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권영진號 정치력 시험대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국제공항 전경(왼쪽).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낙동강 취수원인 문산정수장 전경. <대구시 제공> |
‘가덕도신공항 재추진’과 ‘발암·유해물질 수돗물’은 대구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하나는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활성화하는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과 연관돼 있고, 다른 하나는 시민이 마시는 물의 안전성에 관한 사안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와 시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시민은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발언이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수돗물에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섞여 있다는 소식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지 시민은 눈과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땐
남부권 관문공항 중복투자 초래
대구공항 통합이전 타격 불보듯
취수원 구미 이전도 9년째 답보
시민들 ‘먹는물 불안감’ 이어져
權시장 핵심공약 이행여부 주목
◆가덕신공항은 대구통합공항에 악재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공항과 K2군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는 대구신공항에 타격을 줄 개연성이 높다. 국방부가 지난 3월 대구공항 통합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군위·의성 일대와 가덕도의 거리는 자동차로 불과 2시간 남짓 걸린다. 이런 지리적 위치를 감안하면 2개의 신공항은 중복투자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부산 입장에선 ‘김해신공항은 되는데 가덕신공항은 왜 안 되냐’고 물을 수 있다. 말은 맞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김해신공항은 말이 좋아 신공항이지 실상은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활주로를 1본 더 늘리는 게 핵심으로, 지리적 여건 및 소음피해 확산 등의 문제와 맞물려 남부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통합대구신공항은 이런 김해신공항의 부족함을 채우면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주지역 등 장거리 노선과 항공물류 수요가 상충되면서 대구신공항과 가덕신공항은 제살을 깎아먹는 출혈경쟁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덕신공항은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남부권신공항 입지 선정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과 2년 전 밀양이냐 가덕도냐를 놓고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다 우여곡절 끝에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TK(대구·경북)를 비롯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합의했다. 이제 와서 이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뜬금없는 가덕신공항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권 시장이 가덕신공항의 이슈 부상을 잠재우고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국방부로부터 계획대로 연내 최종 후보지 결정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시민 생존권 걸린 취수원 이전
대구시민에게 식수 불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 2004년과 2009년 두 차례의 1, 4-다이옥산 유출 사고 등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먹는물 오염사고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오염원은 늘 구미산업단지다. 이번 과불화화합물 유출도 구미산단 내 업체에서 비롯됐다. 대구시민 식수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매곡·문산정수장이 구미산단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시는 다이옥산 사고 이후 구미산단 상류 지역인 해평취수장으로 취수원을 옮기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구미시가 낙동강 유수량 감소, 해평취수장 인근 상수원보호구역 확대에 따른 주민 재산권 피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9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젠 대구시민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구미시민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지만, 대구시민은 당장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다. 취수원 이전은 권 시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2018 세계가스총회’ 참석차 지난 25일 방미 길에 오른 권 시장이 귀국 후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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