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향후 전망은
새로운 정치실험 ‘협치’불가피
탄핵앙금 해소 등 국민통합 숙제
총리·장관 인준과정 험난할 듯
야당 협조 끌어내는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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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한민국 정치는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다. 여소야대란 정치권의 대치가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는 작금의 국회 의석 비율과 거의 흡사했다. 여소야대는 이미 지난해 4·13 총선에서 잉태됐다.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중심제인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정치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다당제 속에서 협치(協治)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재인 당선인은 과반을 넘기지 못한 부담도 있다.
문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란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국군통수권자다. 당장 국무총리 인선에서부터 각부 장관 임명에 착수한다. 국회 인준과정에서 여야는 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근혜 정권과 비교하면 창과 방패가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이다.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9일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각의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의 앙금도 남아 있다. 일부 국민은 탄핵정국에서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태극기 부대’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완전한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었다. 이를 실현하려면 고도의 정치력이 대통령에게 요구된다. 더구나 이는 ‘과거 부패와 적폐 청산’과는 대립되는 개념이기에 더욱 험난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 보복은 없다”고 이미 약속했지만, 반대쪽은 이를 100%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 핵문제, 사드 배치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안보 상황은 누가 뭐래도 차기 대통령의 국정과제 핵심이다. 문제는 대선과정에서도 노정됐지만 정치권의 입장은 팽팽히 갈려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 여론도 정치권 못지않게 일치돼 있지 않다. 안보는 각 정파의 정치철학 혹은 정치적 정체성과 연관되기에 쉽게 한쪽이 양보할 수 없는 이슈다.
경제의 동력을 회복하고, 복지예산을 국가 재정과 연계해 어떻게 잘 조합하고, 야대(野大) 정치권을 상대로 이를 잘 설득하는지 여부도 향후 정국의 변수다. 큰 개념으로 협치, 작게는 연정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지만, 120석 약 40%로 과반을 넘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은 선거 과정에서 바른정당을 이탈해 복당한 의원을 합쳐 106석, 국민의당은 40석.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겨우 구성한 20석, 정의당은 6석이다.
문재인 후보는 당선되면 야당 당사부터 찾아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책과 입법을 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일단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있을 것이다. 문 후보는 앞서 국민의당과 통합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 후보는 반발했지만 여지가 있다. 호남 정치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앙금을 갖고 결별한 전력을 수습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정당 합당은 아니더라도 정파 간의 통합 가능성이 있다. 소(小)연정식의 정계개편이다. 특히 조각 과정에서 장관자리를 주고받으면서 연대할 소지도 있다.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서 받은 득표를 감안하면 무작정 지역구 의원들이 이를 도외시 할 수는 없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보따리 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그때그때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도 절실하다. 국민의당·정의당과 뭉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으로 현안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상대로 청와대가 어떠한 정무적인 역할을 잘할지도 주목된다.
개헌문제도 남아 있다. 선거 과정에서 현행 대통령 단임제(5년)의 문제점과 지방자치분권 확대는 모든 후보들이 공감한 바 있다. 특히 새로운 야권은 줄기차게 개헌의 문제를 꺼낼 소지가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미디어본부장은 “그동안 말로는 연정·협치하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대통령 권한을 독식이 아닌, 개헌을 통해 권력을 나누자는 목소리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개헌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정당은 이번 대선 결과를 바탕으로 당장 내년 지방선거의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성적표가 새 출발의 기준점이 된다. 각자 모두 실패한 선거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세력을 불려나갈 시도를 할 것이 틀림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결집의 일등공신으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어쨌든 탄핵에서 완전 형해화될 뻔 했던 보수를 최소한 건져낸 공이 있다. 홍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친박·비박 없고, 이제는 박근혜당이 아니라 홍준표당이다”고 했다. 곱씹어봐야 할 발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향후 정국의 미묘한, 한편 인화성이 강한 이슈다. 자칫 이 문제를 다시 정치쟁점화한다면 탄핵정국을 재차 되살리면서 정치권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내건 ‘새로운 보수’를 완전히 안착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을 소멸될 정당, 부패정당으로 규정했지만 양측은 어떤 형태로든 합당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장은 어렵다. 각 진영이 목소리를 내면서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까지 여전히 3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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