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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6] 문화·예술공간...'대구문학관과 문학로드' '이태원길과 이태원문학관'

2020-12-11

이전까지 문화·예술 공간은 일상과 따로 분리돼 왔다. 주로 지식인이나 예술인들의 교류, 문화 향유 또는 교육 등을 위한 장(場)으로 쓰였다. 삶을 영위하는 곳이 아닌 특수한 목적을 띤 공간이었던 것. 현재 문화·예술공간은 일상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친숙한 옷으로 갈아입고,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이 됐다. 경제 성장과 사회발전 과정에서 그 수요가 늘어나고 형태도 보다 다양해지면서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문화·예술의 가치와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만큼 문화·예술공간은 점차 늘어나고 더욱 더 일상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6편에서는 일상 속 문화공간인 대구문학로드(대구문학관)와 이태원길에 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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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관은 6·25전쟁 이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각광 받았던 중구 향촌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1912년 건립된 '선남상업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학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 문학의 역사 한눈에 보고, 문인들 발자취 따라 도심 걷고…
#1. 문인들의 숨결 느껴지는 '대구문학관과 문학로드'


대구는 근대문학의 도시다. 1920년대 지역 문학의 태동기를 연 뒤 6·25전쟁 발발과 함께 예술의 중심도시로 떠올랐다.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대구에 모여 전시 상황에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예술의 혼을 불태웠던 것. 특히 대구의 도심이자 부촌이었던 향촌동은 문화예술의 본거지였다. 종군 작가, 문총구국대 소속 문인, 지역 예술가들이 향촌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교류 활동은 물론 시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 작업이 향촌동 곳곳에서 이뤄졌다. 실제 시인 구상은 향촌동 꽃자리 다방에서 '초토의 시'를 발표했고, 화가 이중섭은 백록다방(현 갤러리 모텔)에서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 시인 이효상도 모나미다방에서 시집 '바다'를 냈고, 박두진은 상록수다방에서 시집 '오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향촌동에는 다방 외에도 다양한 문화 공간이 존재했다. 1946년 개업한 국내 1호 음악감상실 녹향을 비롯해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자유극장, 송죽극장, 문성당 출판사, 합진 인쇄소 등이 들어서며 예술인 거리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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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관 3층 명예의 전당에는 시인 이상화와 소설가 현진건 등 대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대구문학관은 근대문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향촌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1912년 대구 최초로 건립된 일반은행인 '선남상업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학관으로 활용 중이다.

문학관 주요시설은 건물 3층과 4층에 마련돼 있다. 3층은 상설 전시실, 4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상설 전시실에선 대구 문학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 볼수 있다. 1920년대 태동기부터 문학의 새 지평을 연 1960년대까지 연대별로 작품 경향과 활동했던 인물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당시에 발간됐던 작품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대구문학관은 지역 문학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 디지털화해 보존·관리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서는 대구의 대표 문인들을 만날 수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소설가 현진건, 시인 이장희의 작품을 따로 모아놨다. 이들 외에도 대구에서 활동을 했던 구상, 신동집, 박양균, 김춘수, 박목월, 조지훈, 이육사 등 문인들의 작품들도 접할 수 있다. 3층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죽순' 조형물이다. 죽순을 형상화한 미디어 조형물에 대구를 빛낸 문인들의 작품을 새겨넣었다. 죽순은 1946년 창간한 문학동인지로 당시 이름난 문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청록파 박두진, 조지훈을 비롯해 김춘수, 신동집, 이응창, 이효상 등의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4층은 기획전시와 문학강연 공간으로 활용된다. 근대문학 특별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기획전시는 아동문학가 정휘창(1928-2020) 회고전이다. 대구에서 활동한 정휘창은 평생 우리말과 글의 바른 사용과 우리 역사에 천착했다고 한다. 전시공간에는 '밀리미터 학교' '항일독립운동사'를 포함한 26권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문학관을 둘러봤다면 향촌동에 남아있는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어 보자. '대구문학로드' 탐방이다.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대구 문학의 시기를 시대별로 나눈 △태동길과 △교류길 △공감길이다. 소요시간은 각 코스별로 1시간30분~2시간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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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 출판 기념회가 열린 꽃자리다방. 현재는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태동길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출발해 우현서루 등을 거쳐 이상화 등 문인들의 고택을 둘러보는 코스다. 교류길은 대구문학관→문성당출판사→꽃자리다방→이육사 작은문학관→영남일보 사옥터→대구우체국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공감길은 경복여관→은다방→한일극장→윤복진생가 터→아루스다방 터→대구YMCA를 돌아보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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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에서 동천육교까지 이어지는 이태원길. 소설가 이태원을 기리는 문화예술거리로 문학관을 비롯해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광장과 버스킹 공간을 갖추고 있다.

