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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낙동강 물길따라…떠나자! 상주 핫플레이스] <11> 명주박물관과 함창명주테마파크

2020-10-19

결 고운 전통의 함창명주 역사·생산과정·제품 한눈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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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명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주시 함창에 들어서 있는 명주박물관. 상설전시실·체험전시실·영상관으로 구성돼 있고, 명주의 역사부터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성까지 느낄 수 있다.

누에나방이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누에는 20여 일 동안 단지 네 번만 잠을 자며 열심히 뽕잎을 갉아 먹는다. 사각사각 뽕잎 먹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다 멈추면 누에는 번데기가 될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고치를 짓기 시작한다. 그렇게 70여 시간이 흐르면 하얀 고치가 완성된다. 누에를 키워 고치를 생산하는 일을 양잠(養蠶),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은 잠사업(蠶絲業), 뽑아낸 실로 직조한 천이 명주(明紬)다. 잠사인들은 5월 초 봄누에를 치기 전 누에의 영혼을 위해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누에의 영혼을 위해! 한반도 양잠의 시작은 고조선 때로 짐작된다. 삼국시대부터 잠사업은 나라에서 권장했고 조선시대에는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고 고치를 거두는 모범을 보였다. 긴긴 시간이다. 이토록이나 긴긴 시간을 단번에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상주의 함창(咸昌)이다.

#1. 함창명주와 명주박물관

상주 함창은 소백산맥 남쪽사면 낙동강 상류의 분지로 옛 고령가야국의 도읍지였다. 신라시대부터 양잠과 명주로 유명했고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명주장이 닷새마다 열렸던 고장이다.

양잠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에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이었다. 1970년대 일본이 생사 수입을 규제하며 위기가 왔고 1990년대에는 중국산 생사와 원단이 대거 유입되면서 잠사업은 고사위기에 처했다. 현재는 거의 전멸 상태다. 그러나 함창에서는 지금도 전통방식으로 명주를 생산한다. 명주실을 물에 적셔 손으로 짜던 베틀의 원리를 이용해 전통명주 폭인 15인치를 유지해 아주 촘촘하고 결이 고운 고급 명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국내 유일이며 최대다.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만큼 생산량은 적지만 아직도 50여 가구에서 연간 전국의 약 30%인 12만 필을 생산한다. 한 해 소득만 72억여 원에 달한다. 여전히 전통명주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함창, 그곳에 명주박물관이 있다.


양잠의 고장 대변하는 명주박물관
상설전시실·체험실·영상관 등 갖춰
실뽑기·베틀짜기 등 알기쉽게 설명
지금도 50여 가구 한해 12만필 생산


명주박물관 옥상에 거대한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고 있다. 앞마당에는 한 여인이 베틀에 앉아 명주를 짜고 있다. 명주 탄생의 요약이다. 박물관 뒷마당에는 150년 된 산뽕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함창 대조리 왁사골에서 자란 아주 오래된 뽕나무다. 조상 대대로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기게 해 주고 학비를 마련해 준 나무라 한다. 나무는 2013년 이곳 박물관에 기증돼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명주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체험전시실, 영상관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먼저 양잠과 관련된 아주 오래된 흑백사진들을 볼 수 있다. 옆에는 누에고치 실뽑기, 명주실꾸리 감기, 명주 베틀짜기까지의 과정을 쉽게 알 수 있는 인형 모형이 있다. 또 한쪽에는 함창명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자연스러운 투박함과 우아한 고전미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체험 전시실에는 핀, 지갑, 거울 등 명주로 만들어진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실제 베틀과 함께 명주를 짜는 동작순서를 상세히 알 수 있다. 상설 전시실에서는 먼저 우리나라 잠업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내용이 펼쳐진다. 베틀에 앉은 여인을 마주보며 전시실 깊숙이 들어가면 한가운데에 걸려 있는 상색과 청색의 멋진 옷이 보인다. 상색은 뽕나무 잎이 처음 나올 때의 청색이 도는 황색을 뜻한다. 이 멋진 옷은 왕비의 '친잠례복'이다. 옛날 궁중에서는 왕비가 친히 누에와 명주를 생산하는 행사인 '친잠례'를 가졌는데 그때 왕비가 입었던 옷이다. 이 외에도 명주실의 다양한 종류와 쓰임, 양잠과 잠사업 전반에 쓰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도 볼 수 있다. 명주의 역사부터 만들어지는 정성까지 느낄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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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곤충체험학습관에서는 시기에 따라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누에와 장수풍뎅이 등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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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명주테마파크 내에 위치한 한복진흥원에는 전시·홍보관, 융복합산업연구관, 전수학교가 들어서 있다.

