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람은 타고나는 것 아닌, 만들어 가는 것"
행동하는 것은 어릴때 습관서 나와
'나중에 잘해야지' 라며 미루기보다
할 수 있는 작은일부터 시작해봐야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열여섯 살의 그레타 툰베리 잘 알지요? 지구 온난화를 부르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겠다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하여 연설하고는 다시 범선으로 5천㎞를 항해한 끝에 유럽 땅으로 돌아왔던 툰베리 말입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뽑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툰베리도 더 어릴 적에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환경을 위해 1회용품을 덜 써라, 전기를 아껴써라 하는 말을 도무지 이해를 못했답니다. 그러다가 아홉 살 때 기후변화에 대해서 처음 알고부터는 당장 육식을 끊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생활로 바꾸었답니다. 심각성을 알고부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긴 것이지요. 그때부터는 정치 지도자들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학교 가는 것까지 그만두고 자기 나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학교 파업'을 외치며 1인 시위를 시작했고, 그 활동 무대를 넓혀 유엔총회에서 세계 정치 지도자에게 호소를 하게 됩니다.
툰베리의 이러한 행동을 보면서 오래전 우리 6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차례대로 한 사람씩 앞에 나와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윤제라는 아이가 말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윤제는 '산에 불을 지르지 맙시다'라고 칠판에 발표할 주제를 써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산에 불을 지르지 말자는 이야기는 도무지 우리 반 아이들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1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는 것은 산에 불을 질러 나무를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나무젓가락을 절대로 쓰지 말고 쇠젓가락이나 포크를 씁시다. 환경! 환경! 말로만 하지 말고 이 작은 것부터라도 야무지게 실천을 합시다. 우리 반부터 실천합시다. 이게 오늘 제 주장입니다."
그때는 학교에서도 소각장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교실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 태웠습니다. 윤제는 소각장에서 나무젓가락이 타는 것을 보고 산에 불을 지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윤제는 그 뒤부터 점심시간마다 1회용 나무젓가락을 쓰고 있는가를 조사하러 각 교실로 다녔습니다. 그때는 학교 급식을 하지 않아 모두가 도시락을 싸서 다닐 때니까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거든요. 또 소풍을 갔을 때도 윤제는 매의 눈을 하고는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더 대단한 것은 방학과제를 '동네 식당에 다니면서 나무젓가락 안 쓰도록 하기'로 정해서 실천을 했습니다. 표어를 만들어서 식당 문에도 붙이고, 마을 게시판에도 붙이고 다녔습니다.
실제로 나는 그때부터 나무젓가락을 써서 산에 불을 지르는 어리석은 일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는 식당마다 나무젓가락을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식당에 갈 때는 할 수 없이 쇠젓가락을 속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젓가락을 몽땅하게 잘라 가져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해서 넣고 다녔지요. 이제는 식당에서 1회용 나무젓가락을 거의 쓰지 않아서 쇠젓가락을 갖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1회용 컵도 쓰지 않습니다.
윤제의 나무젓가락을 쓰지 말자는 주장은 이렇게 큰 힘이 있었습니다. 그 힘은 말로만 주장한 게 아니라 바로 윤제의 실천하는 행동에서 나왔습니다.
'지금은 어려서 잘 안 되지만 어른이 되면 좋은 일 많이 할 거야.'
혹시나 이런 어린이가 있다면 아주 잘못 된 생각입니다.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릴 때 길러진 습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습관은 어릴 때 들이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그래서 작은 성취감을 자주 느껴보면 재미가 붙게 되고 자기에게 감동도 하게 됩니다. 이 재미와 감동은 또 다른 실천을 하게 하는 힘이 되고요. 그러면서 스스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훌륭한 사람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만들어지니까요.
윤태규<동화작가·세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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