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사이트. 이곳에선 온라인 추모와 성묘를 할 수 있다. '온라인 성묘'는 코로나19로 달라진 설 풍속 중 하나다. |
![]() |
문화체육관광부의 '집콕 문화생활 설 특별전' 사이트. |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설 연휴에도 이어지면서 색다른 설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부터 비수도권의 경우 식당·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에서 오후 10시까지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하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된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설 연휴까지 이어지면서 직계 가족이라도 해도 거주지가 다른 경우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게 됐다.
사정이 이렇자 가족 간에 시간차를 두고 고향을 찾는 '순번제 고향 방문' 계획이 등장했다. 예전처럼 명절이라고 친지들이 한꺼번에 모일 수 없게 되면서 생겨난 '웃픈' 방책이다.
구미 사곡동이 고향인 박형기(55)씨는 최근 형제들과 고향 집 방문 순서를 정했다. 박씨는 "설 연휴 첫날에는 큰 형이, 설 당일에는 자신이, 13일에는 막내 동생이 부모님을 뵙기로 했다"며 "5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순서를 정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아내와 단둘이만 고향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명절 풍속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빳빳한' 지폐가 오가던 세뱃돈의 경우 온라인 계좌이체, 모바일 기프티콘 등으로 전달 방식이 바꼈다. 직장인 정모(45·수성구 범물동)씨는 "올해 대학생이 되는 조카가 있다. 대학 합격 기념으로 세뱃돈을 주려고 했는데, 만나지 못하니 계좌이체로 보내려고 한다"면서 "친척들에게는 모바일 기프티콘을 통해 상품권을 선물했다"고 했다.
고향 방문을 하지 않고, 가족·친지들끼리 '온라인'을 통해 안부를 주고 받기로 한 시민들도 있다. 대학생 김재민(21)씨는 "코로나19로 서울에 있는 친척이 대구에 못 내려오게 됐다"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커 친척 누나와 랜선 모임을 하기로 했다. 설날 당일 집마다 화상 채팅을 켜고 안부 인사를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
온라인 '차례'와 '성묘'도 새롭게 등장한 문화다.
대구 공설봉안당에 선친을 모신 박모(58)씨는 이번 설 명절에는 시설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온라인 성묘를 이용하기로 했다. 박씨는 "설 연휴 기간에 시설을 찾지 않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이 모이지 않기 위해 온라인 성묘를 선택했다"고 했다.
명절 연휴의 또 다른 묘미인 '명절 나들이·문화생활'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찾기 보다 등산이나 가까운 곳 산책 등을 하며 조용히 명절을 나겠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온라인 문화생활을 희망하는 국민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집콕 문화생활 설 특별전'을 제공한다. 특별전에서는 설 연휴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생소한 '비대면 명절'을 앞두고 세대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명절 연휴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는 부모 세대와 방역 지침 준수에 민감한 젊은 층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경산이 고향인 최모(여·33)씨는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본가를 방문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괜찮다며 오라고 연락이 온다"면서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부모님은 자식들 보고 싶은 마음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명절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취준생들 사이에선 "잔소리를 피했다"라며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여·29)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명절 때 친척 집을 방문하면 취업은 언제 하냐, 남자친구는 있느냐 등 다양한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올해는 5인 이상 모임금지 핑계를 대고 친척들과 만나지 않아도 돼 마음 편하다"라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