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대구 달성공원 내 소조류사. 황조롱이가 있던 우리(사진 왼쪽)에 황조롱이 대신 공작비둘기가 있다. |
대구 달성공원에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두 마리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영남일보 2021년 1월29일자 1면·2월2일자 6면 보도)한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긴급 예산을 투입해 달성공원에 CCTV를 설치키로 했다.
2일 대구시,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밤 달성공원 소조류사(작은 새를 가두어 기르는 우리)에 있던 황조롱이 두 마리가 자취를 감췄다. 달성공원관리사무소 측은 다음 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황조롱이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조롱이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은 달성공원 내에 최소한의 방범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면적 12만9천700㎡ (39,234평) 규모에 천연기념물 조류 6종을 포함 600여마리의 동물을 관리하는 도심공원에 CCTV가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단서 부족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황조롱이 실종 소식을 접한 시민 유모씨(33·대구시 중구)는 "동물원에서 최선을 다해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고 자연 상태로 돌려보내준 것도 아니고, 도난일지도 모른 채 황조롱이가 사라졌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 그동안 달성공원에 CCTV가 없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타 시·도 도심공원의 경우 CCTV 등의 시설을 구비해 분실, 도난 사고를 예방하고 있어 달성공원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공원 한 관계자는 "CCTV는 곳곳에 설치가 돼 있고 특히 동물원 쪽은 사각지대 없이 관리를 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성공원관리소 측은 CCTV 설치를 논의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추진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 동물원은 노후화에 따른 문제가 수차례 제기됐으나, 달성토성 복원 및 동물원 이전 등의 영향으로 대구시가 동물원 시설 개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는 게 달성공원관리소 측의 설명이다.
달성공원관리소 관계자는 "긴급 예산 신청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달성공원 내 황조롱이가 있던 우리에는 공작비둘기가 머물고 있다. 다른 지역 동물원과 황조롱이를 임대하는 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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