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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여측이심

2020-05-04

예부터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고 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 여자의 마음만은 아니다. 불완전·불안정한 존재인 인간의 마음은 남녀를 불문하고 돌변하기 쉽다. 이해관계에 따라 잘 바뀐다고 해서 '마음처럼 간사한 것은 없다'는 말도 나왔다.

'측간 앞의 두 마음'을 뜻하는 '여측이심(如측二心)'은 인간 심리를 잘 대변한 말이다. '화장실 갈 적 마음 다르고, 나올 적 마음 다르다'는 뜻이다. 다들 간절히 바라는 일을 앞두고서는 성심성의를 다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는 당초의 절박함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간·쓸개를 다 빼줄 것처럼 굴다가도 뜻한 바를 이루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안면을 몰수한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영어권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폭풍 속 맹세가 고요 속에서는 잊혀 버린다(Vows made in storms are forgotten in calms)'라는 속담이다. 사람 마음은 원래 이처럼 경박하고 이해타산에 좌우되기 쉽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甘呑苦吐)'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도 삶아 먹는다(兎死狗烹)'는 말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반면, 드물지만 변하지 않는 마음도 있다. 바로 '항심(恒心)'이다. '늘 지니고 있어 변함이 없는 올바른 마음'을 뜻한다. 한데 이런 항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항심은 신의(信義)에 직결된다. 기만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 게 믿음과 의리다. 서양의 기사도(騎士道)는 용기·관용·신의를 기본 덕목으로 삼고 있다. 동양의 군자도(君子道) 요건에도 신의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유사 이래 역사의 흐름은 결정적 순간의 숱한 배반으로 바뀌었다. '배반당하지 않는 도움은 거의 없다'는 말이 입증한다. '여측이심'을 수긍해야 편하다. 현시대를 '불신시대', 더 나아가 '배신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혼미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선각자들은 '사람을 믿되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이 이율배반적인 처신이 난세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식이라니.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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