소설가 이태원 기리는 문화거리(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동천육교)…다양한 공연·예술장터도 열려
#2. 개방된 문화예술공간 '이태원길과 이태원문학관'


대구 북구에는 개방된 문화·예술 공간인 '이태원길'이 있다. 대구 출신 소설가 이태원을 기리는 문화거리다. 지난해 말 조성이 마무리돼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태원길은 칠곡 3지구 중심상업지구 일대에 위치한다. 상업지역과 문화예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기획됐다. 칠곡은 이태원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인 소설 '객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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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길 곳곳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함께 경관 조명이 설치돼 있다.

북구 읍내동에서 태어난 이태원은 일찍이 소설가의 삶을 선택했다. 고교시절 문학지에 응모한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다. 이태원의 문학적 기틀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장돌림, 잡역부 생활을 하면서 마련됐다. 서민들의 밑바닥 삶을 직접 체험한 것이 훗날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이후 그는 장편소설 '객사'를 통해 중앙문단에 등장한 뒤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그는 고은, 이호철, 이문구, 황석영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회에 가입해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도 동참했다. 객사 외에도 대하소설 개국, 낙동강을 비롯해 수십편의 작품을 남긴 그는 2009년 3월8일 생을 마감했다.

이태원길은 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에서 동천육교까지 길이만 720m에 이른다. 문화예술 거리인 만큼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2개의 광장과 4개의 버스킹 무대가 마련돼 있다. 입구는 물론 거리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안내판이 마련돼 있고, 셉테드 시스템과 경관 가로 조명도 갖췄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각종 장식물과 다채로운 조명도 설치해 놨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거리다.

이태원길 팔거광장과 이태원광장에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공연은 당초 3월부터 계획돼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7월4일~11월7일까지만 운영됐다.

이 기간 공모를 통해 선정된 30개 팀이 매주 토요일 무용, 연극,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도자기, 손 인형, 캘리그래피, 수공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작품을 판매하는 예술 장터도 함께 운영됐다.

이태원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거리극이다. 같은기간 이태원의 소설 객사를 각색한 광장드라마 '은행 나무는 이야기 한다'가 매주 공연돼 각광을 받았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거리극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큼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올해 공연 일정은 모두 끝났다. 버스킹 공연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로운 공연은 내년 3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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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과 관련한 다양한 물품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문학관 내부.

소설가 이태원을 중심 콘텐츠로 삼은 만큼 그의 생애와 작품을 접할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광장에 위치한 이태원문학관이다. 문학관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온다. 컨테이너 3개를 연결해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는데 건물 전체가 노란색이다. 이태원길의 전체적인 색감이 푸른색 계통이라 더욱 눈에 띈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2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왼쪽 공간은 전시실이다. 이태원의 생애와 문학 연대기, 작품은 물론 개인 소장품도 볼 수 있다. 오른쪽 공간은 영상관이다. 이곳에선 소설 객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개국'이 상시 상영된다. 이태원문학관은 규모는 작지만 개방된 곳에 위치해 시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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