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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기고] LOVE LETTER(러브 레터)

2020-01-16 14:54
하경환
하경환 변호사

"오겡키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 "와타시와 겡기데쓰(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이와이순지 감독, 1995년작)의 명대사다. 


여주인공(와타나베 히로코)의 약혼남(후지이 이츠키)는 등산 도중 조난으로 몇해 전 세상을 떠났지만, 고베에 살고 있는 히로코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히로코는 약혼남의 추모식 때 방문한 그의 집에서, 우연히 중학교 졸업앨범을 발견하게 된다. 이 후 앨범에 적혀 있는 이즈키의 주소로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적은 편지를 보낸다.


얼마 후 히로코는 놀랍게도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게 된다. 몇 번 주고받은 편지 끝에, 히로코에게 답장을 보낸 '후지이 이즈키'가 약혼남과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동명이인의 여성이란 걸 알게 된다. 히로코는 여성 이즈키를 통해, 고인(故人)이 된 약혼남의 과거 추억들을 알아가게 되는데,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히로코가 그를 잊어가는 과정이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히로코는 약혼남 이츠키가 조난을 당했던 그 산으로 찾아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외친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평범한 안부의 인사말을 통해, 여주인공 히로코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약혼남 이츠키를 그렇게 그렇게 떠나 보낸 것이다.


이와이순지 감독은, '과거'와 '현재', '오타루'와 '고베'라는 단절적 시공간에 대한 연결고리를, 영화 곳곳에 '보물찾기'처럼 넣어두었는데,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연결고리가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제7권)'라는 책이다.


인터넷 검색사이트 초록창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책 이름을 입력하면 이러한 내용의 지식백과 설명이 나온다. "망각 그리고 끊임없는 시간의 상실, 이로써 과거와 습관을 상실하는 것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대한 소설이다. 그 대답은 기억에 있다."


작년말 영화 러브레터의 재개봉 소식을 듣고서, 나는 상영관으로 달려가 두시간 남짓 동안 눈물을 훔치며, 홋카이도 오타루의 새하얀 설원에 내 모든 감정을 파묻어 버렸었다.


내 감정이 그러했던 그날 밤, 연예인 유재석은 모 방송사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면서, 그 수상소감으로 고인이 된 설리와 구하라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그 기사를 접한 순간, 내가 마치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히로코)이라도 된 듯한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이웃들, 친구들. 그들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망각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바로 2020년이라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거가 사라지지 말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억해야만 한다. 그녀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대답은 우리의 기억에 있는 것이다. 영화 러브레터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연재 소설 중 유독 마지막 권인 제7권을 등장시키는데, 제7권의 부제(副題)는 '되찾은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 주위의 설리와 하라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거친 다음, 햇살 반짝 빛나는 새하얀 설원 위에서 웃으면서 그녀들을 위해 평범한 안부의 인사말을 나직이 읊조려 봤으면 좋겠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하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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