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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 한드 시청시간 급증
유행에 민감 20대도 끌어들여
현지 방송사 리메이크 잇따라
드라마전시회 등 콘텐츠 확대
◆한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
'제4차 한류'의 불씨가 된 건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한국 재벌이 북한에 불시착해 현지의 병사와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이 판타지 로맨스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 수는 2억900만명. 일본에선 넷플릭스 진출 5년 만에 500만명에 도달했는데, 한국 드라마가 회원 가입의 동기부여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영방송국이나 케이블 채널이 아닌 OTT 서비스를 통해 한류 붐이 일어날 줄은 일본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일본에는 초기 한류 붐을 일으켰던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고정 팬층이 존재한다. 때문에 화제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시청층의 증가는 새삼 새로울 게 없다. 10년 전 '미남이시네요'가 몰고 온 '제2차 한류 붐'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다. 다만 지금은 플랫폼의 다변화로 인해 전파 속도와 확장세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광범위하다. '겨울연가'가 브라운관을 매개로 중장년 여성시청자들에게 파고들었다면, SNS와 모바일 등에 친숙해진 젊은이들은 이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도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찾는다.
'KOFICE TOKYO'가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한 일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SNS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2%는 여성이었다. 이전부터 한국 드라마 애호가의 분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지만,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대의 비율도 11.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랑의 불시착'이 지금까지 한류와 무관했던 젊은 시청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던 동력은 뭘까. 코로나로 인해 넷플릭스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수요가 기록적으로 증가한 현상이 배경이 됐겠지만, 전제는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이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함으로써 한류 콘텐츠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제작 스케일과 소재의 다양성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한정된 소재와 구태의연함, 스폰서나 정권의 눈을 의식해 금기를 범하지 못하는 일본 제작자들의 소심함은 늘 지적 대상이었다. 그들의 니즈는 분명하다. 기존의 가치관을 비틀고 숨통을 트이게 하는 도전적인 작품이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에 공감한다. 넷플릭스는 이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한국 드라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매우 만족했다(72.7%)'와 '만족했다(21.2%)'는 답변이 총 93.9%를 차지했다. 더불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도 35%에 달한다. 이는 또 다른 한국 드라마를 찾게 만드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드라마 기대감 상승 중
'사랑의 불시착'으로 시작된 인기의 바통은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이어졌다. 이들 작품은 아직까지 일본 '넷플릭스' 종합 TOP10을 고수하고 있다. 빠른 리듬감을 베이스 삼아 스릴과 예측불허의 전개를 흥미롭게 펼쳤고, 젊은 세대의 고민과 고충도 투영해 그들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렸다는 평가다. TV도쿄의 한 관계자는 올 초 방영된 드라마 '빈센조'를 예로 들며 "탄탄한 이야기는 물론 차별화된 영상도 좋았다"며 "이 점이 한국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리메이크 작업도 활발하다. 지난 1월 일본 지상파 후지TV에선 '아는 와이프(2018)'의 일본판이 방영됐다. 프라임 타임인 매주 목요일 10시에 편성돼 7~8%의 안정적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4월엔 드라마 '방법'이 후지TV에 판매돼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기도 했다. 또 일본 지상파 니폰TV(NTV)는 '보이스'의 리메이크판인 '보이스 110 긴급지령실' 시즌2를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도쿄 시부야에선 지난 10일부터 일본 민영방송 TV 아사히와 공동으로 '스튜디오드래곤 한류드라마전(展)'을 오는 8월28일까지 개최한다. 앞서 상반기에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4개 지역에서 '사랑의 불시착' 전시회가 열렸고, 관람객 9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타트업' '청춘수업' '빈센조' 등을 연이어 흥행시킨 한국의 대표적인 제작사다.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IP사업국 유봉열 국장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넘어 드라마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에도 큰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팬들이 드라마 콘텐츠를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전시 등 IP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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