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TV조선 '미스터 트롯'에 출연한 박경래씨. TV조선 화면 캡처 |
그는 남매를 키우면서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멀어진 듯한 아이들과의 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특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과정이고, 그러려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미스터 트롯'에서 예선을 통과한 대구은행 청원경찰 박경래씨. |
트롯이라면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도전자들의 다재다능한 끼와 실력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
박씨는 " 대부분의 참가자가 오랫동안 가수 데뷔를 꿈꾸며 준비해온 것 같았다. 그들에 비해 준비기간은 짧았고 경험도 너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을 비우니 대회를 즐기게 됐고 ,자신보다 어린 참가자들을 경쟁자가 아닌 재주가 많은 기특한 동생들로 챙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웃었다.
지난 20년간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은행 청원경찰로 근무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자연스레 몸에 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과보다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 박씨는 동료들에게 슈퍼맨으로 불렸다. 각종 마라톤 대회에 동료들과 참가하면서 매번 슈퍼맨 복장으로 선두에서 달리다보니 붙여진 별명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에 다니면서 직장을 구하게 된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는 그는 은행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박씨는 6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아내가 떠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 다시 슈퍼맨 복장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그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도 있었다.
'미스터 트롯' 예선을 통과한 대구은행 청원경찰 박경래씨(뒷줄 맨왼쪽가 자신이 근무하는 동북로지점에서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번 방송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는 아이들을 걱정했다. 예전처럼 동정 어린 시선과 섣부른 위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할 만큼 훌쩍 자랐다.
그는 '미스터 트롯'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다.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박 씨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다짐했다.
그는 "트롯 가수가 되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맡은 일부터 잘 하고 싶다"면서도 "대회가 끝난 후 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 하는 일에 많이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도성현 시민기자 superd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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