가 자신의 첫 주연작 ‘대배우’로 관객을 찾았다.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장성필(오달수)이 새로운 꿈을 좇아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연극배우 출신인 오달수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오달수 역시 “석민우 감독이 나를 놓고 쓴 것 같다”고 말했을 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대배우’는 그런 점에서 오달수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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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작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듯하다.

“안 그래도 얼마 전까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내가 나오는 분량이 거의 90% 가까이 되는데 관객이 얼마나 지겨울까도 걱정된다. 이제 기자시사회도 끝났으니까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가지려고 한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익분기점 100만명만 넘기면 대만족이다.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난 연기 욕심 없는 게 장점이자 단점
실제 내 삶 같은 시나리오 보고 놀라
분량 90%…머리 지끈거릴 만큼 부담

설경구·송강호·최민식 패러디 연기
황당·어이없어 하는 관객 반응 안도
차기作 검사 출신 변호사로 새모습”



▶연극배우 출신으로 실제 경험담이 영화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시나리오 보고 깜짝 놀랐다. 감독님이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까 싶더라. 나 역시 그때 생각이 나면서 장성필이 아닌 오달수가 툭툭 튀어나왔는데 후배한테 설교하는 장면에선 애드리브까지 마구 쏟아졌다. 지금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선배로서 해주고 싶던 말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후배의 입장이었을 때 선배들에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

“이런 말, 저런 말, 정말 많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 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선처리와 발성법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건 연극 ‘바보각시’를 할 때 연출가 이윤택 선생님이 해준 말이다. 나는 바보 역을 맡았는데 세상에 대한 걱정거리가 없으니까 항상 웃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날 선생님이 오더니 ‘달수야, 웃기 싫으면 억지로 웃지 마. 안 웃어도 된다’고 했다. 그날 내가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는데 억지로 웃는 게 보였던 거다. 그런 분이야 척 보면 삼천리 아닌가. 이후 마음은 안 가는데 억지로 짜내는 연기, 진정성이 결여된 연기는 지양한다.”

▶그렇다면 이제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뭔가.

“평소 후배들과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닌데 ‘마음을 담아서 하라’고는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선배라고 해서 연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한다. 설령 디테일하게 연기를 잡아준다고 해도 쉽게 고쳐지기는 어렵다. 경험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나는 그런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극 중 장성필은 발연기를 보여준다. 이를 표현하는 게 오히려 어렵진 않았나.

“어렵지 않았다.(웃음)”

▶극 중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설강식(윤제문)을 납치해놓고 세가지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지 시나리오 단계부터 되게 걱정했다. 세 배우들(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대표작을 패러디한 건데 나도 하면서 재밌었다. 특히 최민식 선배의 ‘올드보이’를 패러디한 첫 장면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마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내심 고민했던 마의 46신이었는데 다행히 재밌게 봐주셔서 안심했다.”

▶장성필 같은 후배가 있다면 설강식처럼 끌어줄 수 있을 것 같은가.

“솔직히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책임져 준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설령 책임진다고 했다가 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멘토가 될 만한 선배가 없었다는 얘기인가.

“그러고 보니 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내가 이기적이었음을 반성한다.(웃음) 대표적으로 박찬욱 감독님은 나 같은 연극배우 출신을 많이 아꼈다. 귀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키우려고 노력하셨다. 최민식 선배님은 ‘올드보이’ 때 나를 예쁘게 본 것 같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데 선배님께서 ‘너 회사 없지? 내가 있는 회사에서 한솥밥 먹어볼래?’라고 해서 한때 같은 회사 식구가 됐다. 그때 소속사라는 것도 처음으로 가져봤다. 그리고 동향이라 더 친해진 (송)강호형은 항상 조언을 해준다. 주로 경제적인 조언인데 돈을 벌면 무조건 반은 저축하고 나머지만 쓰라고 한다. 이래저래 나를 생각해주는 고마운 분이 많다.”

▶대배우의 정의를 내린다면.

