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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로드] 경상도 국수열전 (3) 구룡포 국수기행①

2020-07-24

억척스러운 할매 손
억센 바닷바람 맞은
억수로 맛있는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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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의 해풍을 이용해 맛 좋은 잔치국수용 건면을 50여년째 품고 있는 포항 구룡포전통시장의 산증인 중 한명이자 제일국수공장 1대 사장 이순화 할매가 절단된 국수를 가지런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낙락장송처럼 굽어버린 두 손 옆에 백옥처럼 고운 자태로 앉아 있는 저 뽀얀 국수가 간단치 않았을 할매만의 한평생을 대변해주고 있다.

지난번 추억의 국수공장 편 때 언급 못한 전국구 추억표 국수공장이 아직 여럿 있어 조금 간추려 본다.

호남권에서는 전북 임실의 '백양국수'와 전주의 '송철옛날국수공장'이 양대산맥이다. 1977년 전통의 송철공장은 부안의 뽕잎, 군산 검정쌀, 익산 자색고구마 등 5가지 농산물의 100% 천연분말로 색을 내며 천년전주기네스에도 선정된 바 있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동문사거리 '국시코시'나 삼천동 '옛날양푼국수', 월드컵경기장 인근 '자미원' 등이 송철국수를 애용하고 있다. 백양국수를 받아 파는 임실 강진시장 내 할매국숫집인 '행운집'(김복례 할매)은 안도현 시인 등 전라도 문인들이 단골로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충북 음성에 있는 '강식품'은 다른 방식의 국수를 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치대고 늘려서 만드는데 '수연소면'이라 이름 붙여진 일본식 국수를 생산한다. 수도권에서는 단연 인천시 불로동 '권오길 손국수'를 알아준다. 허영만의 인기 만화 '식객(국수완전정복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국수 전문식당도 겸하고 있다.

경상도권 3대 국수공장이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전통시장 심장부를 점한 '제일국수공장', 그리고 부산국수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구포국수공장',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수산중앙시장 내 '수산국수공장'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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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꽁치완자를 고명으로 올린 구룡포전통시장 시락국수. 어탕국수의 변형으로 보인다.

이제 발길은 '모리국수'의 포구, 구룡포로 향한다. 어느날부터 '국수촌'으로 불리기 시작한 구룡포시장. 국수족들이 누들로드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찾는다고 하는 모리국숫집이 10여곳 흩어져 있다. 모정, 까꾸네, 순이네, 성은, 아지매, 진미, 장모손, 시장, 초원, 혜원…. 그 옆에 소문난 할매잔치국수, 여기에 '선창식 해장국'으로 불리는 꽁치다대기 전문 진아네와 화진식당, 그리고 전통시락국수 등도 시너지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 국수 덕분에 서쪽 가장자리, 구룡포초등학교 앞길에 찐빵, 꽈배기, 팥빙수, 김밥, 떡볶이 등 분식가게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찐빵의 진원지는 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철규분식'이다. 모리국수를 먹고 나면 그 분식집에 가서 1950년대식 시골찐빵을 스위스 퐁뒤 같은 단팥죽에 찍어먹어봐야 한다. 여기도 제일국수를 사용해 잔치국수를 말아준다. 근처 백설분식의 3천원짜리 수제팥빙수도 꼭 드셔보시라. 가성비가 장난이 아니다. 석양이 피어날 무렵, 한잔이 당긴다면? 선모텔 뒤편 구룡포의 대표적 선창골목으로 들어가 장원식당, 돼지식당 등을 클릭해보시라.


경상도권 3대 국수공장 명성
구룡포전통시장 '제일국수공장'
일본인 가옥거리 조성 입소문
모리국숫집 활성화에도 한몫
시골찐빵·꽈배기·수제팥빙수…
학교 앞 분식가게 때아닌 특수

고춧가루 팍팍 넣은 뱃사람 음식
화끈·얼큰한 구룡포식 생선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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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식당과 함께 모리국수 돌풍을 일으킨 까꾸네 모리국수. 여기는 홍합이 고명 구실을 하고 미역초 대신 아귀 등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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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로부터 요리법을 전수한 며느리 김복순 사장의 손맛이 감도는 모정식당 모리국수. 토박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도착했을 때 간간이 비가 오락가락했다. 13년 전에도 취재차 찾았던 바로 그 구룡포. 그때 구룡포는 '과메기'로만 관심을 끌었다. 거기에 모리국수와 철규분식의 찐빵 정도가 외지인에게 겨우 알려지던 시점이다. 대게와 고래고기와 관련이 있지만 영덕 강구항, 울산 장생포 고래고기거리의 명성에는 대적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10여년 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일본인가옥거리가 입소문 나면서 덩달아 상종가를 치기 시작한 게 바로 모리국수다. 모리국수? 유래가 꽤 재밌고 호기심을 유발시켜 더 유명해진다. 몇 가지 설이 있다. '모리'는 강원도 막국수의 '막'과 비슷한 의미인데 그날 잡힌 생선과 해물류를 대충 '모디(모아의 사투리)' 넣고 여럿이 냄비째로 먹는다고 해서 처음에는 '모디국수'로 불리다가 나중에 모리국수로 굳어졌다는 설, 음식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포항 사투리로 '나도 모린다'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 '많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 '모리(森)'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 등이 뒤섞여 있다.

모리국수에는 유달리 고춧가루가 많이 투입된다. 유달리 센 간을 원하는 뱃사람음식 탓이다. 매운탕과 해물탕, 그리고 강촌에서 유행하는 어탕국수의 기운이 한데 엉켜있는 대구 육개장처럼 화끈하고 얼큰한 '구룡포식 생선국수'랄 수 있다.

목요일 오전 11시10분. 구룡포수협 앞 도로 1㎞ 구간은 영덕 강구항 대게상가를 빼닮았다. 상가 복판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가 구룡포 상권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그 상권 심장부에 구룡포시장이 버티고 앉아 있다. 그 센터에 50여년 역사를 가진 제일국수공장이 배꼽처럼 박혀 있다. 이 선창에는 다양한 국수군이 집결돼 있다. 모리국수~잔치국수~시락국수~꽁치다대기해장국~짬홍(홍게짬뽕)과 대게칼국수, 그 뒤를 찐빵과 꽈배기가 지원사격한다.

'해풍국수 1번지'로 정평이 난 제일국수공장 앞에 서니 나도 한 그릇의 국수가 된다.

글·사진=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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