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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의 금메달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소치의 굴욕’을 말끔히 씻어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세계 최강을 자신하던 한국으로서는 그 어떤 결과보다 충격적이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끝났다’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나 이는 남자 쇼트트랙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 남자 쇼트트랙은 세대교체부터 시작해 차분히 토대를 쌓아갔다. 절치부심한 남자 쇼트트랙은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이즈음 등장한 선수가 임효준이다. 황대헌(부흥고), 서이라(화성시청)와 함께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 종합우승을 따내며 급부상했다. 이번 시즌에는 1차 대회 1천500m 우승 이후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4차 대회부터 부활하면서 ‘평창의 희망’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꽃미남’외모의 임효준은 가슴속에 ‘불굴의 의지’를 품고있다. 1996년생으로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그 누구보다 치열했다. 대구 계성초등학교에 입학해 수영선수로 활동하다가, 2학년때 고막이 터졌다. 수술이후 더이상 물속에 뛰어들지 못하게 됐다. 그의 인생 첫 번째 시련. 그러나 임효준은 빙판위로 눈을 돌렸다.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그는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어렵지않게 적응해 나갔다. 4학년때부터 6학년 형들까지 제치고 종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설 정도로 천재성을 발휘했다.
쇼트트랙 유망주의 탄생으로 세상이 주목할때 쯤 두번째 시련이 그에게 닥쳤다. 대구 경신중 1학년때 정강이뼈가 부러진 것이다. 한창 성장할 나이었지만, 그는 무려 1년반 동안이나 빙판에 서지 못했다. 임효준은 굴복하지 않았다. 여자 대표팀의 심석희, 최민정을 키워낸 조재범 코치가 임효준의 재능을 눈여겨 보고는 서울로 그를 불렀다. 서울 오륜중으로 전학한 그는 2년동안 조 코치와 오피스텔생활을 한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유스대표로 발탁된 그는 중학교 3학년때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동계유스대회 쇼트트랙 1천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유망주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성장의 가속도가 다시금 붙는 것 같았지만, 세번째 시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동북고 2학년때 오른쪽 발목이 골절됐다. 6개월 만에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었지만, 이번엔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다시 재활해 참가한 대회에서는 앞서 넘어진 선수에 걸려 고꾸라지면서 허리와 손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래서 그의 몸에 난 수술 칼자국이 무려 7곳이나 된다. 수술과 재활로만 보낸 시간은 5년이나 된다.
시련과 극복을 반복하며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난 그는 지난해 4월 평창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출전티켓을 거머 쥐었다. 이후 금메달 획득까지 꽃길만 펼쳐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림픽 개막을 5달여 앞둔 지난해 9월에 월드컵 1차 대회 1천m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다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얼음위로 넘어졌고, 이로인해 요추부염좌(허리가 뒤틀리며 염증이 발생)를 당했다. 2~3차 대회에 결장했지만, 독을 품은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4차 대회 5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자신을 증명했다. 평창올림픽 1천500m에 출전한 임효준은 그가 그토록 바랐던 올림픽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강릉에서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 임효준 프로필
출생 : 1996년 5월29일
소속사 : 브리온컴퍼니
학력 : 계성초등-경신중-오륜중-동북고-한국체대
수상 : 2018년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
2017년 KB금융그룹 제32회 전국남녀 종합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부 종합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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