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드론족 몰려…일출·노을 담으려 새벽부터 진풍경
SNS·유튜브 통해 입소문…방치된 채석장, 콘텐츠 자산으로
하늘 위 예술 담으려는 경쟁…촬영 명당 놓고 자리 싸움도

가창 폐채석장에서 촬영 중이던 드론이 복수 기종 간 신호 충돌로 돌바닥에 떨어졌다. 보호 가드 덕에 외형 손상은 크지 않았지만, 드론 밀집 비행에 따른 주의가 요구된다.<온라인 드론 커뮤니티 캡처>

드론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창 채석장 항공 영상의 한 장면. 짙은 녹음 사이로 드러난 붉은 절벽과 비취빛 웅덩이가 어우러진 이곳은 대구 달성군 가창읍의 폐채석장이다. 과거 산업 유산이 드론 촬영지로 재조명되며, 전국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온라인 드론 커뮤니티 캡처>
대구 달성군 가창읍의 한 폐채석장이 최근 '드론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한때 석재를 캐내던 산업현장이었다가 수년간 방치됐던 곳이 전국 드론 마니아들이 몰려드는 촬영 성지로 변모한 것. 거칠고 웅장한 암벽 사이로 떠오르는 해와 저무는 노을이 한데 어우러지며, 하루 수십 대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다. 자연과 인공의 흔적이 연출하는 이 풍경은 '하늘 위 예술'로 재탄생하고 있다.
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는 이곳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연일 업로드된다. 웅장한 절벽과 안개 자욱한 능선, 그리고 그 위로 비치는 햇살이 어우러지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자연스레 드론 마니아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지난 4일 현장에서 만난 드론 촬영자 김영호(39)씨는 "이른 새벽, 붉게 물든 하늘과 절벽에 비치는 햇살을 드론 카메라에 담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며 "새로운 풍경을 찾기 위해 제주나 강원도까지 다녔는데, 이곳만큼 드라마틱한 장소는 드물다"고 감탄했다.
채석장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절벽 라인, 층층이 패인 지형, 인근 산맥과 어우러진 수림 지대가 드론 항공 촬영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특히 동쪽으로 열린 지형은 해 뜨는 방향과 맞물려 일출 촬영명소로 부상했다. 오후에는 붉은 석벽에 노을이 내려앉아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른 새벽, 촬영을 위한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인기 촬영 포인트는 일찍부터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드론 조종자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한 무전 교신도 이뤄진다. 드론 고도, 비행 동선, 조종 주파수를 조율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자발적인 '하늘의 에티켓'이 형성되고 있다.
폐채석장은 본래 석재를 채굴하던 산업현장이었다. 수십 년간 인적이 드물었던 공간이 자연의 시간과 만나면서 오히려 '거칠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돌 하나하나 깎아내던 인간의 손길이 멈춘 자리에서, 새로운 시각 예술이 피어나고 있는 것.
지방 중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 유산이 콘텐츠 자원이 되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유휴지+드론+디지털 콘텐츠' 조합은 지역 재생사업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성과 현장성이 강조되는 시대, '대구 가창 폐채석장'은 로컬 콘텐츠의 표본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