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터 위력 발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왼쪽)이 박지원 전 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의원 40명(비례대표 13명)의 국민의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정부에 반대할 사안과 찬성할 사안을 명확히 해 ‘캐스팅 보터’로서 몸값을 한껏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당시 초반과 달리 막판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와 여당에 힘을 보탠 국민의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자연스레 국민의당의 입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감안한듯 국민의당은 청문회 사안별로 입장을 다르게 취하며 주가 올리기에 적극적이다. 심지어 지난 5·9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문모닝’(매일 아침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다고 붙여진 표현)이라는 야유까지 받았던 박지원 전 대표는 최근 문재인정부의 인사와 정책을 극찬하는 이례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정치 9단’다운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사안별 다른 전략 몸 값 올려
‘초반 맹공 결국엔 협조’전술
與野 모두 들었다 놨다 애간장
박 전 대표는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문 대통령이 잘한다고 해서 박수치는 것을 민주당의 2중대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과 함께 정치를 하기 때문에 국민이 지지를 하면 함께 지지해야 한다”며 “이것이 제3당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내 40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120석의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107석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런 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현재까지는 민주당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의혹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 ‘큰 결격 사유는 아니다’며 입장을 급선회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준 결정도 국민의당 몫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부적격 의견’을 확정지은 상태여서 국민의당 입장에 따라 또다시 인준 결정이 달라질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지도부에서는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긍정 시그널을 던지고 있어,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국무총리 인준 전철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 국무총리 인준서부터 ‘초반 맹공, 후반 대승적 차원 적합’이라는 전술을 일단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 전술로 비쳐진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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