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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상장하지 않는 기업들

2019-07-08
[하프타임] 상장하지 않는 기업들
이효설 경제부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성 영업손실에 시달렸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0년 6월,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올라타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상장 후, 그 투자금을 기반으로 해 오늘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자동차는 테슬라의 ‘모델3’였다. 상위 5위 안에 3개를 차지해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고, ‘미래 자동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아이콘이 됐다. 아직 공급부족, 부채 문제 등 논란 거리가 있지만, 그간의 성과는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주식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에 이뤄낸 쾌거다.

대구경북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먼저, 상장법인 현황을 보면 놀랍다. 올해 6월말 기준 상장법인 수가 대구경북 통틀어 117개사에 불과하다. 전체(2천285개사)의 5.12%다. 경북의 지역총생산비율(5.95%)보다 낮다. 시가총액은 대구와 경북이 전체시장의 각각 1.11%, 1.99%를 차지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 포스코, SK머티리얼즈 등 소수 상위 종목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적 특수성 탓에 주식 거래량 비중도 1%가 채 안된다.

혹자는 ‘지역에 기업이 없으니 상장도 덜하는 것’이란 개인의 무지(無知)로 문제적 상황을 눈감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17개 시·도의 외감법인 현황을 살펴보자. 외감법인은 자산규모가 120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 업체다. 이런 업체가 대구 905개사, 경북 1천143개나 된다. 외감법인수로 순위를 매기면 경북은 6위, 대구는 8위다. 기업 규모를 갖추고 있고, 여건을 조금만 다듬으면 상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 충분히 확보돼 있단 말이다.

지역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경상도 특유의 보수정서가 개입한다. 알 만한 우량 기업 CEO조차 “평생 힘들게 키워온 기업을 어떻게 시장에 공개하나” “(회사) 잘 키워서 자손들한테 물려줘야지”하며 일말의 가능성조차 잘라낸다. 이는 상장을 주선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유망 기업을 찾아갔다 문 앞에서 쫓겨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배경이다.

또 상장 문턱이 높다고 치부해 아예 생각을 안하는 부류도 적잖다. 최근 적자기업에도 문을 열어주는 ‘테슬라 상장’ 등 과거보다 상장이 용이해졌다는 점을 모르는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상장하면 뭐가 좋은지 몰라 기회를 놓치는 이들도 있다. 자금 조달 능력 확대, 세금 납부 혜택, 기업 공신력 상승, 고급인력 유입, 해외시장진출 기회 확보….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쏠쏠한 혜택들이다.

대구 국가산단 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제조업체 <주>테크앤은 지난해 말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상장 넉달 만에 주가가 4배 급등했고, 얼마 전엔 대규모 해외 가로등사업을 따냈다. 코스닥에 입성한 이태훈 <주>전진바이오팜 대표이사는 “인재 모집, 자금확보, 재무안전성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상장을 호평했다.

지역 기업인들이 눈을 떠야 한다. 규모 작은 업체에 고급인력이 들어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런 업체들만 빼곡한 지역에서 취업 안 되고, 고용 창출 안 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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