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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정책 기본계획'조차 없는 대구시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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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통계청 발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2019년 근로소득은 2016년보다 겨우 1.5% 늘었다. 전국 최저 증가율이었다. 금액 자체도 광역시 중에 가장 적었다. 고용노동부의 시도별 임금 근로시간 조사 결과로도 대구는 제주를 빼면 늘 월급여가 제일 적다.

서울 노동자가 100만원을 받을 때 대구 노동자는 78만원밖에 못 받는다. 반면에 근로일수는 대개 전국 일등이다. 작년에는 근로일수가 줄었지만 코로나 피해 탓이었다. 대구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대명사다. 그래도 고용노동부 집계상 최근 15년간 노사분규 건수는 대구가 전국 평균을 밑돈다.

2019년에 대구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4만6천명이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2019년 대구 임금근로자가 89만 명이라 하면 조직률은 5%를 겨우 넘는다. 전국 12.5%의 절반도 안 된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보다 조합원이 많지만 대구는 한국노총이 훨씬 많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체념하고 포기하는 법부터 배운다.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버겁다. 최근에는 노사평화의 전당이 준공되었다. 그 노사평화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실상 강요된 말로만 그런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진짜 노사평화를 원한다면 대구시 노동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작년에 공개한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조사 결과는 그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구는 지역 노동정책의 근간인 '노동정책 기본계획'조차 없는 몇 안 되는 곳에 속한다. 노동행정 전담 인력과 중간지원 조직도 부족하다. 전국 100여 곳에서 시행되는 생활임금제 역시 대구에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

한국게이츠 같은 장기분쟁사업장에 대한 대책도 없다. 타시도에 있는 고용상 차별행위 금지 조례, 노동권보장 교육지원 조례,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비정규직과 돌봄노동자 지원을 위한 조례, 산업안전의 기본인 노동안전보건조례, 노동자건강증진조례 등도 제정되지 않았다.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는 노동조사관도, 취약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권익보호관도 없다.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전담 부서마저 없다. 서울의 공공기관 노동자 이사제는 꿈도 못 꾼다. 2017년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해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사례는 지자체 가운데 대구가 유일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리처드 프리맨은 노동 보호를 강화하면 경제성장은 나빠지지 않고, 불평등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프리맨 가설'은 이후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경제를 핑계로 노동의 희생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진실을 가리는 주장이다. 보수의 첨병이던 국제기구들도 포용 성장과 정의로운 전환을 논의하는 시대다. 즉 공정이 화두인 시대다.

대구의 노동자들도 공정한 세상을 소망한다. 절실하다. 왜냐하면 일터에서 재해로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해고의 위협이 죽음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노동권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규범에 근거한 기본권이다. 대구시는 더는 현장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외면 말고 노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변화를 개시해야 한다.

대구시와 민주노조운동이 함께 숙의와 조정의 과정을 거치며 내년부터 5년간 적용될 '제1차 대구광역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첫걸음일 수 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으로 시작될 대구의 제대로 된 변화를 소망한다.

나원준(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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