#2. 함창명주테마파크

명주박물관 뒤편 나지막한 언덕은 장미공원이다. 공원에는 20여 종의 장미 4만 그루가 심겨 있는데 꽃철이면 백만 송이의 장미가 피어난다. 150년 산뽕나무 곁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 장미공원 언덕 마루의 정자에 닿는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한복진흥원, 경북잠사곤충사업장, 가공 생산시설 등 함창명주와 관련된 시설들이 단풍나무 숲길, 야외무대, 쉼터, 광장과 실개천, 족구장 등과 함께 어우러져 넓게 펼쳐져 있다. '함창명주 테마파크'다.

한복진흥원은 전통섬유를 기반으로 한복산업을 활성화하고 한복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곳이다. 전시 홍보관, 융복합산업연구관, 전수학교로 구성되며 이달에 개원할 예정이다. 가공 생산시설로는 2013년 '향토뿌리기업'에 선정된 '장수직물'이 있다. 장수직물은 4대째 잠사업에 종사하며 백년이 넘게 전통을 지켜온 기업이다. 현대에 들어 기계화가 많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전통적인 재직방식이 남아 있다.


나들이 명소 함창명주테마파크
한복진흥원·잠사사업장 등 들어서
매년 5월초 잠령탑 앞서 풍잠기원제
백만송이 꽃피는 장미공원도 조성



테마파크 내에 위치하지는 않지만 함창읍 오동리에 있는 '허씨비단'도 전통 명주길쌈을 5대째 잇고 있다. 허씨비단은 가내수공업 형태로 이어져 오다 1988년에 기업 형태로 발전시켰고 2019년에 향토뿌리기업에 선정됐다. 허씨비단의 누에치는 방인 잠실은 보존 가치가 높은 산업유산이기도 하다. 대대로 사용하던 양잠 도구들이 전시돼 있으며 이들을 활용한 양잠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북잠사곤충사업장에서는 우량 누에씨의 생산과 보급을 비롯해 누에 유전자원의 계통보전, 애누에 공동사육 공급, 기능성 양잠산업 시험연구개발, 유용곤충자원 산업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일반인의 관람이 허용되는 곳은 곤충생태전시관과 누에곤충체험학습관 등이다. 곤충생태전시관에는 곤충의 진화과정, 땅속, 물속, 숲속 곤충의 생태와 다양한 표본이 전시돼 있고 곤충표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누에곤충체험학습관에서는 시기에 따라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누에와 장수풍뎅이 등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이곳에서 공급하고 있는 누에와 배추흰나비 곤충사육키트는 특히 인기가 높다.

누에곤충체험학습관 앞에 '잠령(蠶靈)'이라 새겨진 커다란 돌탑이 있다. '잠령탑'이다. 잠령은 누에의 영혼을 뜻한다. 매년 5월 초 바로 이 탑 앞에서 누에의 영혼을 위한 제를 올린다. 날개를 펼치지 못한 누에의 영혼을 위로하고 양잠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풍잠기원제다. 탑은 전체 높이가 3.55m에 이르며 전국의 잠령탑 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원래 이 잠령탑은 1930년 대구 수성4가동에 처음으로 건립됐다. 1962년 상주시 복룡동으로 이전됐으며 201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산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1984년 한국을 다녀가면서 산문시 '한국찬가'를 남겼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단군은 한국인에게 꾸지뽕나무 재배와 직조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중략) 한국의 비단은 선녀의 옷과도 같았다. 몽골의 유목민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한국 여인이 다채로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라고 불렀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한국세시풍속사전, 상주시 누리집.

명주박물관 입장료 무료…오전 9시~오후 6시 운영


Tip 
함창 명주박물관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1월1일, 설날, 추석 당일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경북잠사곤충사업장의 곤충생태전시관과 누에곤충체험학습관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체온 측정 시 37.5℃ 이상은 입장이 제한되며 20명 이상 동시 관람도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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