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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2016-07-08

■ 2부 여름 이야기-전남 장흥

20160708
장흥 먹거리의 원천인 득량만 대리 어촌마을 전경. 근처에 소설가 이청준과 한승원의 문학로드는 물론 전국 최대 규모의 해상낚시공원과 정남진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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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은 좀 헷갈리는 지명이다. 처음엔 충남 서천군에 있는 제련소 이름인 ‘장항’ 생각이 났다. 경기도에도 장흥군이 있다. 그래서인지 장흥군은 ‘정남진(正南津)의 고장’을 홍보 포인트로 정했다. 정남진은 ‘서울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만나게 되는 나루’란 의미. 해남은 땅끝마을, 마라도는 한반도의 최남단. 광화문의 가장 북쪽은 ‘중강진’, 동단은 ‘정동진’, 남쪽은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518-15. 현재 소등섬이 있는 남포마을에도 정남진 비석이 서 있다.

장흥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된장물회’다. 솔직히 ‘물회에 웬 된장’이란 딴죽도 걸었다.

장흥문화원 위종만 사무국장과 군청 바로 근처있는 ‘싱싱횟집’에서 된장물회를 먹었다. 핵심은 잘 삭힌 열무김치. 우럭, 광어, 농어, 돔, 잡어 등을 열무김치에 된장을 풀어 양파, 풋고추, 마늘, 매실과 막걸리를 숙성시킨 식초 등과 버무려 낸다. 원래 된장물회는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준비해 간 김치가 시어 버리자 잡아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아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언뜻 양양 동치미국수, 강릉 섭(홍합)국, 오이냉국, 제주도자리물회의 합작품 같았다.

국내 물회 4인방은 크게 포항물회, 강원도물회, 울릉도물회, 제주도자리물회로 분류된다. 된장물회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물회도 5인방으로 늘어났다.

회진면 회진리에 20여년 역사의 ‘우리횟집’이 있다. 된장물회 원조식당이란다. 작년 작고한 김실녀 할머니가 그 음식을 장흥 전역으로 퍼트렸다.

회진면에서 3분 정도 차로 달리면 진목리 삭금마을이 나타난다. 삭금마을이야말로 장흥 된장물회의 출발지란 여론이다. 여름엔 제철인 갯장어(하모)물회가 된장물회의 으뜸 재료로 사랑을 받는다.

진목리 ‘용궁횟집’은 연안 갯벌에 사는 쑤기미를 주재료로 해서 된장물회를 낸다. 장흥읍 토요시장 내 ‘명희네음식점’은 특이하게 오이, 파프리카, 한우 우둔살 등이 들어간 한우된장물회를 판다. 회진면의 웬만한 횟집은 다 된장물회를 취급한다.

3가지 특산물 동시에 맛보는 ‘장흥삼합’
한우+키조개+표고버섯 환상적 팀워크
정남진토요시장에 삼합특화거리 조성|

잘 삭혀진 열무김치로 맛낸‘된장물회’
전국 최초로 酸 사용하지 않은‘무산김’
갯·참장어 ‘하모 샤브샤브’도 엄지 척


◆장흥삼합의 탄생비사

장흥군민이 합심해 만든 팀워크 메뉴가 있다. 바로 ‘장흥삼합’이다.

목포의 ‘홍탁삼합’을 연상시키는데 장흥한우·수문포 키조개·표고버섯이 의기투합해 개발된 대박 메뉴다. 식재료 모두 장흥 특산물이다.

장흥읍에 37년 역사의 ‘취락식당’이 있다. 이 식당이 장흥삼합 발원지. 10여년 전 입맛 까다로운 장흥의 법조인들을 겨냥해 맨처음 별미인 ‘소고기키조개구이’를 선보였다. 주인이 직접 키조개를 유통했기에 가능한 메뉴였다. 취락의 키조개는 금세 입소문을 탄다. 그렇게 해서 전국 생산량의 12%를 차지한다는 표고버섯까지 가세하면서 비로소 장흥삼합이 완성된다. 장흥표고버섯은 2006년도 지리적표시제 등록으로 정남진장흥의 대표 특산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600여 농가에서 전국 건표고버섯시장의 48%를 생산하고 있다. 표고음료, 표고차 등도 개발했다. 현재 탐진강 예양교 옆 ‘정남진토요시장’에 장흥삼합거리가 조성돼 있다.

◆장흥곰탕

장흥에 오면 꼭 먹어봐야 될 곰탕이 있다. 나주곰탕에 필적할 만한 ‘장흥곰탕’이다. 2010년 방영되었던 드라마 ‘대물’의 세트장으로 사용되었던 토요시장 내 ‘3대곰탕’이 바로 장흥곰탕. 드라마에서 하도야 검사(권상우)의 아버지(임현식)가 3대째 운영하던 곰탕집인데, 세트장으로 방치하지 않고 식당으로 재탄생시켰다. 한 그릇 8천원이다.

10월 중순 통영 수하식굴이 초매식에 들어가면 장흥읍 대덕읍 내저마을 어촌계는 대한민국 최고로 평가받는 ‘장흥매생이’를 대나무에 이식해 바다에 내릴 채비를 한다. 보통 12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전국 최초로 염산류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장흥무산김’도 동절기 스타급 해초류로 각광을 받는다.

소등섬은 겨울철이면 ‘석화구이마을’로 변한다. 그 옆 안양면 수문포는 전국 최고의 키조개 양식마을. 수문포 앞 여느 식당에선 키조개무침에 바지락국이 가미된 수문포키조개무침을 먹을 수 있다.

◆장흥 하모 샤브샤브

요즘 여수~장흥권은 하모(갯장어·참장어) 때문에 난리다.

하모는 아무것이나 잘 무는 습성에서 ‘물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하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하절기에만 맛볼 수 있고 장어 중 최고가. 수요가 폭증해 ㎏당 5만원선에 육박한다. 하모의 메카로 불리는 여수 앞 경도의 경도회관, 여수 당머리 하모거리 등에서 하모샤브샤브 한 접시를 먹으려면 최소 8만~10만원을 줘야 된다.

하모샤브샤브는 30여년 전 여수에서 요리법이 개발됐다. 장흥도 하모의 고장이다. 작은놈은 뼈째 썰어 잘게 회를 치고, 그보다 큰놈은 주로 샤브샤브로 먹는다. 실한 하모 살 속엔 청어처럼 가는 뼈가 많다. 먹기 좋게 잔 칼집을 많이 넣는데 남도에서는 이걸 ‘송친다’고 표현한다.

회진면 대리 장흥 수협 위판장 2층에 자리를 잡았다. 1층 수족관 아줌마한테 3만원을 주니 먹을 만한 하모를 3마리 토막내 2층으로 갖다준다. 대가리, 내장, 뼈 등을 비닐봉지에 넣고 2층 주방장에게 주었다. 2명이 가면 상차림비로 1만6천원을 줘야 한다. 샤브용 육수가 나왔다. 여수쪽 샤브 육수보다 훨씬 내용물이 풍성했다. 대추, 황기와 당귀, 엄나무 등이 들어있어 삼계탕을 연상시킨다. 갯장어 한 점을 펄펄 끓는 육수에 넣자 채 10초도 안돼 살점이 팝콘처럼 피어난다. 깻잎 위에 자색 양파, 그 위에 데친 하모, 또 그 위에 데친 부추를 올려 쌈을 싸 먹었다. 맛이 어땠을까. 백문이 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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