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살며 창작하는 이웃…다양한 예술장르 교류展, 문화가 숨쉬는 산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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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예술인회 문상직 회장과 회원들. 유호욱, 정은기, 엄태조 회원 , 문 회장, 문무학 회원(왼쪽부터)이 인터뷰를 마치고 문 회장 집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
“대구를 대표하는 산은?”이란 질문에 상당수 시민들은 “팔공산”이라 답을 할 것이다. 팔공산은 산 자체가 가진 위용과 가치도 있지만 불로동고분군, 동화사, 부인사, 파계사, 은해사, 갓바위, 제2석굴암, 도동측백수림, 방짜유기박물관 등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이것만일까.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의 예술가들이 하나둘 팔공산에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어감으로써 과거의 문화유산만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가 공존하는 색다른 문화타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팔공산예술인회’가 있다. 2010년 결성돼 매년 대규모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오픈스튜디오, 예술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과 소통의 시간을 가져오고 있다. 그렇게 활동한 시간이 10년이 흘렀다. 올해 설립 10년을 맞은 팔공산예술인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문상직 회장을 비롯해 몇몇 회원들이 그동안 함께 했던 날들을 더듬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 사랑하고 창작 열정 가득한 문화인들 친목
매년 대규모 전시·오픈스튜디오·체험프로그램
시민과 소통 10주년…색다른 문화타운 만들어
자유롭게 활동하며 교류, 오래 유지하는 비결
동화사·방짜박물관·아양아트센터 전시 이어가
미술 작품, 문인 시화전, 음악·무용 공연 ‘풍성’
작업실 오픈 ‘예술가 집을 두드리다’소통·나눔
경산·군위·영천 연계 팔공산문화권개발 노력
▷팔공산예술인회가 어떤 단체인지요.
(문상직)“민족의 명산이자 우리 지역의 아버지와도 같은 팔공산에 살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서로 작업하는 장르도, 활동하는 무대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팔공산에 함께 살며 창작을 하는 이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성된 단체입니다. 공통점이라면 예술에 대한 사랑, 창작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팔공산에 사는 분들의 친목모임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회칙이나 정기모임도 없고 느슨하게 조직되어 있어 오히려 모임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한데도 이렇게 단체가 잘 운영되는 것이 이 때문인지요.
(문무학)“예술인들의 특징 혹은 장점은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유로움이 창작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는데 팔공산예술인회도 예술인들의 이 같은 특징이 잘 반영된 모임입니다. 회칙, 정기모임 등 규칙적이고 얽매이는 것들이 없고 회비도 없습니다. 늘 회장이 모임을 주선하고 식사도 사지요. 그래서 다른 단체는 서로 회장을 하려고 하는데 이 모임은 초창기 6개월 정도 유황 선생이 하시고 난 뒤 줄곧 문상직 선생이 회장을 하고 있지요(웃음). 아마 이런 모임은 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만없이 일이 있어서 모이라고 하면 출석률이 상당히 좋습니다. 회원들의 연령대가 80대부터 40대에 이르는데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별다른 이견없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회원들 간에 그만큼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팔공산에 예술인들이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가 있을 듯합니다.
(문무학, 정은기)“팔공산은 대구시민들이 기댈 언덕 같은 산입니다. 팔공산의 정기를 받고 여기에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팔공산에 예술인들이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예술인에게 작업은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본질을 추구하는 이들이 제대로 작업을 해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찾아든 곳이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 즉 팔공산입니다.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모여든 만큼 진정성이 있고 이런 진정성이 장르와 상관없이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요.”
▷창립되던 해부터 매년 회원들의 전시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 듯합니다.
(문상직)“팔공산예술인회가 설립된 계기가 있습니다. 2010년 동화사에서 팔공산에 사는 예술인들을 초대해 경내에서 전시를 열어주었습니다. 화가, 문인, 공예가 등이 참여했지요. 이것이 팔공산예술인회의 첫 전시이고 이 전시를 기점으로 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그 이듬해 동화사 성보박물관이 개관되면서 두 번째 전시가 열렸고 이후 팔공산 자락에 있는 방짜박물관에서 전시를 이어갔습니다. 2014년부터는 동구청의 초대로 아양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려 초대전을 열어준 곳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참여하다보니 일반 전시와는 차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상직)“화가, 조각가, 공예가는 작품을 전시하고 문인들을 시화전을 선보입니다. 무용가, 음악인은 축하공연을 펼치지요. 전시장에 와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행사입니다.”
▷오픈스튜디오 등을 통해 예술체험프로그램도 해오고 있습니다.
(문상직, 정은기)“예술가들이 자기 작업실을 오픈해 일반시민에게 작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고 예술체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대구녹색소비자연대와 ‘똑똑, 예술가의 집을 두드리다’를 마련해 예술을 통한 소통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팔공산에 절을 찾아오거나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같은 예술체험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요. 팔공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산이 되도록 팔공산예술인회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팔공산예술인회의 활동을 통해 회원들 스스로가 작업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정은기, 유호욱)“사실 예술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작업밖에는 모릅니다. 그래서 나름 그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물을 남기신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모임과 전시 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다른 장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이런 것이 자극이 되어 자신의 작업을 하는데도 도움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다른 장르와 소통하는 것을 좀 더 일찍부터 해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입니다.”
(엄태조)“젊은 시절부터 공예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팔공산예술인회의 전시에 참여해 다른 장르와 함께 전시를 해본 뒤 작업은 물론 전시를 하는데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팔공산예술인회가 활성화되면서 명예회원까지 생긴 것으로 압니다.
(문상직)“명예회원은 예술인은 아니지만 예술을 좋아하고 팔공산예술인회의 활동에 적극 지지를 보내주는 예술애호가들입니다. 현재 전 농협중앙회 지점장인 김병대,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대표인 신득렬, 한국여가연구소 대표인 윤재섭, 돌 그리고 대표인 채희복씨가 명예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팔공산예술인회가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도 기대가 됩니다.
(문상직)“좋은 전시를 꾸준히 보여줌으로써 회원 상호간의 결속을 다지고 밖으로는 팔공산을 끼고 있는 경산, 군위, 영천 등의 지역과도 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팔공산문화권 개발에 앞장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팔공산만의 특화된 예술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팔공산을 만들고 나아가 다시 찾고 싶은 팔공산으로 가꿔 나가는 데도 일조를 하겠습니다. 또 회원들 개개인이 팔공산의 넓은 품처럼 넉넉하게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품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데도 힘을 쏟아야겠지요.”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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