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TV ‘말로하자’서 ‘대구 현실’ 진단
최저임금 못받는 열악 환경에 최고치 폐업률까지
청년의원들 “미래산업 유치와 청년유출 방지 절실”

지난 30일 영남일보 스튜디오에서 열린 '말로하자' 촬영에서 패널들이 각자가 생각한 '대구 활력지수'를 매긴 뒤, 이를 들어서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영준 대구 북구의원, 남기환 아나운서, 김경민 수성구의원.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대구에서 태어나면 인생 망한다." 자조 섞인 이 말이 최근 대구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는 청년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의 폐업자 수 등 암울한 현실이 맞물린 결과다.
영남일보TV '말로하자'는 대구에 정착한 두 청년 정치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 문제를 진단했다. 지난 30일 영남일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오영준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경민 수성구의원(국민의힘)은 지역 정치인이자 청년으로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나누고, 대구가 처한 위기와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두 의원 모두 '대구가 망한 도시'라는 표현에 대해선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0일 영남일보 스튜디오에서 열린 '말로하자' 촬영에서 김경민 수성구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오 의원은 "수도권 지역과 비교해보거나, 산업화 시기 대구의 위상을 떠올리면 지금의 자조적 표현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 3대 도시 명성을 되찾은 시민들의 소망도 담겨 있다"고 했다. 김 의원도 "과거 대구가 가졌던 위상과 대비했을 때 지금의 현실이 너무 씁쓸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최저임금 위반 도시'라는 오명에 대해 오 의원은 편의점,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 여전히 6천원대 시급이 지급된다는 증언이 나온 최근 청년노동 토론회 사례를 들며 "최저임금 미지급이 당연시되는 대구의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업주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게 '최저시급보다 낮은 시급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제기를 하면 당신은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가스라이팅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 역시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지만, 프랜차이즈 업체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상황이 달랐다"며 "최저시급이나 근로기준법에 대한 부분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구가 겪는 위기의 본질로 '산업 전환 실패'를 꼽았다. 그는 "섬유 등 산업이 변화하는 시점을 놓치면서 변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오 의원은 "이 도시와 사회를 이루는 대부분은 노동자인데,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 크다"며 "반대로, 대구는 '돈 있으면 살기 좋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대구에서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이대로 살아도 된다는 사고 방식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데 두 의원은 의견을 같이 했다. 오 의원은 "민선 1기 이후 대구를 장악한 특정 정당은 물론, 정치권 모두가 설득과 아젠다 제시에 실패했다"고 반성했다. 김 의원도 "산업 변화의 사이클에 맞춰 제도적 동력을 불어넣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지난 30일 영남일보 스튜디오에서 열린 '말로하자' 촬영에서 오영준 대구 북구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두 의원은 모두 대구 출신은 아니지만 이 도시에 정착했다. 김 의원은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지만, 꿈을 좇아 대구로 왔다"며 "도시의 매력적인 부분이 크고,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 오 의원도 "경북대 진학을 계기로 정착했는데, 대구가 내게 기회를 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며 정치 입문 배경을 설명했다.
두 의원은 대구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청년지수', '정주지수', '희망지수', '정치 변화 기대치'를 각 10점 만점(총 40점)으로 매긴 결과, 오 의원은 총점 25점, 김 의원은 29점을 줬다.
오 의원은 특히 희망지수 및 정치변화 기대치에 대해 각 7점을 매기면서 "대구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또한, 정치의 본령은 자원의 분배를 설계하는 일인데, 대구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보수지역에선 청년 정치인이 등장한 자체가 변화로, 전 수성구의회 전반기 부의장도 맡았다. 이런 흐름이 정치의 다양성과 변화를 상징한다"며 "산업 부문은 부족하지만, 점차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미래 먹거리 산업 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출 방지'를 대구 재건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오 의원은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표는 되는 정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청년 유출 방지와 미래 먹거리 산업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 의원은 "대구로 기업이 올 수 있도록 일자리 유치에 집중해 생산 유발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열려 있는 시각에서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어나기만 해도 인생 망한 도시? 대구가 이렇게 평가받는 이유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