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도, 엘리자베스 여왕도 포기할 수 없었던 화사한 얼굴'
봄을 부르는 맑고 깨끗한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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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화 '클레오파트라'(Cleopatra·1963년 작)를 통해 재해석된 고대 이집트의 화장과 헤어 장식. (출처: noblesse.com) ②영화 'Elizabeth the golden age'(1998년 작)에서 재현된 엘리자베스 1세의 메이크업 스타일. (출처: https://www.mymovies.it) ③풍부하고 짙은 웜컬러와 마스카라를 생략해 성숙함을 표현한 아이 메이크업 제안. (출처: wgs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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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는 결점 없이 맑고 깨끗한 피부표현을 강조한다. (출처: wgsn.com) |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임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체감하게 된다. 이제 힘들었던 겨울을 걷어내고 변화하는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옷매무새를 살피게 될 것이다. 겨우내 한 몸처럼 함께했던 외투를 벗는 것으로 시작해 가볍고 들뜬 맘으로 웅크리고 있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켜며 성큼 다가온 봄을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자. 이 고민의 화룡점정은 봄 패션을 완성으로 이끌어줄 메이크업(Make-up)으로 귀결된다.
인류사적으로 메이크업, 즉 화장행위에 대해 명확한 시작과 구분을 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화장이 인간의 본능이고 이를 통해 종교적인 치장이나 신체의 보호, 고대 신분계급의 표시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온 맥락을 살펴볼 때 그 기원이 인류의 발생과 함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메이크업은 넓은 의미로 화장품을 바르고 매만져 곱게 꾸미는 행위를 말하며, 약점이나 추한 부분을 수정하거나 위장하는 수단을 말한다. 이는 아름답게 꾸미고 매만지는 일상적인 화장뿐만이 아니라 보디페인팅, 문신 등을 포함하는 장식행위까지를 의미한다.
17C 英시인, 메이크업 용어 처음 사용
'여성의 매력을 높여주는 행위' 표현
고대 이집트 남녀 모두 일상 생활 화장
거룩함 상징…계층 구분 기준 되기도
중세 서양, 처녀 볼에 붉은색만 허용
쌀 가루분으로 흰 피부, 파우더룸 시초
근대 이후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변모
자연·웰빙 추구 2020 메이크업 트렌드
클래식과 차분함…세련된 에너지 발산
메이크업의 용어 사용은 17세기 초 영국 시인 리차드 크라슈(Richard Crashou)에 의하였는데, 그는 자신의 시(詩)에서 '메이크업이란 여성의 매력을 높여주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이보다 앞서 그의 희곡에 페인팅(Pain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전래된 짙은 화장을 의미하며, 16~17세기 연백을 원료로 사용하여 만든 안료를 얼굴에 칠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 밖에 프랑스의 마퀴아주(Maquillage)는 원래 연극의 분장을 의미하는 용어였으며, 투알레트(Tolette)는 1540년경 영국에 전해져 토일렛(Toilet)으로 변한 말로써 화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치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대 메이크업의 의미는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의 일부로 피부의 결점을 보완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노화방지의 개념까지 포함하며, 통상적으로는 얼굴에 여러 가지 색조화장품을 이용하여 덧바르고 만지는 행위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메이크업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 모두 일상생활에서 전면적으로 화장을 적용했다. 당시 아름다움의 개념은 외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화장의 기원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종교의식에서부터 유래되었다. 나일강과 사막을 비추는 뜨거운 태양 빛에 노출된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화장품과 화장법을 개발하였고, 점차 사회·경제가 안정됨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 다양해져 갔다. 이집트인의 화장은 그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점차 자신을 가꾸기 위한 미적인 의미로 변화되었고 상류층과 평민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집트 무덤에 남아 있는 회화와 예술작품은 정교한 분장과 가발이 이집트인들의 일상생활, 특히 지배계층들에게는 생활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중세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메이크업이 제한되었고 화장을 저속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처녀에게는 정숙함의 표시로 볼에 붉은색만 허용하였고, 십자군 전쟁 이후 안티몬, 향유, 회교도의 메이크업 풍습이 유입되어 노화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메이크업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납가루를 사용하여 창백한 피부를 만들고 머리털을 제거하여 이마를 넓어 보이게 하였다.
르네상스(Renaissance)시대에는 남녀 불문하고 과도한 장식과 화장이 유행하였는데, 특히 얼굴 전체를 깨끗이 면도하고 머리 또한 이마 뒤로 넘겨서 이마를 한층 더 강조하며 백납분을 하얗게 바른 후 눈썹을 가늘게 그렸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화장법은 영화를 통해서도 인상 깊게 남겨져 있다. 우아하고 여성적이며 귀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로코코(Rococo)시대에도 17세기와 마찬가지로 두껍게 화장을 했는데 백발의 유형에 맞추어 얼굴은 매우 희게 강조하였다. 남성들도 화장을 하였으며 패치(Patch : 얼굴에 붙이는 장식용 점)의 사용이 대단히 유행하였다. 플럼퍼(Plumper: 볼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입 안에 무는 물건)를 사용해 뺨을 통통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벨라도나의 즙을 이용하여 동공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마담 퐁파두르는 쌀 가루분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파우더 룸의 시초가 되었다. 근대 이후부터는 메이크업의 경향이 자연스럽고 우아한 모습으로 변모되었고 19세기 중반부터 화장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되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통하여 변화하고 발전을 거듭해 온 메이크업은 현대인에게는 생활의 연출임과 동시에 패션이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아름다움의 표현과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메이크업은 이제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며, 단순히 미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에 머무르고 있지도 않다. 보다 원초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을 재발견하며 다양한 시도와 함께 기술적·감성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성별 구분 없는 메이크업 캠페인과 제품,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 비만한 외형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자는 개념) 운동과 함께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까지 뷰티 업계는 폭넓은 다양성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웰빙을 추구하려는 2020년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는 클래식하고 편안하며 시각적인 에지가 흐를 뿐 아니라 차분한 감성과 세련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메이크업을 제안하고 있다. 곧 거리에 터져 흩날릴 봄꽃을 기다리며 가볍고 섬세한, 티 없이 깨끗한 피부 표현과 애플존에서부터 번트 오렌지 블러셔로 물들인 치크(Cheek). 여기에 풍부하고 짙은 웜 컬러와 마스카라를 생략해 보다 성숙한 이미지로 표현한 아이메이크업과 입술 한가운데에 매트한 컬러를 바르고 입가에는 밝은 메탈릭 색조를 혼합해 투톤 그레이디언트 효과를 연출하여 정서적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트렌디한 봄 메이크업에 도전해 보자.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참고자료
△ 2020 S/S(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 전망.(wgsn.com) △ 2020 S/S(봄·여름) 빅 아이디어: 뷰티.(wgsn.com) △ 메이크업 중요도와 만족도 성향이 화장품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선화 학위논문 2007) △ 고대 이집트 메이크업과 1960년대 메이크업 상관관계 연구.(정혜영 학위논문 2008) △wgsn.com.
△ google.com. △ pinterest.com. △네이버지식백과 Make-up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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