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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상준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 .31] 누가 언제 어디서 마스크를 쓸 것인가

2020-03-12

모두가 그리고 언제나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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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각오로 마스크 이야기를 해 본다. 코로나19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나면서 바이러스의 실제 위험보다 훨씬 더 큰 불안감이 전 국민을 사로잡고 있는 터라, 전염병 관련 이야기는 삼가려 했다. 하지만 사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병 자체보다 더 위험한 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기는 문제가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을 마비시키려 하는 까닭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우체국이나 약국 앞에 장사진을 친 사람들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정부의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 첫째요, 국민들의 맹목적인 이기심 또한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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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 자체보다 더 위험한 病에 대한 두려움
사회·개개인 마비시켜 '마스크 대란' 초래

손 자주 씻는 게 감염 예방 위해 가장 중요
이제라도 마스크 강박증·탐욕서 벗어나야


정부의 욕심이 과하다는 말은, 전 국민을 상대로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뜻이다. 국내의 1일 마스크 생산량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서 1천만장이 되었다. 놀라운 숫자다. 하지만 그만큼씩 그대로 시장에 풀린다 해도, 5천180만 국민의 5분의 1에게만 마스크를 줄 수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가 나서서 국민 모두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식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해 보겠다는 오만에 불과하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사와 확진자 처리에 있어서 전 세계적인 모범을 보이며 전력을 다해 온 점은 높게 사지만, 그러한 태도를 마스크 대책에까지 이어갈 일은 아니다.

현재의 마스크 정책이 갖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코로나19 방역의 우선순위를 흐리게 한다는 데 있다.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의 최우선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 분야 전문가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손 씻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뉴스를 기억하고 있다면 국민들도 모를 수 없다. 마스크가 첫째가 못 되는 것은, 일반 마스크로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막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바이러스를 담고 있을지 모르는 미세 침방울뿐이다. 감염자가 뱉는 침방울이 상대에게 튀지 않게 해 주는 것, 이것이 마스크의 기능이다. 따라서 마스크를 써야 할 사람은 의료진과 감염 의심자이지 전 국민이 아니다. 일부 써야 할 국민이 쓴다 해도,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면 마스크로 충분하고, 한 번 쓴 것이라 해도 잘 세탁하고 말린다면 다시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와 질본, 일부 언론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간간이 말하기 시작했지만, 그것만으로 마스크를 찾는 국민들의 강박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마스크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의 호응도 필요한데, 마스크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면 된다.

동승자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나, 길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장면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경우들이야말로 마스크 대란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자 심각한 물자 낭비다. 자기 혼자 있는 차 안에서 마스크가 왜 필요할까. 전혀 필요 없다. 매일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차 안에서도 마스크는 필요 없다. 길을 걸을 때도 마스크가 필수는 아니다.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요즈음 대한민국 어떤 길거리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보행자에게는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초기 감염자라 해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옷소매로 가리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길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할 일은 아니다. 그런 사람의 침방울이 뱉어진다 해도 그것은 곧 땅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선에서라면 모를까, 바이러스나 그것을 담은 침방울이 야외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은 없다.

마스크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 다들 아는 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다. 직장의 사무실, 학교나 학원의 교실, 각종 대형 매장 등이다. 이런 곳에서도 잠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라면, 서로 간에 적정 거리를 띄우거나 쌍방 중 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모두가 그리고 언제나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높여 기도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종교 시설이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운동 시설은 물론 예외다. 그런 시설의 이용 자체를 삼가야 한다. 거기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 해도 위험하다.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를 막지 못하는데, 그러한 공간에서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서로가 침방울을 튀기면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떠다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라 해도 모든 사람들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금할 일도 아니다.

마스크를 챙기려는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줄을 서는 모습이 우리 국민의 마스크 강박증을 증명한다.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니 이를 사회적 사실로 인정하자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마스크 생산 시설을 밤낮없이 가동한다 해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이 충분히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국가의 전체 수요를 줄여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자가용을 운전할 때, 길을 걸을 때, 동네 슈퍼를 다닐 때 등은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아낀 마스크가 의료진 및 의료 봉사 인력, 병원의 환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못할 정도로 전 국민이 마스크 구매에 열을 올리는 일은, 솔직히, 한심하고 부끄럽다. 감기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며칠간 추이를 보고 심해질 때 선별진료소에 연락하게 되어 있으니, 국민 모두 이를 따른다면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활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마스크 대란이 초래되는 현 상황은, 국민들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거나 의심받지 않으려는 두려움을 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전 국민적인 스트레스가 주는 피해는 도대체 얼마일까. 또는 그러한 의심 위에서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겨야지 하는, 실효가 없다는 의미에서 쓸데없고 실제와 다르다는 점에서 맹목적인 이기주의를 보여 준다. 이러한 이기주의가 전 국민적으로 확산, 유지되는 데 따르는 문화의 손실은 또 얼마일까.

이제라도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와 질본이 마스크의 한정적인 역할을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언론들 또한 그간의 선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마스크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마스크에 대한 탐욕을 다스리고 개인 위생에 더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외국의 수가 늘어나는 데 한몫을 했으리라는 점도 부기해 두자. 우리의 그런 모습이,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았겠는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학부장·문명시민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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