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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여행] 김해 생림면 마사리 마사일구 마을과 마사터널, 어둠 지나면 희망의 빛이…기적소리 끊긴 옛 터널 쉼터로 부활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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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마사터널 '마사마사'는 100여 년간 경전선이 지나다니다 2019년부터 사람과 자전거의 통행로가 되었다. 터널은 군데군데 젖어 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너무 시원해 닭살이 돋을 정도여서 뜨거운 길을 달려온 라이더들에게 아주 좋은 공간이다.

반복되는 놀라움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처음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매번 놀라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강, 습지, 나무, 너른 들과 같은 것들. 그러나 이 놀라움은 돌연하지 않고, 터질 듯 가슴을 부풀린 극락조와 같은 흥분도 아니다. 심장의 고동이 들리는 고요다. 분에 넘치는 고요 때문에 더 건강해지는 놀라움이다. 낙동강은 뜨거운 여름으로 가득 차 있고 나는 오늘도 놀란다.

1905년 개통 후 2010년 역할 끝나
감자창고 사용하다 2년전 새단장
조명·주차장·카페·화장실 등 설치
터널 안쪽은 자전거 통행로 조성
마사일구 마을엔 다양한 미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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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일구 마을. 마을 곳곳에 지역 청년작가들의 다양한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마사리 마사일구

삼랑진교를 건너면 김해 생림면 마사리(馬沙里)다. 면의 북서 모서리를 따라 낙동강이 흐르는 강변마을이다. 남동쪽에는 작약산(芍藥山)이 솟아 있다. 옛날에는 낙동강변 나루터에서 말이 쉬어가곤 했기 때문에 '마휴촌'이라고 불렀다. 마휴의 풍경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강변의 모래가 많다고 '마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사리의 중심 마을은 독산이다. 낙동 철교가 얹어진 나지막한 언덕을 독산이라 한단다. 길 따라 농협과 식당들, 여러 가겟집들이 와르르 모여 있다. 마을의 집들이 낮아지는 언덕길에 김해 낙동강 레일파크 간판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잠시 멈춤을 할 필요 없는 철길 건널목을 건너면 레일파크 피크닉 광장, 깡통열차, 와인동굴 등의 간판들이 길섶에 늘어서 있다. 그들의 실체는 풀밭에 감춰져 있어 목을 길게 늘여 기웃거려 보아도 길에서는 쉬이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에 '마사일구 2㎞'라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경전선 철길을 머리 위로 보내며 아주 잠깐의 그늘에 젖는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을 지나친다. 무심하면서도 골똘한 얼굴이다. 내 자전거는 화석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습지가 너무 넓어 강은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보이는 습지 내 수로가 깊어 보인다. 생림 오토캠핑장을 지난다. 드론 연습장을 지난다. 고요한 자연 속에 많은 것들이 들어서 있다.

온통 초록인 길가에 나무 그늘로 더욱 짙어진 자홍색 박공지붕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청량한 파란색으로 쓰인 이 집의 이름은 '카페 들머리'다. 벽체는 돌과 흙을 빚어 세웠다. 오래된 창고 건물로 보인다. 아주 예쁘다. 드립 커피와 음악이 수준급이라는 소문이 있다.

카페 들머리는 마사일구 마을의 시작을 알려준다. 도시행정구역을 나타내는 구(區)라는 단위가 작은 자연마을에 쓰인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곧 나타나는 '들머리광장'에 '마사' 조형물이 커다랗게 서 있다. 마사일구 마을은 마사리의 가장 남쪽에 있고 작약산의 서북 자락에 위치한다. 마을 뒤쪽으로는 경전선이 지나간다. 2019년에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했다. '보물찾기마을' '가야를 찾아주세요'라는 테마로 지역 청년작가들의 다양한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주민과 관광객이 참여한 작품도 있다. 목줄을 끌고 다니는 강아지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커뮤니티 공간인 마사마실에서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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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터널 '마사마사'는 작약산 모정고개 아래의 터널로 생림면 마사일구와 한림면 모정마을을 잇는다.

