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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묵은 영남유림 위패 서열 갈등 종식되다"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 및 추향례 개최

2020-11-23

퇴계, 서애, 학봉, 대산 순으로 위패 배향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를 계기로 400년동안 지속돼 온 영남 유림의 위패 서열 갈등(병호시비)이 완전히 종식됐다. '병호시비'는 퇴계 이황의 제자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중 누구를 상석(좌배향)에 둘 것이냐를 두고 촉발된 논쟁이다.

경북도는 20일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를 개최했다. 이번에 복설된 호계서원에는 400년에 걸친 안동의 두 가문의 갈등과 화해의 사연이 감춰져 있다. 갈등의 시작은 퇴계 이황이 세상이 뜨자 그의 제자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의 후손들이 안동 여강서원에 따로 위패를 모시기로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여강서원에 퇴계의 위패를 모셨지만, 류성룡과 김성일의 위패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느냐가 문제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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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호계서원에서 복설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사당 중앙에 퇴계의 위패를 놓고 누구의 위패를 상석인 퇴계의 왼쪽에다 두느냐를 두고 후손들 간 논란을 빚어왔다. 류성룡의 후학들은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이 관찰사로 마감한 김성일보다 벼슬이 높으므로 상석인 동쪽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성일의 후학은 생년이 김성일이 빠르기 때문에 더 높은 차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같은 갈등은 1805년 등 총 세 차례나 이어졌고, 1812년에는 3차 논쟁 끝에 서애 류성룡의 제자들이 호계서원과 결별하기도 했다. 이를 이유로 '병호시비(屛虎是非)'라는 이름이 붙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호계서원에서 위패를 모시던 사당도 사라졌다. 퇴계의 위패는 도산서원으로, 류성룡의 위패는 병산서원으로, 김성일의 위패는 임천서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병산서원의 병(屛)자와 호계서원의 호(虎)자를 따서 병호시비라 불린다.

병호시비가 해결의 전기를 맞은 건 지난 2009년부터다. 양쪽 문중이 나서 '류성룡 왼쪽, 김성일 오른쪽'이란 위패 위치에 합의했기 때문. 하지만 안동유림들은 '종손 간 합의가 아닌 학판 간 결론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대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이때 호계서원 복원을 추진한 경북도가 두 가문과 학맥에 새로운 중재안을 냈다. 류성룡을 퇴계의 동쪽에, 김성일을 서쪽에 두고 김성일의 후학인 이상정을 김성일 옆에 배향하자는 것. 한쪽에는 높은 자리를, 다른 한쪽에는 두명의 자리를 보장하는 화해안에 두 학파가 동의하면서 400여년에 걸친 병호시비는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호계서원 복설 고유제에서는 위패를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대산 이상정 순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노진환 호계서원 복설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 시간을 기점으로 '병호시비'라 일컬어진 오명을 깨끗이 싯고 영남 유림의 갈등을 일소함으로써 호계서원이 유림 화합의 상징이 되고 만세 후인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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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호계서원에서 복설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날 호계서원 복설추진위원회는 20일 복설 고유제 행사를 통해 영남유림 간 해묵을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는 대통합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날 고유제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윤동춘 경북지방경찰청장, 권영세 안동시장을 비롯한 지역 각 기관 단체장과 유림대표 50여명이 참석해 호계원의 복설을 함께 기념했다.

이 도지사는 "호계서원 복설은 영남유림의 합의에 의해 대통합을 이루어낸 성과다. 앞으로 화합, 존중, 상생의 새 시대를 여는 경북 정신문화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화해와 대화합의 상생 메시지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통합신공항 건설과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동시 도산면 국학진흥원 부지에 복설된 호계서원은 1만㎡의 부지에 13동의 서원건물로 구성된 경북도 유형문화제 제35호다. 아흔 세칸으로 지어진 이 서원은 1575년(선조 8년) 백련사 옛 터에 여강서원으로 창건된 뒤 1676년(숙종 2년)에 호계서원으로 개칭했다. 이후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임하댐 아래로 이건됐으나 습기로 인해 서원 건물 훼손이 우려되면서 지역유림 등에서 이건·복원을 요청해 왔다. 경북도는 2013년부터 총 사업비 65억원을 들여 호계서원 복설을 추진해 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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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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