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고(故)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2만3천여 점)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회장과 깊은 관계를 유지했고,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우환씨의 한 인터뷰 내용이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 한국의 고전미술 및 근현대미술, 글로벌한 현대미술의 수준 높고 내실있는 컬렉션은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바가 되었다."

이런 이건희 컬렉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들면 '빌바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빌바오 효과'는 스페인의 쇠락한 철강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 세계적인 문화 관광도시로 재탄생하면서 매년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스페인 제2의 부유한 도시로 탈바꿈되면서 생성된 용어다. "빌바오는 1980년대에 주력 산업인 철강산업 붕괴로 실업률이 35%에 달하고, 범죄는 증가하고, 주민들은 떠나가면서 끝없이 쇠락하고 있었다. 이 절망의 도시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시민들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문화 관광도시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 중심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1억5천만달러(약 1천500억원)를 들여 건축했는데,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했고, 3만3천개의 티타늄 조각들이 물고기 비늘처럼 은은한 빛을 발하는 유선형의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이 아름다운 유선형의 건축물은 전시 미술품 못지않게 관심을 끌면서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세계로부터 불러들이면서 빌바오는 물론 스페인 전체의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이효수 블로그).

이건희 컬렉션 기부를 둘러싸고 3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전국에 있는 국공립미술관에 분산 기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계 인사 100여 명을 중심으로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기반으로 서울에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세계로부터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세계적 상징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세계적 상징성 확보가 어려워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부산, 경남 의령·창원, 경기 수원 등에서 이건희 회장의 연고를 내세워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구가 최적지다.

왜 대구여야 하는가? 대구는 이병철 회장이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삼성그룹을 일으킨 삼성의 발원지이고, 이건희 회장이 태어나서 3세까지 자란 진정한 고향이다. 지역 출신을 포함해 역대 어느 대통령도 부산·광주·대전 등과 달리 대구에는 국가적 차원의 어떤 투자도 한 바 없고, 대구는 27년 넘게 GRDP가 전국 꼴찌다. 연고의 명분이나 국가 균형 발전의 실리의 면에서도 대구가 최적지다.

대구시는 시장을 중심으로 이건희 컬렉션 유치단을 구성해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고, 프랑크 게리와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에 의뢰해 세계가 주목하는 독창적인 미술관 건물을 건립할 필요가 있다. 삼성, 중앙정부, 대구시가 지혜를 모아 대구에 세계적인 '국립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빌바오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년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게도 세계가 주목하는 영구적인 기념비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과 세계적인 독창적 미술관 건물은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 과학적 사고의 결정체로서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어넣어 주고 창조도시의 비옥한 토양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