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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마스크, 패션 트렌드 아닌 시민명령

2020-09-23

백신도 없는 코로나 안개 정국

믿을 것은 안전 지킴이 마스크

패션 유행인식 안일함은 금물

감염도시 이미지 조기 세탁을

마티켓 문화, 보건위생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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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사회부 차장

온종일 한 겹 천 조각을 입에 밀착시킨 채 지내는 건 참 갑갑하고 곤혹스러운 일이다. 요즘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의혹만 제기하면 무조건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무리로 몰아세워 방어막 치기에 급급한 정치판을 보는 것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 입가에 피부 트러블이 잦고, 호흡도 버겁다. 하지만 '참을 인(忍)' 자를 수없이 가슴에 새기며 견뎌내야 한다. 운이 없게도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지로 제대로 낙인찍힌 대구는 더욱 그렇다.

백신이 없는 현 상황에서 오직 믿을 것은 마스크 착용뿐이다. 마스크는 1897년 프랑스 파리의 한 외과의사가 수술할 때 환자의 입·코에서 나오는 세균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사용됐다. 그간 일반인들에겐 외출시 미세먼지·황사를 막기 위해 잠시 입에 덧대던 소모품일 뿐이었다. 이젠 시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이른바 마스크의 재발견이다.

착용방식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창 시행 중이지만 대구 중심가 동성로에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들을 자주 본다. 코만 내놓는 '코스크', 턱에만 걸친 '턱스크' 행렬에선 분노를 느낀다. 이들에게 공동체 연대의식을 기대하는 건 사치로 보였다. 이기적인 행보엔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 집단발병으로 한때 도시자체가 셧다운(폐쇄)될 위기에 처한 도시가 맞나 싶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을 가기는 여전히 겁이 난다.

수년 전 일본에 갔을 때 한여름에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흰 마스크를 쓴 채 무리지어 다니는 걸 신기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땐 지금처럼 역병이 돌지도 않을 때다. 갑자기 재채기가 났을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착용한 것. 남(사회)을 배려하는 자세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있었다.

혹시 시민들 상당수는 마스크 착용을 하나의 패션 트렌드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해 홍콩의 시민 시위대가 경찰이 복면사용을 금하자 마스크 착용을 허락하라며 열심히 마스크를 쓰며 외치던 '표현(저항)의 자유'와도 거리가 멀다. 마스크 착용은 준엄한 시민명령이다.

대구는 대규모 코로나 집단감염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매일 몸부림친다. 대구시는 욕 먹을 각오하고, 전국 최초로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고지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렸다. 식당·카페에서 먹고 마실 때만 빼고 꼭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시민운동도 벌인다. 식사 때 말하기 좋아하는 시민들은 원성이 클 수밖에 없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대구시민 자존심 문제와도 결부돼 있다.

지난달 중순 수도권에서 하루 4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었다. 놀란 수도권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지난 2~3월 대구 집단감염 사태 이래 가장 많다며 대서특필해 대구시민의 마음을 후벼팠다. 잠시 잊고 있던 코로나 악몽이 오버랩되자 대구는 또 한번 좌절했다. '보건 위생도시'로의 이미지 세탁이 더 간절해졌다. 세계적 찬사를 받던 K-방역에 묻혀 제대로 목소리도 못냈던 'D(대구형)-방역'의 공(功)도 재평가 받아야 한다. 마스크 미착용자가 주위에 있으면 눈치보지 말고 착용을 권고하고 또 이를 기분좋게 수용하는 마티켓(마스크 착용+에티켓)문화가 필요하다. 누구보다 코로나 때문에 악전고투(惡戰苦鬪)했던 대구 시민들이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다.
최수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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