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자연경관·풍성한 문화콘텐츠…사계절 눈과 귀가 즐겁다
비슬산 참꽃문화제 전국 상춘객 몰려
얼음축제·소싸움대회도 쏠쏠한 재미
100대 피아노콘서트 실험무대 돋보여
주민 주도 마을축제도 곳곳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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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현대미술제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들이 달성 강정보 디아크와 광장 일원에 전시돼 있다.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대구현대미술제는 시민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
축제는 개인 또는 집단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祝祭(축제)란 한자에서도 어원이 종교 의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축제는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변모했다. 본래의 의미를 뛰어넘어 문화적·경제적인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지역만의 독창적인 축제는 그 도시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 된다. 또한 축제는 화합과 소통의 장(場)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성별이나 나이·출신을 떠나 참가자를 하나로 만드는 힘, 바로 축제가 가진 문화적 포용성이다. 이는 대구 달성군이 꿈꾸는 문화도시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9편에서는 달성의 또 다른 문화자산인 축제에 대해 살펴본다.
#1. 사계절 내내 특색있는 축제의 행렬
달성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행사가 배턴을 이어가며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비롯해 옥포 벚꽃축제, 전국민속소싸움 달성대회, 비슬산 얼음축제 등 주제도 갖가지다.
달성의 자연을 활용한 축제 중 대표적인 행사가 참꽃문화제다. 비슬산 정상에는 참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규모만 99만1천735㎡(30만평)에 달한다. 봄이면 참꽃이 만개해 진분홍의 화원을 만들어낸다. 해마다 참꽃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춘객이 몰려든다. 참꽃문화제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다. 단순히 참꽃을 보는 데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각종 체험도 가능하다.행사 기간 산신제를 시작으로 축하 공연, 생활예술페스티벌, 참꽃가요제, 반딧불이 버스킹, 참꽃 시화전이 열리고 각종체험 부스와 포토존도 운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가 취소됐지만 참꽃의 아름다운 자태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참꽃문화제와 함께 비슬산 얼음축제도 역사가 꽤 오래됐다. 1998년 비슬산 자연휴양림 야영장 계곡에 얼음 동산을 조성하면서 축제가 태동했다. 매년 길이 200m, 넓이 20m, 두께 2~5m의 빙벽을 만들고 얼음 동굴과 이글루, 얼음 미끄럼틀, 얼음 썰매장을 조성해 관람객을 맞이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겨울축제다. 빙어 잡이, 군고구마·군밤 굽기,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도 직접 해볼 수 있다. 다양한 테마의 얼음 조각 작품과 오색 투광등, LED 조명도 설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비슬산 얼음축제는 영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축제도 있다. 바로 전국 민속 소싸움 달성대회다. 매년 전국의 싸움소 150~200여 두가 참가해 달성에서 박진감 넘치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뿔을 걸어서 회전하거나 누르는 뿔걸이 공격부터 밀치기, 머리치기, 들치기 등 화려한 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싸움 축제는 우리 민족의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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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유입된 역사적 사실을 예술·문화 콘텐츠로 풀어낸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 |
#2. 달성만의 독창적인 문화예술 콘텐츠
달성만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로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있다.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유입된 것에서 착안해 매년 낙동강변에서 대규모 피아노 공연을 한다. 2012년 첫 콘서트 당시 풍류 아티스트 임동창과 99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아리랑'을 장엄하게 연주한 피날레 공연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에도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클래식과 재즈, 국악의 만남 등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제로 성장했다. 또 2017년 10월 대구시가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예술공연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공연 예술의 영역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준 높은 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문화 접근성도 높이고 있다. 또 달성을 음악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면서 문화도시 조성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사문진 나루터는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대구현대미술제도 달성의 독특한 문화예술 축제다. 특히 대구현대미술제는 주민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예술문화 저변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0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예술을 담다, 달성을 품다(Then-Now-Forever)'의 주제로 오는 3일부터 10월3일까지 강정보 디아크 및 광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지친 주민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27개팀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다. '예술, 자연, 인간'을 키워드로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소통과 공감, 또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다룬 작품들을 선보인다. 강정보 디아크 광장에 별도로 전시동을 마련해 특별전도 진행한다. △10주년 아카이브전 △대구예아람학교 사방신 프로젝트전 △달천예술창작공간 제1기 입주작가전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관람객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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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춘객이 몰려든다. 비슬산 정상 참꽃 군락지의 규모는 30만평에 달한다. |
#3. 동네 곳곳마다 마을축제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운영하는 축제도 즐비하다. 주민 주도형 축제는 달성이 추구하는 문화도시와도 맥을 같이한다.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모여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원탁회의나 시민대화모임에서 마을축제를 준비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이런 마을축제는 운영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이들도 한 울타리 안에 모이게 함으로써 또 다른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끔 한다.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하나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형성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6월25~26일 진행된 하빈 PMZ 평화축제도 마찬가지다. 낙동강연잎마을협동조합과 봉촌리 부녀회 및 주민, 지역작가 10인 등이 힘을 합쳐 축제를 준비했다. 평화축제는 연근막걸리, 연근피자, 아로마테라피 손소독제·스킨·크림·샴푸 만들기를 비롯해 낙동강 야외음악회와 버스킹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가족단위 방문객의 호응이 높았다. 소란스럽지 않고 축제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점은 작은 축제만의 즐거움이자 장점이다. 이런 즐거운 기억은 작은 축제가 명맥을 유지하는 힘으로 상호 작용한다.
주민 주도형 축제 중 다사읍 주민들이 주체가 된 '다사선유문화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선유문화축제는 고운 최치원, 고려 태조 왕건, 임하 정사철, 낙재 서사원 등 수많은 선인들이 유람하고 쉬어갔던 다사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축제다. 각종 문화공연을 비롯해 문산월주 시낭송회, 달빛걷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주민이 직접 기획해 더욱 의미 있는 행사였다. 코로나로 인해 2019년 첫 행사 이후 축제가 중단됐지만 달성의 대표적인 주민 주도형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달성에는 화원 설화리·성산리, 현풍 성하리, 옥포 간경리·반송리, 구지 창리, 가창 단산리 등 정월대보름날 당산제(동제, 동신제)를 진행하는 곳도 남아있다. 당산제는 수호신인 당산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의례이자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 지역 공동체 유대를 강화하고,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부분에서 전통적인 문화축제로 볼 수 있다.
달성군도 매년 정월대보름 달맞이 문화제를 열고 있다. 읍면 대항 윷놀이대회, 읍면 대표 노래자랑, 기원제, 축하공연, 달집태우기, 불꽃놀이, 연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달성군민체육대회를 비롯해 지역별 체육대회, 전통시장 축제 등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마을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축제들은 지역만의 고유하고 특색있는 문화 콘텐츠로 달성이 문화도시로 변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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