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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재원(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다시 대구공항 이전을 생각한다

2021-03-02
김재원


2016년 6월 21일 박근혜 정부는 영남권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신공항계획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것이다.
부산은 재빨리 수용하고 나섰지만, 대구 민심은 들끓었다.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대구시내 곳곳에 나부꼈다. 'TK는 만만하니 PK 편을 들었다.'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었는데 우리를 배신했다.'는 것이 대구의 정서였다.


며칠 후 대구 동성로에 시민 2,000여명이 모여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를 열었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대구공항 활성화 대책 및 K2 이전 대책을 요구했다.


그 무렵 홍사덕 의원이 나에게 "박 대통령 퇴임 후에 찾아갈 곳은 대구 서문시장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내려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면 달려와서 악수 청하고 박수쳐 줄 사람은 대구시민밖에 없다. 대구 사람들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대구시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는 뉴스 나오고 왜관 미군부대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하여 'TK가 봉이냐'며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것도 그 무렵이다. 결국 권영진 시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청와대정무수석인 나에게 전화해서 K2 공군기지의 제11전투비행단 이전을 요구했다.


곧바로 나는 대통령에게 '대구의 민심이 심상치 않으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대통령도 '가능한 조치를 다 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대통령 지시사항임을 밝히고 국방비서관을 불러 K2의 제11전투비행단을 예천비행장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초 밀양공항으로 정해지면 대구공항을 폐쇄하고 K2를 경북지역으로 이전하는 계획이었으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경우 대구공항도 존치하게 되었으니 기부 대 양여 방식의 K2 이전은 불가능해졌다. 또한 재정사업으로 K2군사공항만 이전하려면 7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고 이전부지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전투기 굉음을 일으키는 제11전투비행단을 예천비행장으로 이전하고 공군군수사령부, 전투사령부, 방공통제소를 그대로 두고 대구공항을 민간공항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이었다.


국방부는 반대했다. 제11전투비행단을 예천비행장으로 옮기려면 4,60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주기장을 새로 건설해야 하며, 작전계획과 전시 군사공항 이용계획을 모두 수정해야 하고 주한미군사령관과 협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심은 따로 있었다.


전투비행단을 예천으로 옮기면 부대가 통합되어 공군의 장성급 자리가 없어지며, 장교들이 대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며, 수원과 광주에서 군사공항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모든 내용을 보고받은 대통령은 즉시 제11전투비행단 예천비행장 이전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명령이었다. 나는 국가안보실에 공군의 작전계획변경을 요구하고 주한미군사령부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 제11전투비행단을 예천공항으로 옮기는 일은 대통령의 군통수권으로 절차적 문제가 해결되며, 이미 연간 300억원씩 소음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공군의 입장에서 15년 정도의 피해보상금으로 이전비용을 마련할 수 있으며 대구공항은 활주로를 조금 연장해서 민간공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나름대로 최적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7월 14일까지 신공항문제를 해결하라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최후통첩과 함께, 권영진 시장은 청와대 정무수석 집무실로 직접 찾아와 전투비행단 이전 요구를 철회하고 K2와 대구공항 이전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대구공항을 대구근교로 완전히 이전하고 공항부지를 개발해 산업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국방부는 찬성하고 나섰다. 전투비행단을 예천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장성급 자리를 보존할 수 있고, 공군장교들의 이주 부담도 줄어들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유지하면 예산확보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이로써 대통령은 7월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구공항은 군과 민간공항을 통합 이전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선거를 앞두고 표 장사에 눈이 먼 집권여당이 다시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려 특별법까지 통과시켰다. 단언컨대 가덕도신공항은 20년째 우려먹고 있는 새만금사업처럼 될 것이다. 경제성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그에 휩싸여 군위, 의성지역으로 이전이 확정된 대구경북신공항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현실적으로 공항부지 매각대금으로 이전비용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신공항의 발전가능성도 줄어들었다. 공항이전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TK는 정치적 역량이 소멸되어 해결할 능력도 없어졌다.


역사는 선택의 연속이다.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아직도 되묻고 있다. 과연 그날의 결정이 옳았는가?
김재원<전 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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