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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제보 적고 피해자 확인 안돼 유령과 싸우는 기분”

2016-11-01

■ 울진 백골 토막시신 사건
대규모 인력과 시간 투입에도
초기대응 힘든 현실 탓에 ‘미궁’

지난해 1월9일 울진군 평해읍 못골 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4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백골 변사체가 발견됐다. 약초를 캐기 위해 마을 인근의 야산에 올랐던 한 주민이 낙엽더미 속에 있는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뼈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울진경찰서는 경찰과 산불진화대 등 200여명을 투입해 처음 다리뼈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70m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다리뼈와 팔뼈, 골반뼈를 추가로 찾아냈다. 다음날 둘째 발견지점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서 동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과 늑골이 발견되면서 수색활동은 급물살을 탔다. 경찰, 기동대, 협력단체 등 400여명과 과학수사견 두 마리를 투입해 5일간의 수색작업을 펼친 결과 골반과 정강이 뼈, 두개골 등 총 85점의 뼈를 수거했다.

그러나 변사체 두개골의 턱뼈와 피해자의 신원파악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손뼈는 발견되지 않았다. 울진서 수사과 관계자는 “가해자가 법의학적 지식이 있거나, 피해자의 턱에 신원을 확인할 만한 특징적인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과수는 뼈를 분석해 피해자의 성별, 연령, 신장, 혈액형을 밝혀냈다. 유전자감식을 한 결과 뼛조각은 모두 동일인의 것으로 확인됐으며, 치아 상태 등으로 미뤄 A형 혈액형에 신장 150~166㎝ 정도인 40대 여성으로 추정했다. 또 뼈에서 사람에 의해 잘린 흔적이 나타났으며, 부패상태 등으로 미뤄 1년 이내에 살해된 뒤 토막을 내 이곳에 유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뼈 외에 다른 단서가 될 만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아 더 이상의 신원파악은 한계에 부딪혔다. 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으나 전국의 실종자 데이터에 등록된 DNA 중 일치하는 항목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신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단서인 ‘코 성형 보형물’이 발견됐다. 보형물은 고어텍스 재질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일반적으로 코 성형에 사용되는 실리콘보다 비싼 고어텍스가 사용됐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형사 10여명이 울진경찰서에 파견돼 울진서 형사대와 합동으로 유골의 신원 확인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덕에서 삼척까지 혼자 사는 40대 여성 중 연락이 끊긴 30여명을 모두 조사했지만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최근 1년간 평해 일대에서 발신·수신된 통화내역 300여만건 분석에도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울진서 수사과 관계자는 “살인사건의 기초는 일단 피해자가 누군지 알아야 하는데, 다른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지금까지 접수된 제보가 단 8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의미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마치 유령하고 싸우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수사범위를 확대, 동일 연령대 가출인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채취하는 한편 국민의 제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실정이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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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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