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514010001010

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청년 茶인 김태인 "비싼 茶는 10g에 130만원, 이걸 어떻게 마시나…직접 만들어 봅시다"

2021-05-14
1
2018년 12월. 중국 항저우에 있는 국립 차엽연구소 1회 심평강사반 수료증이 수여됐다. 1회 자격반에는 모두 50명이 입학했는데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구의 김태인씨가 그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그해 1~12월 중국 6대차류의 심평에 관한 수업과 관련해 복건성 무이산(武夷山) 등 중국의 유명한 차 산지의 공장들을 방문하며 공부했다. 2020년 비로소 자신이 직접 만든 '푸른차'를 출시한다. 햇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찻잎은 보성·하동 등지에서 갖고 온다. 현재 30㎏ 정도 만들지만 향후 500㎏으로 증량할 계획이란다.

2018년 12월. 중국 항저우에 있는 국립 차엽연구소 1회 심평강사반 수료증이 수여됐다. 지금 차와 관련된 자격증 중 중국에서 가장 핫한 자격증은 역시 심평사다. 소믈리에와 비슷하지만 협회에서 발급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차 관련 부처에서 발급하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1회 자격반에는 모두 50명이 입학했는데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구의 김태인(39)씨가 그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중국어에 능통해야 그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그는 그해 1~12월 중국 6대 차류의 심평에 관한 수업 관련 복건성 무이산(武夷山) 등 중국의 유명한 차 산지의 공장들을 방문하며 공부했다.

그가 중국에서 차 공부를 한 건 모두 7년. 이 중 2008년부터 3년간 중국 절강농림대를 졸업하며 '한중 차문화 교육의 비교'란 제목으로 학사논문을 작성한다. 이어 경북대 식품산업공학과 석사과정에서는 '청차의 산지별 품질 특성 비교'란 논문을 제출한다.


中 국가공인 '茶심평사'
茶문화운동가 집안의 아들
12세때 茶우리기대회 '으뜸상'
중국서 7년 공부하며 자격 획득
무이산 주변에만 茶공장 5천개
좋은茶 많지만 맛보기는 힘들어

청년 다도인의 꿈
범어동서 찻집 운영했지만 실패
취미와 직업은 다르다는 것 절감
쉽게 즐기기에는 문턱 높고 복잡
'진짜' 분간하려면 만들줄 알아야
지난해 직접 만든 茶 제조등록
茶문화 대중으로 확산되는게 꿈

4
김태인씨가 지난해 제조등록한 '푸른차'(오른쪽)와 어머니 오영환 푸른차문화연구원장이 2013년 제조등록한 '진여금차'.

그가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2세 때. 영남차회 차우리기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아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사실 그의 집안은 차와 인연이 깊다. 어머니가 올해 40여년 경력의 차문화 운동가다. 푸른차문화연구원 오영환 원장이 바로 그의 모친. 모친은 2013년 '진여금차', 그 아들은 지난해 청차와 홍차를 세트로 한 '푸른차'를 제조등록했다. '모자동행 브랜드 차'가 탄생한 셈이다.

중국에서 차 공부를 하다보니 멀리서 보는 차와 직업으로 품어야 될 차의 허와 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취미로는 딱인데 직업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석사 과정 중 덜컥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2014년부터 4년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차를 마시다'란 찻집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아예 메뉴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몇 명이 오면 그 중 꼭 한 명은 커피를 주문했다. 주단골의 취향과 상당히 멀어지고 있었다. 결국 카페는 접고 다도교육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의 중국인 아내도 차 전공자다. 그는 푸른차연구원과 공감대를 형성한 중국 국제차문화연구회, 항저우 수임대, 절강 농림대학교 등 모두 9번 한중교류행사를 진행했다.

◆김태인의 중국 차기행

중국은 지역마다 차엽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들은 해당 지역 차의 품종, 재배, 가공 등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하여 보완하고 수정한다. 특히 복건성은 차나무의 삽목기술로 최초의 무성번식이 탄생한 곳이다. 아울러 최초의 홍차 정산소종, 최초의 청차 무의암차, 최초의 백차 복정백차의 근원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복건성의 차 재배기술과 가공기술은 전통적으로나 실질적인 측면으로도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도 모르게 호칭을 사장님에서 선생님으로 부르게 될 정도로 공장마다 기술이나 연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나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의 좋은 차는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가 이미 도매상과의 계약으로 이들이 만든 좋은 차를 이들의 공장에서 마셔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쉽지 않았다. 모든 공장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좋은 공장에서 차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들어도 좋은 차를 마셔보기 어려우니 참 모순된 현실이었다."

