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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염병'과 코로나19

2020-03-26

염병은 장티푸스 이르는 말
전염병 직접적인 언급 피해
코로나 관련된 어려운 표현
일반인 정보 얻는데 걸림돌
우리말로 쉽게 풀어 써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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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유튜브의 영상을 보던 아이가 묻는다. "엄마, 염병이 뭐야? 저 사람이 염병이라는 말 자주 하던데." 못마땅하거나 재수 없음을 표현하는 욕 같은 거라고 말해 주니, 왜 '염병'이 그런 뜻이냐고 또 묻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집에만 있어 시간도 많겠다 아이에게 질병과 관련된 단어와 표현들을 이야기해 준다.

'염병'(染病)은 전염병(感染症)과 같은 말로, 전염병 중에서도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변변한 약도 없었던 옛날에는 이런 전염병이 돌면 온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공포와 혐오로 전염병을 뜻하는 '염병'이 욕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전염병과 관련된 표현 중에 '학을 떼다'라는 표현도 있다.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느라고 진땀을 빼거나, 그것에 질려 버렸을 때 쓰는 말이다. 이때 '학'은 '학질'을 이르는데, 학질은 말라리아를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학질에 걸리게 되면 고생도 심하고 낫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괴롭고 힘든 상황을 벗어나느라 진땀을 뺄 때 '학(을) 떼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염병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일 수밖에 없다.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대상을 바로 언급하기를 피하려고 대체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천연두를 '마마'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마마'는 '대왕마마, 대비마마'와 같이 존대를 나타내는 말이다. '마마 손님 배송하듯'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표현은 행여나 가지 아니할까 염려해서 그저 달래고 얼러서 잘 보내기만 한다는 말이다. 전염병을 어찌할 수는 없으니 제발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표현에 잘 드러난다.

예로부터 전염병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예방약과 치료약이 없어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었기도 했지만, 전염병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어서 더욱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은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고, 일반인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염병과 관련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단어나 표현들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팬데믹' '코호트 격리' 등과 같이 대부분 외국어나 어려운 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주 쓰게 된 외국어와 한자를 혼용한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팬데믹(pandemic)'은 '(감염병) 세계적 유행'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는 '동일 집단 격리'와 같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꿀 것을 추천했다. 어려운 외국어와 한자로 된 말들은 일반인이 정보를 충분히 얻고,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받는 이때,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이익을 위해 공포심을 이용하는 '염병할 놈'들이 있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서로를 보듬고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잘하고 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 꽃이 피는 봄이 오듯이, 우리에게도 곧 봄이 올 것이다.
홍미주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강의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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