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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아듀 2019∼거리 수놓는 희망의 빛

2019-12-20

저 불빛 바다 속으로 잠행…송년 스토리

해발 658m 앞산 전망대 장엄한 대구 야경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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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앞산 안지랑골 초입에서 1.4㎞ 떨어진 곳에 있는 앞산전망대. 12월로 접어들면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묵은 기운을 날리고 미래지향적 활력을 얻기 위해 전망대 번개를 송년회 스타일로 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거기서 보이는 장엄한 별빛의 강 같은 대구시내 야경. 그 자체로 장엄한 힐링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ADIEU! 2019년.

대구 앞산 안지랑골을 출발, 산길을 오른 지 50여분 만에 앞산전망대에 도착했다. “파이팅!” 나는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그리고 앞으로 1년을 위해 그렇게 혼자 외쳤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전경을 높은 곳에서 응시한다는 것. 현대인에겐 무척 주술적인 순간이다. 일상을 새로운 버전으로 힐링하는 과정 아닌가. 나를 둘러싼 권역의 전모를 일별해보고 싶다는, 일종의 자기 정체성 확인의 연장이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이번 ‘송년로드’의 첫단추로 설정한 앞산전망대를 향해 산길을 걸었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앞산. 1970년쯤 그 언저리에 달성공원과 쌍벽을 이루는 ‘앞산공원’이 탄생한다. 하지만 앞산이란 이름의 산은 없다. 대덕산·산성상·비파산·청룡산의 통칭이 바로 앞산인 탓이다. 앞산은 대덕산을 의미한다. 해발 658m, 거기가 정상이다.

하절기와 달리 겨울 해는 중천에 닿자마자 어둑하니 꼬리를 감춘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수면 아래로 갓 내려간 서녘 햇살의 후광이 석양으로 걸려 있다. 맞은편에서는 하루 앞선 보름달이 풍등처럼 올라가고 있다. 달빛과 햇빛을 동시에 관람한다. 두 빛 사이에 대구 전역이 갇혀 있다. 환하게 조도를 올리는 가로등, 아파트와 집, 상가의 불빛도 하나씩 앞으로 치고 나온다. 은하수가 대구 도심으로 놀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걸 바라보는 전망대 시민들의 표정은 연신 싱글벙글. 불빛이 그렇게 장엄할 수가 없었다. 화원이 아니라 빛의 공원인 광원(光園) 같았다. 전망대 초입은 불빛으로 만든 파르테논신전 기둥 같다. 다들 넋을 잃고 집어등처럼 부력을 유지하고 있는 시내의 모든 불빛을 내려다본다.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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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24일간 대구 수성못 산책로에서 진행되는 ‘제1회 수성못빛예술제’를 수놓을 재활용품 에코등과 큐브등.


장방형 빛의 세계 ‘화룡점정’ 83타워 조명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가인 ‘문리버’가 떠올랐다. 전망대를 위해 유튜브를 검색해 하모니카 버전의 문리버를 방출했다. 하모니카 소리도 전망대에서 하나의 길쭉한 불빛이 된다. 그게 저 불빛의 바다 속으로 잠행한다.

전망대에 갓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탓에 시야가 무척 흐릿했다. 사진촬영을 위해선 더 어두워져야 될 것 같았다. 나는 바람과 밀담을 나누며 야경이 제대로 힘을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 오후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시내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온 것 같았다. 83타워(우방타워)의 경관조명은 백미였다. 대구 야경의 화룡점정이랄까. 장방형 아라비아산 비단 같은 야경을 격자무늬로 가르는 두류공원·대명·현충로의 궤적도 감각적이었다.

저 불빛 바다 속으로 잠행…송년 스토리

남구 대명9동 베이커리카페 ‘별을 헤다’ 정문 앞. 거기서 앞산 쪽을 올려다보면 묘한 불빛이 하나 보인다. 어떤 이에겐 ‘도깨비불’로 다가선다. 저건 대구 시역을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 조명 게이트이다.

12월이라서 그런지 퇴근 직후 안지랑골 초입 주차장에서 집결, 1.4㎞ 지점에 있는 전망대로 오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아예 12월31일 전망대에서 진을 치고 해넘이·해맞이를 동시에 만끽하려는 이들도 있다.

예전보다 대구 시역이 꽤 넓어졌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봐야 동서남북의 규모를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 번개족들은 김밥, 감귤, 초콜릿, 견과류, 그리고 보온병에 미리 추출한 원두커피를 준비한다. 산정에서의 만찬을 송년회로 대신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안지랑골 초입의 대덕식당 선지해장국, 고령촌돼지찌개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뒤 야간산행을 하거나, 아니면 앞산권을 종주하는 무박 산행족들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잘 활용하면 전망대를 산중 음악감상실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 대구와 광주 포크뮤지션의 협의체인 달빛포크협회 대구지회 몇몇 포크뮤지션들도 적당한 날 연말연시 전망대버스킹도 계획 중이다.

전망대 산행 출발지는 안지랑골 초입 주차장. 거기서 전망대까지 50여분. 케이블카를 타면 15분 남짓인데 월~목요일 오전 10시30분 첫 운행이 시작된다. 마지막 편은 월~목요일은 오후 6시30분. 금~일요일은 오후 8시. 왕복권은 1만500원.

이번 송년로드에서는 동화풍의 카페 ‘아이니(INI)’, 케이크가 있는 송년파티를 꿈꾸는 오경란씨와 송년 모임에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벤트MC 이상훈씨, 그리고 추억의 세시봉 노래가 있는 LP주막 ‘찌짐집’의 송년스토리를 따라가봤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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