우리에게 좋은 차를 내어준들 이곳의 유통구조상 우리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처럼 방문하는 이들이 매일 수십 명씩 될텐데 매년 만들 수 있는 차의 양은 한정되다 보니 좋은 차는 아주 조금이라도 아까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에 싸인 모습으로만 구경한 차 중에 가장 비싼 차는 10g에 인민폐 8천위안, 한국 돈으로 130만원으로 감히 마셔 볼 수도 꺼내 줄 수도 없는 고급차도 있었다. 이렇게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유는 몇몇 유명한 차나무 원료의 경매 낙찰가가 워낙 높은 데다가 차를 만드는 장인의 이름이 더해지면서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여러 공장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를 많이 마시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원료의 중요성, 두 번째는 내가 가진 정보로 어떤 차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같은 이름의 차를 마셔도 원료의 시기와 품질, 재배지역의 위치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너무나도 달라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아무리 좋은 가공기술이 있다고 하여도 높은 등급의 원료가 주는 장점을 낮은 등급의 원료로는 기술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또 차를 순수한 차로만 맛을 봐야지 상인들이 하는 말이나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에 현혹되는 순간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중국의 무이산 주변 지역만 해도 크고 작은 차 공장이 대략 5천개 정도 있다. 이곳에서 매년 만드는 무이암차의 종류가 두 품종씩만 된다고 해도 한 해 나오는 차가 만 가지 정도는 될 것이다.


DSC00130
김태인(오른쪽)씨와 어머니 오영환 푸른차문화연구원장. 그가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영남차회 차우리기대회에서 으뜸상을 받은 12세때부터다.

◆김태인이 생각하는 한중일 차인

한국의 차인은 현재 쇠락 중이다. 과거 차인들은 다도와 전통예절의 결합을 중시하였고 대부분 중년에 접어들어 '다도'를 배웠다. 젊은 세대들은 다도를 하는 것이 왠지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인식했다. 또 차에 관심이 있어 차를 배우러 가면 정작 차를 마셔보는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과 차를 어떻게 우리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예와 격식을 갖춰 손님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차회들이 있었음에도 정작 순수하게 차를 마셔보거나 좋은 차를 구별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은 적었다. 오히려 다양하고 많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차를 파는 곳들이었지만 이마저도 상술에 온갖 미사여구에 의해 차는 결국 '신성한 것'이 되고 말았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기기엔 문턱이 높아졌고 너무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최근에 보면 서울이나 지방의 곳곳에서 특별한 차회나 유파에 얽히지 않은 새로운 젊은 차인들이 드문드문 생겨난다. 이게 새로운 물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일본의 차인 역시 우리처럼 쇠락하고 있다. 과거 엄청난 고가였던 다구들이 중고 벼룩시장에 싸게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을 이어가는 차인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차를 마신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중에 드링크 음료로 개발되어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식당이나 가정에서도 아직 차를 마시고 있다. 전통을 이어가는 다도는 많이 쇠락하였어도 대중적으로 차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일본의 다성 센리큐(千利休)의 전통을 이은 오모도센케(表千家)와 우라센케(裏千家)등 여러 유파들은 현재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

일본보다 중국의 차인들이 현재 자신들 다도에 없는 엄격한 의례와 젠스타일의 '화경청적(和敬淸寂)' 정신에 매료되어 일본다도에 빠져들고 있다.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대학에 일본식 차실을 꾸며 교육하는 곳도 몇 군데가 있다. 일본다도는 일본문화 특유의 색채가 강하고 체계적이면서 역사적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라 외국인들이 배우기에도 매력적이다. 중국의 차인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차에 관련된 산업도 융성하게 발달하고 있다. 대학도 이에 맞춰 이과와 문과로 나누어 차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기업에 강의하기도 한다. 중국 차인의 경우 한국·일본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단체나 유파에 의한 전통적인 다도의 전수로 차인이 되는 경우가 적다. 보편적으로 국가에서 만들어 놓은 자격증 제도에 의해 통일된 다도교육을 받는다. 한국과 일본은 각 유파의 형식이나 의례가 조금씩 차이나고 정신이나 행다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덧붙이는 말

사람들에게 차에 대해 올바로 이야기해 주려면 차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맛있게 우려내고 맛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차를 만들 수 없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이지만 차가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차를 만드는 교육까지 할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유명 산지들을 보면서 한국의 차 역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유명한 산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현재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내가 만든 차를 마시고 많은 사람이 좋은 자리를 갖게 되고 서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대중이 갖고 있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다시 잡아 주는 것이 내 차생활의 목표다. 이전세대가 이루어 놓은 전통을 지키면서 또 다른 차의 세계가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