◆마사터널 '마사마사'

마사일구에서 작약산 모정고개를 넘으면 한림면 금곡리 모정마을이다. 모정고개 아래에 두 마을을 잇는 터널이 있다. 마사터널 '마사마사'다. 원래 이름은 모정터널 혹은 모정굴이었다.

터널은 1905년 경전선 철길의 터널 구간으로 개통되었다. 일본인이 착공 감독했지만 경남지방 조선인 석공이 총동원되어 시공했다. 터널은 2010년 KTX 복선이 새로 개통되면서 백년 넘게 이어온 소임을 끝냈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감자창고로 이용되었다. 그러다 201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터널 외형은 그대로 살려 보존하고 내부는 보수·보강해 자전거 통행로로 조성했다. 이전에 자전거 라이더들은 모정고개를 넘어갔다고 한다. 터널 광장에는 주차장과 쉼터, 화장실, 그리고 자전거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카페는 텅 비어 있고 라이더들은 카페 외벽에 기대앉아 다리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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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터널 광장에는 주차장과 쉼터, 화장실, 그리고 자전거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터널 입구에 '마사마사(masamasa)' 이름이 걸려 있다. 사실 이 이름 때문에 논란이 많다. 원래는 현재의 와인터널이 마사터널이다. 북극터널이라고도 불렸다. 옛날 남쪽 한림역을 출발한 기차는 현재의 마사터널을 통과해 마사마을 강변을 돌아 삼랑진역으로 향했다. 철도가 낮아 낙동강 물이 범람할 때면 자주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963년 마사마을 뒷산을 뚫어 새롭게 이용한 것이 현재의 와인터널이다. 그러니까 모정고개 아래의 터널은 '마사'가 아니라 '모정터널'이 되어야 옳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터널의 말발굽 모양은 '마사'와 잘 어울리기도 한다. '마사마사'의 서걱대는 발음도 좋다. 분명한 문제는 두 마을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쉽지 않다.

터널 내벽 사각형 견치석이 정교하다. 아치로 낸 대피소가 다른 세계로 가는 문 같다. 터널은 군데군데 젖어 있고 가운데로 갈수록 너무 시원하다 못해 닭살이 돋을 정도다. 뜨거운 길을 달려온 라이더들에게 아주 좋은 공간일 것이다. 내부는 한림 320m, 마사 100m, 오늘을 달리는 자전거 네온, 어제를 달렸던 네온 불 꺼진 기차, 둥근 천장을 엷게 수놓는 레이저 빛 등으로 과하지 않게 장식되어 있다.

터널을 지나면 한림면 모정마을이다. 대나무 숲이 쏴아 쏴아 흔들리고, 감나무 아래에선 닭이 울고, 양봉장에선 벌들이 왕왕대고, 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모정마을 골목길에 자전거 출입 금지 안내가 몇 개나 서 있다. 라이더 한 사람이 모정고개를 시원하게 내려온다.

작약산 모정고개에 올라본다. 한림들과 생림들에서 바라보면 함박꽃같이 피었다는 산의 꽃잎을 타고 구불구불 오른다. 모정마을 하얀 지붕이 시원하다.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쿨 루프 시공을 했단다. 냉방 에너지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사일구를 내려다본다. 마사들이 넓다. 한참 전부터 들일하던 아저씨는 아직도 분주하다. 분에 넘치는 고요를 뚫고 한 라이더가 상체를 일으켜 깊은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올라온다. 가끔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깊이 숨 쉬는 것도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부산 고속도로 삼랑진IC로 나간다. 삼랑진IC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하다 송지사거리에서 우회전해 김해방향으로 간다. 삼랑진교를 건너 첫 번째 분기 길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마사리의 중심마을인 독산이다. 농협이나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 금세 알 수 있다. 마을길을 따라가면 김해낙동강레일파크 간판이 도로 위에 무지개로 걸려 있다. 철길을 건너 조금 가면 삼거리에 '마사일구 2㎞'라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좌회전해 직진하면 마을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좌측에 마사터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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