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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쪽방의 참변'…극빈 노인 3명 앗아간 여인숙 새벽 화마

2019-08-19 00:00

빈곤층 주거지 된 도심 노후 여인숙…사회 안전망 사각지대

19일 노인 사망자 3명을 낸 전주 여인숙 화재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린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애초 숙박이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도심 외곽의 여인숙 상당수가 빈곤층의 주거지로 변모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소방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날 여인숙 화재로 70∼80대 노인 3명이 각자 방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다. 이 중 2명은 폐지를 수거하며 장기투숙했다.


 또 다른 A(82·여)씨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생계급여 22만원을 포함해 매달57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여인숙에서 관리를 맡아왔다.

 

 참변이 발생한 여인숙은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시청 인근으로 총면적은 72.94㎡로 객실 11개로 구성됐다.


 1972년에 사용 승인된 '목조-슬라브' 구조로 지은 지 48년이나 돼 매우 낡고 방한 개에 6.6㎡(약 2평)에 불과하다.


 객실 출입문은 나무로 돼 있고 내부는 이불을 깔고 자는 방으로만 돼 있다. 창문이 없는 방도 있었다. 말 그대로 '쪽방 여인숙'이다.
 화재 직후의 여인숙은 새벽녘 화마가 집어삼킨 흔적이 역력했다.


 이 여인숙은 추가 사망자를 찾기 위해 포클레인에 의해 모두 허물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여인숙의 '달방(한 달 치 숙박비를 끊어 투숙하는 방)' 비용은 12만원가량. 최근 10여명이 장기투숙하며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여인숙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화재 당시 목격자들은 '펑' 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 쓴 부탄가스 더미가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벽에 갑자기 불이 나 대피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시간대인 이날 오전 4시께 주변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여인숙을 오고 간 인물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곳과 비슷한 시설을 가진 전주시 덕진구 모 여인숙 주인은 "일용직 노동자들 등 생활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이 싼 숙소를 찾아 오래된 여인숙을 찾는다"며 "하루 7천원씩 계산해서 한 달에 한 번 숙박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주민들은 고단한 생을 보낸 노인들이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 주민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며 "(숨진 투숙객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여기서 사는 대부분이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했던 극빈층"이라며 "기구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달방에서 사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씁쓸해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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