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505010000584

영남일보TV

[영남타워] 김부겸의 쓴소리를 듣고 싶다

2021-05-06

2021050501000157600005841
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세종 임금 때 황희·맹사성과 함께 '3대 정승'으로 꼽힌 분이 있다. 관향(貫鄕)이 하양(河陽)인 허조(許稠) 대감. 이분이 후세 오래도록 회자된 것은 임금에게 유난히 깐깐했다는 사실이다. 대충 넘어갈 일도 "아니되옵니다", 원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도 "아니되옵니다" 사사건건 직(職)을 걸고 직언(直言)을 올렸다. 이른바 '잔소리의 끝판왕'쯤 됐다. 경상도 말로 늘푼수는 없지만 매우 '오서독스(정통적인)'한 관료였다. 세종은 아첨을 멀리하고 간언(諫言)을 가까이 한 임금 축에 속한다. 그런 세종도 사람인지라 툭하면 태클을 거는 허조가 미울 때가 많았다. 그를 가리켜 "고집불통"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임금은 허조의 대쪽같은 성품과 청렴결백한 삶을 알았기에 늘 중책을 맡겼다. '어명(御命)이 곧 법'인 왕조시대에서도 정승의 직언이 존중받은 예라 하겠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는 어땠나. 서두의 세종과 허조가 보여 준 '애증(愛憎)의 소통'은 언감생심. 소통의 양도, 질도 모두 빈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듣기 좋은 말만을 들으려 했다. 총리는 직언은커녕 대통령 변호에 급급했다. 앞선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강준만 선생은 저서에서 "문 대통령이 쓴소리를 해 줄 사람을 자주 청와대로 불러 얘기를 많이 들으면 좋겠건만 이마저 하질 않는다"고 했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강직한 인재를 써서, 바르고 솔직한 말을 들어라' 이 경구(警句)가 현 정권의 안중엔 없었다.

TK 출신인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청문회에 이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이 정부 마지막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김 후보자에게 바란다. '허조'와 같은 존재가 되어 달라. 이것저것 재지말고(그럴 성품은 아니지만…), 오로지 민의(民意)와 민생(民生)만 보며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말아달라. "강성 친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냐"고 한 주변의 쓴소리도 가슴 무겁게 받아들이시라. 사람(장관) 보는 눈 없는 현 정권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건 아닙니다"라고 강단있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국무회의 등 대통령 주재 정부 회의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달라. 더이상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의 장'은 곤란하다. 현 정부 정책의 실패는 '각료 간 소통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정책·이슈를 놓고 장관끼리 토론을 벌여 의견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반론의 자유가 보장된 토론을 자주 열었다. 토론이 벌어지면 3~4시간은 그냥 훌쩍 갔다.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장관의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면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도 달라질 게다. 김 후보자가 앞장서 국무회의 토론 문화를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제안해 보시라.

'김부겸'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TK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 가운데 한 명이다. 과거 떼어 놓은 당상인 수도권 지역구를 초개처럼 버린 이가 그였다. 낙선될 줄 알면서도 올곧게 대구에 도전했다. 그런 모습에 '바보 김부겸'으로도 통했다. 표는 다른 데 줬지만 마음만은 그를 좋아하는 대구시민이 많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지난해 총선 낙선 인사에서 한 말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래서 김부겸은 향후 총리보다 더 '큰 일'(차차기 대권)을 할 재목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남은 1년 그의 총리직 수행이 단순한 '스펙 쌓기용'이 되어선 안되는 까닭이다. 거듭 바란다. 대통령에게 '엄격한 조언자'가 되어 주시길. 김부겸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이창호 편집국 부국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