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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숲, 그리고 쉼

2016-07-08
20160708
서해와 남해의 합작품 같은 장흥. 그 곳에서 가장 남도스러운 할매섬을 가진 용산면 상발리 남포마을. 그 앞에 서면 당산할매의 넋이 깃든 소등섬이 한폭의 수묵화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걸어서 그 섬에 갈 수 있다.

서해안권을 벗어나 남해안권으로 간다. 남해안권에 두 종류의 해상국립공원이 있다. 한산도~여수의 ‘한려해상공원’, 고흥과 목포권 섬으로 연결되는 ‘다도해해상공원’. 전자는 동남해권, 후자는 서남해권에 속한다.

남해라고 다 똑같이 파란 것은 아니다. 터치가 각기 다르다. 색깔도 두 종류. 맑은 파랑인 ‘청청(淸靑)’과 흐린 파랑인 ‘탁청(濁靑)’이다. 청청은 한려해상권, 탁청은 다도해권을 대표한다. 그 접점은 어딜까. 바로 ‘장흥(長興)’이다. 장흥 바다는 파랑 속에 갯벌 빛깔이 감돈다. 햇살이 좋은 날 보면 청자빛 분청사기 같다. 동해는 일출, 서해는 일몰이라는데 장흥으로 몰려 온 일출·일몰의 촉감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하다. 느릿·아득·은은한 구석이 있다. 마치 판소리 서편제의 구성짐이랄까. 그래서 다들 장흥을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고장’이란다.

장흥은 그동안 ‘관광 사각지대’였다. 강진의 다산초당~진도 운림산방~보성 차밭~순천만 갈대~여수 오동도 등으로만 몰렸다. 장흥만 쏙 빠졌다. 그런데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장흥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한강의 아버지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의 원작자인 한승원. 한승원은 20여년 전 고향 장흥으로 귀향했다.

장흥으로 가는 내내 장맛비가 내렸다. 생각은 오직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 남포마을 앞에 있는 소등(小燈)섬에 꽂혀 있었다. 1996년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임권택 감독의 ‘축제’의 메인 세트장이 그 바닷가에 설치되었다. 출연진과 스태프가 머물렀던 집은 이제 ‘축제민박’이 돼 있다.

김선홍 남포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는 정확한 시각을 물어봤다. 바닷가에 정확한 건 없단다. 이렇다가도 저럴 수 있고 저렇다가도 이럴 수 있는 것이란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물때표를 직접 확인해보란다. 일단 오후 4시30분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남포마을에 도착했다. 잠시 모습을 보여주었던 고흥 거금도, 금당도, 소록도 등은 다시 해무에 가려졌다. 어디를 둘러봐도 쪽빛은 없다. 바다가 회색 문종이 같다. 소등섬과 해변 사이를 이어주는 100m 남짓한 콘크리트 포장의 갯벌도로는 완만하게 시계방향으로 굽어있다.

오후 6시에 가까워지자 물이 차올랐다. 소등섬으로 이어지는 길 중간부터 지워지기 시작했다. 양말을 벗고 소등섬을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한 곡의 음악과 한 편의 시가 생각났다. 재즈 트럼페터 쳇 베이커의 명곡 ‘마이 퍼니 발렌타인(My funny valentine)’과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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