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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취미가 밥 먹여준다

2017-10-20

■ 덕업일치-성공한 덕후 전성시대

20171020
요리 덕후였던 조용주씨(왼쪽)와 용숙씨가 5년 전 창업한 반찬가게 ‘락푸드’에서 반찬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보성은하아파트 앞에 있는 반찬가게인 ‘락푸드’.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반찬가게가 성업 중인데, 락푸드는 어머니가 집에서 만든 반찬 같은 맛으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했다. 2012년 문을 열어 이달 말 달서구 유천동에 2호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요리 덕후’로 반찬 가게까지 차린 조용숙·용주 자매
宗婦 친정어머니 어깨너머 배운 솜씨와 타고난 손맛
결혼 후 한·중·일·양식과 파티플래너 과정까지 익혀
집서 만든 음식 나눠먹다 입소문·주문쇄도에 ‘사업화’
“매일 70가지 반찬 만드는 즐거움…돈까지 버니 더 재미”


락푸드는 조용숙(56)·용주(51) 자매가 힘을 합쳐 문을 열었다. 두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고 손맛도 타고났다. 이들의 친정은 상주에 있는 450년된 종가인데 어머니가 종부라서 제사를 위해 며칠씩 잠을 설쳐가면서 음식 마련하는 것을 늘상 봐왔고 이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음식을 배웠다.

“어릴 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도시로 이사를 나왔는데 그때도 제사를 지내면 어머니는 시골로 가셔서 며칠씩 머무르다 오셨지요. 어머니가 시골에 가시면 제가 오빠와 세 동생의 식사를 책임졌습니다. 그때부터 요리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오빠와 동생들의 밥을 해 주는 것이 전혀 싫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귀하다고 잘 쓰지 않고 고이 모셔둔 냄비와 그릇을 제가 꺼내서 몰래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두 자매는 결혼한 뒤 가까운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유달리 친하게 지냈는데 둘다 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모두 배웠다. 이들은 요리 과정이 끝나자 파티플래너 수업까지 들었다. 그 정도로 요리 만들기를 좋아했고 그 요리를 예쁘게 담아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요리에 이렇게 자신이 있다보니 집으로 손님들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것도 잦았다. 몇십 명이 집에 와서 음식 먹고 가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히 손재주가 많고 부지런한 용숙씨는 집 부근에 사는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 만들어 나눠먹는 것을 즐겼는데 이들 중에 그가 해준 음식 맛에 푹 빠져 재료를 사다줄테니 같이 만들어서 나눠먹자는 이들이 몇명 생겼다. 요리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미삼아 매주 한 번씩 친구들이 재료를 사오면 요리해서 나눠먹었는데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요리를 배울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재료비를 낼 테니 요리만이라도 나눠먹으면 안되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좀 나눠주기 시작했고 이왕 요리를 만들어줄 것 같으면 그들이 필요한 요리를 주문받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을 받아 요리를 만들어줬다. 그런데 요리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 도우미 2~3명을 불러서 만들다보니 집에서 만드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고민 끝에 막내동생 용주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집 부근에 반찬가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의 힘만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다 동생도 자신처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성당이나 다른 봉사단체에서 음식봉사를 많이 해온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먹는 반찬처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만 가지고 드디어 가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던 그들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입소문이 나면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다. 반찬가게로 시작했지만 반찬을 먹어본 사람들이 맛있다며 이것저것 해줄 수 없냐는 요청이 들어와 지금은 도시락, 신행음식, 생신·집들이 등 행사음식, 제사음식까지 두루 만든다. 최근에는 신행음식과 도시락 주문이 많아서 직원을 7명이나 채용해서 음식을 만들 정도다.

두 자매에게 음식 만드는 것이 아무리 좋아도 직업이 되면 싫증이 날 수 있는데 괜찮느냐고 묻자 언니 용숙씨는 “매일 70가지 정도의 반찬을 만들어 가게에서 판매하고 도시락 등 다른 주문들도 많아 육체적 노동이 클 수밖에 없다. 몸이 고달픈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음식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이것으로 인해 돈까지 버니 재미있다”며 “퇴근할 때는 힘이 들어 발걸음을 겨우 떼어 집에 들어가지만 아침에 출근할 때는 저녁의 피곤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용주씨도 “젊었을 때 식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해주려고 배운 요리가 이렇게 직업까지 될 줄은 몰랐다. 배운 것을 사업으로까지 키워나갈 수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사가지고 간 반찬이 맛있다며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과 북구·동구 등 멀리서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사람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일을 한 뒤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새롭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충전 수단 중 하나가 취미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취미가 직업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돈을 버는 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흔히 ‘마니아’ ‘덕후’로 불리는 이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이 분야에서 일을 해 돈을 벌면서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바야흐로 덕후 전성시대가 됐다. ☞ W2면에 계속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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