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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나무에 투영된 동시대의 실험적 예술 조망

2019-07-24

나무조각가·설치작가 등 5명
봉산문화회관서 내달 10일까지
미술의 새로운 가치·역할 살펴

물·나무에 투영된 동시대의 실험적 예술 조망
신강호 작 ‘Link-나무정령’.
물·나무에 투영된 동시대의 실험적 예술 조망
이상헌 작 ‘못을 박다’.

‘Hello! Contemporary Art’는 2014년부터 실시해 온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이다. 미술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실험하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선보이는 전시다. 올해 전시의 주제는 ‘자연 설계’(2019 Hello! Contemporary Art-기억공작소 10년으로부터 자연설계전)다. 자연이 설계한 ‘나무’와 ‘물’을 키워드로 작업 중인 대표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나무조각가 김성수, 이상헌, 신강호, 김현준 그리고 물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권효정 다섯 작가다.

전시는 나무 조각 작품의 실내 전시와 물을 활용한 야외분수 설치작업으로 나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나무조각이라는 작업은 정말 쉽지 않다. 힘든 그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끌고 오는 힘은 무엇인가 궁금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이들의 노력에 대한 ‘헌사’라고 평했다.

작업의 지난함을 말해주듯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가슴에 큰 대못을 박은 채 둔중한 대형 망치를 끌고 있는 인물상인 이상헌의 ‘못을 박다’와 가위에 눌린 채 몸부림치는 ‘가위눌림’, 그리고 거꾸로 된 팔다리와 늘어진 넥타이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떨어지자-두번째’ 등은 나무로 표현한 작가 자신이다. 그 불안한 현실적 삶은 나무 표면에 전기 톱날로 만들어낸 거친 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무에 투영된 작가 자신의 불안한 현실적 삶은 김현준의 ‘응시’에서도 뚜렷하게 보여진다. 흔들리는 눈동자, 잔뜩 웅크린 어깨, 주춤거리는 팔다리의 조각상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주어지는 질문은 많고 해답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그려낸 ‘60 상념’의 60개 토끼 군상은 작가의 혼란한 마음을 하나씩 형상화한 것이다. 귀는 축 늘어지고 눈코입은 두루뭉술 사라지고 그저 형태로만 남은 60개의 토끼상은 애매모호하게 우왕좌왕한다.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보여지지 않는 이 군상은 세상의 자극에 대한 작가의 대응방식을 보여준다. 아주 작고 연약한 몸짓으로 가장 솔직하고 가식없는 대답을 하는 것.

작업은 고되지만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희망적이다. 시대의 현실에 대응하는 서민의 해학을 담았던 ‘꼭두’의 조형성과 강한 원색, 회화적 감수성에 주목하는 김성수의 작업이 그렇다. 전통 장례의 상여를 장식했던 꼭두는 죽은 자의 영혼을 보호하고,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 고단한 현세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민들의 욕망을 담아 내세의 이상세계로 이어주는 매개다. 작가는 이 꼭두 300개로 ‘사람을 만나다’ 군상을 제작했다. 300개의 각기 다른 현대인들을 형상화한 꼭두를 통해 현대인의 상처와 긴장을 다독이며 삶을 위로하고 그 꿈을 응원한다.

신강호가 보여주는 ‘나무 정령’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잘 빚어낸 선들을 선택하고 조합할 뿐”이라는 작가는 나무 본연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자연스러운 선과 생태적인 형태, 감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인체의 군상을 조각한다. 인위적인 작업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무를 가져왔다는 나무 정령은 신기할 만큼 사람을 닮았다. 나뭇가지 그대로의 형태를 따르는 인체조각을 연결한 군상을 통해 작가는 자연과 인간, 연결과 소통, 조화와 순리 등을 이야기한다. 이 세상 어느 것도 우리와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전시는 한여름 도심의 야외 광장에서 마무리된다. 권효정의 ‘Fountain of life; WaterPark’는 온갖 플라스틱과 잡동사니들을 쌓아올린 거대한 분수다. 층층이 쌓은 스텐그릇의 꼭대기 샤워헤드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플라스틱 생활용품과 드럼통, 저울, 비닐 공 사이로 떨어져 흐른다. 자연에 반하는 인간 행위들에 대해 부드럽지만 설득력 있는 발언으로 도심의 거리를 지나는 관객들에게 령‘녕(Hello)’이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8월10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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