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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효진의 이미지메이킹] 화장의 역사

2016-12-30

美에 대한 원초적 표현…자기표현이자 자기만족 수단으로 ‘권력적 속성’ 상존

[김효진의 이미지메이킹] 화장의 역사
과거 화장은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짙은 화장으로 아름다움과 권력을 나타내거나(왼쪽) 얼굴 특정 부위에 점을 찍어 특별한 의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김효진의 이미지메이킹] 화장의 역사

인류의 최초의 화장은 얼굴에 색을 칠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강렬한 태양빛 또는 벌레로부터 눈과 피부를 보호하거나 전쟁에서 용맹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혹은 주술적 의식을 위한 것이었다.

1세기 제정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여성들의 멋내기를 위한 치장이 눈에 띄게 유행하는데, 로마시대 귀족 부인들은 많은 화장 담당 노예들을 데리고 있었고 그 노예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따라 나뉘어 있었다고 한다.

‘목욕 후 마사지 담당’ ‘피부 손질 담당’ ‘매니큐어와 페디큐어 담당’ ‘얼굴에 분 바르기 담당’ ‘거울 들기 담당’ 등 여러 업무 담당자들이 분화되어 쉴 새 없이 일했다. 일례로 로마의 작가인 유베날라스의 풍자시를 보면 20명의 화장 담당 노예가 있었다고 쓰여 있다. 귀족 부인들은 매우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앉아 기술이 서툰 노예나 화장을 잘못하는 노예들의 팔을 꼬집거나 핀으로 찌르기, 무거운 화장거울로 머리 후려치기 등으로 겁을 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중세 유럽은 엄격한 교회의 영향으로 화장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르네상스시대가 나타나면서 이탈리아에서부터 여성의 멋내기인 화장이 부활하였다. 옛날 범선은 돛을 올리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도 귀부인이 화장하는 시간에 비하면 돛을 올리는 편이 빠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여성의 화장 시간은 많은 남성들에게 불평의 대상이 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로부터 전해진 짙은 화장은 17세기를 거쳐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화장은 그 자체가 권력이었으며 왕과 왕비, 귀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귀족들은 왕가의 화장을 따라했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남자들도 화장을 하고 가발을 썼다. 분을 바른 흰 피부는 힘든 바깥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었으며,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의 붉은 염료는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돈 있는 귀족이 아니면 사기가 어려웠다. 화장이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17세기 들어 ‘사랑의 점’ ‘비너스의 점’이라 불리는 뷰티스폿(애교점)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18세기까지 계속되었다. 프랑스에서는 하얗고 아름다운 얼굴에 검은 점 하나가 마치 백자 화병에 파리가 앉은 것처럼 인상적으로 흑백의 대비를 나타낸다 하여 무슈(파리)라 불렸으며 영국에서는 패치(깁기)라고 불렸다. 무슈는 붙이는 위치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마에 붙이는 것은 ‘위엄 있는’, 눈 근처에는 ‘정열적인’, 입가는 ‘요염한’ ‘사랑에 빠진’ ‘애교스러운’, 뺨은 ‘교태가 있는’ 등의 의미를 나타냈다.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여왕의 영향으로 소박한 화장이 일반화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이탈리아식의 과장된 화장법은 사라지게 되었다. 남편을 잃은 빅토리아 여왕이 상복을 계속 입었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도 그 영향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화장을 하게 된 것이다.

현대의 화장은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자 자기 만족의 수단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특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누렸던 화장이 지금에 와서는 대중에게까지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화장의 권력적 속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젊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어필하고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화장은 이런 면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대중에게 나서기 위해 혈색 있는 건강한 모습의 화장을 하고 더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눈썹의 모양을 바꾸기도 한다.

화장에 있어 권력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모되어 왔는데, 앞으로도 화장의 권력적 속성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화장이 어떤 권력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대구보건대학교 뷰티코디네이션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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