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정관서 공식 출마 선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주먹을 불끈쥐고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 대통령 시대적 책무 분명
경제·안보 위기부터 극복해야
비선 실세 비리 같은 일 없을 것”
TK 적자 부담으로 생각 안해
지역에 기대 정치해본 적 없어”
이회창 전 총재 참석 지지 선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26일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이라는 제목의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유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오늘 국민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며 “19대 대통령의 시대적 책무는 분명하다. 취임하자마자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세부 공약을 ‘정의로운 나라’로 압축해 발표했다. 유 의원은 “밀린 집세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컵라면이 든 가방을 남기고 구의역에서 숨진 비정규직 김모군, 차가운 쪽방에서 폐지 수거로 연명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불행한 국민이 없는 세상이 본인이 꿈꾸는 민주공화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외에도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 개혁과 정경유착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유 의원은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은 그 뿌리를 뽑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르·K스포츠 재단 같은 비리, 비선 실세 딸의 입학비리 같은 일도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참석해 유 의원의 대권 도전을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총재가 이번 조기 대선 유력 주자 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재는 “유 의원은 제가 정치에 끌어들였지만 2002년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정치를 떠나 항상 마음에 걸렸다”며 “당시 대선 후 모두 흩어져 제 갈 길을 갈 때 유 의원이 저를 위해 애썼던 정책 비전 팀을 전부 거명하면서 이 분들에게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편지를 남겼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유 의원에 대해 “정의로운 대통령으로 이 나라를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분”이라며 “외교적으로 복잡한 시대에 외국 정상들을 상대할 실력과 내공도 가진 거의 유일한 분”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유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문 발표 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그동안의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한 어조로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물음에 “이제 저를 알리는 일을 겨우 시작한 상황”이라며 “대선과정에서 도덕성과 능력 검증이 시작된다면 분명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그는 “반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우리 정당에 들어오셔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경선을 치르겠다면 많은 의원님들께서 환영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TK(대구·경북) 적자’라는 점이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 “TK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7년 동안 한 번도 지역에 기대서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수도권 의원보다 제가 못지않게 더 개혁적인 사람이고 지역 정서에만 기대서 하지 않았다”며 “저는 대구·경북을 정말 사랑한다. 제가 말한 TK 적자는 국가를 바로 만들어가는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TK 대통령이 하도 많아서 우리가 마치 기득권층이라는 의식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TK 적자라는 표현은 보수의 적통이라는 표현이다. 지역으로, 이념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께서 저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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