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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눈으로 보는 G2] 중국 '인구 소국'을 설계하라

2021-09-06 16:05

중국 사회가 위기에 직면했다. 브레이크 없이 과속 페달을 밟던 중국 경제열차가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면 2050년 무렵에는 지금보다 1억7천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인구감소 위기에 놓인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14억4천만명에서 12억7천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호들갑 떠는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마오쩌둥의 신(新)중국 등장 이후 70년 만에 미국과 견주는 G2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인구였기 때문이다.

물론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인구 억제를 위해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저출산을 강제한 시기도 있었지만, 15억에 가까운(2021년 기준 14억4421만 6102명) 인구 대국이 된 덕분에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 세계의 금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인구(人口)가 인수(人手), 즉 노동력이라는 인식 전환을 통해 다산정책을 고집한 마오쩌둥의 선견지명 결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구억제 정책 시행 4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한 가정 세 자녀’를 명문화하는 ‘인구 및 가족계획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8월20일 중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출산율 하락 등 인구절벽 상황에 대응하는 동 법안의 개정안을 확정했다.

중국정부가 인구감소의 위험을 감지하고 실제 정책화한 것은 이보다 앞선 2016년이었다. 당시 ‘한 가정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유는 중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이 출산율 저하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유사하다.

우선 중국에서도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고교 졸업 후 직장을 갖게 되면 바로 결혼했지만 최근에는 대학 진학이 많아지면서 결혼 시기가 최소 4년 이상 늦춰졌다.

아예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도 많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 탓도 있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 영향도 크다. 그 외 높은 이혼율이나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지도층 자녀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선 결혼은 하되 아이를 갖지 않는 '딩커주(丁克族 - Double Income, No Kids를 뜻하는 딩크족)'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사회의 저출산 현상 이면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경제적인 문제다. 먼저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 지방에 따라서는 결혼지참금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결혼생활에서 필수조건인 주택마련도 문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도시지역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가 대학졸업 후 도시외곽 쪽방촌에 모여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을 '마이족(개미족)'이라 한다. 도농격차나 빈부격차를 극복하고 일상적인 가정을 꾸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결혼기피의 실제적인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맞벌이 부부가 당면하는 영유아 양육 문제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실제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과거 사회주의 시스템에서는 자녀양육과 교육이 사회적 지원으로 이뤄졌지만, 현재 중국에는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영유아부터 대학졸업까지 자녀 교육비 부담이 너무나 과중하다. 비싼 사교육과 입시지옥을 거쳐야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최근 시진핑이 사교육 근절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교육이 이미 출세의 필수 경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각 가정은 자녀교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젊은 부부는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참으로 재미있는 중국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산을 억제하려고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강제하면서 벌금을 부과하고, 직장에도 불이익을 줬다. 독생자녀 가정에는 지원금까지 지급했다. 그러던 중국이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예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의 말을 빌리면 중국이 합계출산율 2.1명을 유지하려면 GDP의 10%가 필요하다. 중국 GDP가 101조5985억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10조 위안(한화 1800조원)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3명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가 존립을 위협할 수준으로 장래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평균수명 연장으로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4억명 더 늘게 되는데, 그만큼 부양해야 할 인구수가 늘어나 미래세대 1인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가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이유다.

다급해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출산장려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인구 123만 명인 쓰촨성 판즈화시의 경우 둘째와 셋째 아이에게 매월 500위안(한화 9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도시에서는 셋째 아이에게 월 3000∼5000위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구의 장기적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선 포용적인 보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재정, 조세, 보험, 교육, 주택, 고용, 의료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중국정부가 당분간 고도성장보다는 안정적 성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진핑정부의 말대로 모든 중국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공동부유’에 도달하려면 사회가 유지될 정도의 출산율은 유지돼야겠지만 굳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중국정부는 인구에 대한 욕심이 남은 것 같다. 출산을 아직도 정치적, 정책적 손익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또 한번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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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을 막지 못한다면 억지로 출생률을 높이려 하지 말고 '인구가 줄어든 중국'을 설계해야 한다.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줄어들어 지구촌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중국인도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2003~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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