“우선 믿음이 가는 배우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출연한 영화가 마냥 기다려지게 만드는 배우 말이다. 그리고 둘째는 연륜이다.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 철학이 묻어나는 배우인데 보기만 해도 그런 연륜과 삶이 느껴지는 배우를 대배우라고 생각한다. 요즘 20~30대 젊은 배우들이 연기는 잘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대배우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칭호다.”

▶당신도 경력으로나 연기력으로나 대배우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되는데.

“말만이라도 고맙다.(웃음) 솔직히 나는 그런 말을 듣기에는 한참 멀었고 ‘배우’라고 불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이윤택 선생님이 희곡집을 내시면서 사인과 함께 ‘배우 오달수에게’라고 적은 책을 나에게 보내준 적이 있다. 아무에게나 ‘배우’라는 말을 쓰지 않는 분인데 개인적으로 너무 감격스러웠다. 대배우 이상으로 값진 찬사였다.”

▶최근 누군가의 조력자로, 친구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역할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

“최근작에선 ‘국제시장’의 달구 역이다. 평지풍파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친구인데 이제껏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인상 깊었다.”

▶같은 맥락에서 오달수 하면 범상치 않고 강렬한 캐릭터로 인식되는 배우인데 최근 몇년 동안 소시민적이고 착한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그건 감독이나 제작자가 생각하는 배우 오달수에 대한 활용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말을 얼마전 조민호 감독으로부터 들었다. ‘달수야 다 좋은데 너 요즘에 너무 달달한 역할만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일부러 달달하지 않은 역할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지만 내가 봤을 때 변화의 필요성은 느낀다. 나를 혹사시키는 캐릭터라든지, 옛날에 자주 했던 악역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달달한 역할만 들어오는 걸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

▶‘올드보이’(2003)로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맞나?

“진짜로 인생이 뒤집어졌다. ‘올드보이’ 출연을 안 했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싶다. 아마도 장성필처럼 영화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겠지.”

▶이제껏 영화 오디션을 본 적이 없다고 들었다.

“한 번도 없었다. 알음알음으로 연락이 돼서 한 건데 운 좋게도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감독 같은 분과 한 거다. 박찬욱 감독님에게는 지금도 너무 감사한 게 회식 자리에서 다른 감독님들이 오면 일일이 다 인사 시켜줬다. 송강호, 최민식 형님도 그렇게 알게 됐다.”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극단이 만들어지고 이제 16년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3기다. 창단 멤버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 진출했거나 연출가와 극작가로 대학로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막상 우리 극단에 신경을 쓸 여력이 점점 없어지더라. 물론 나는 그 친구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금은 새롭게 구성된 단원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명색이 극단이지만 우리집이 연습실 겸 사무실이다. 이젠 제대로 된 연습실을 하나 구할 생각이다.”

▶출연작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남다른 촉이 있는 것 같다.

“흥행에 대한 촉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뭔가 나를 뒤흔드는 시나리오가 있다. 주체할 수 없이 울게 만든다든지, 웃긴다든지, 아름답다든지. 경험상 그런 작품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만큼 재밌어서 호기심이 생긴다. 그다음으로 감독님의 철학과 생각을 들어보고, 또 나를 견인해 줄 동료배우가 누구인지도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편이다.”

▶당신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일상이고 삶이다. 연기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연기를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본인의 외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잘생겼다고 생각한다.(웃음) 그건 농담이고.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개성있게 생겼지만 나는 내 얼굴에 만족한다.”

▶극중 로버트 드 니로보다 점이 하나 더 있다고 언급된다.

“그의 광팬이다. 그와 비교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차기작은 뭔가.

“촬영이 끝난 ‘국가대표2’와 ‘터널’이 있다. ‘국가대표2’에서는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감독으로 나온다. ‘터널’에서는 터널에 갇힌 이정수(하정우)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구조대장 역으로 나온다. 또 4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마스터’가 있는데 이번엔 검사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 역할로 나온다. 모두가 기대가 큰 작품들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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