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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기획] 뒤늦게 찾은 읽고 쓰는 기쁨 '文解' "한글 배우니 새롭게 눈 뜬 기분이네요"

2021-09-15

■9월 문해의 달에 만난 사람들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서 대구시장상을 수상한 김화자씨
대구평생학습진흥원장상을 수상한 이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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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가 '수요기획'을 시작합니다. 한 주의 반환점에서 대구와 경북지역의 이슈를 차분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점검하겠습니다. 특별한 주제는 없습니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굵직한 현안부터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칫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일도 가벼이 넘어가지 않고 꼼꼼하게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뉴스 너머'를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9월은 문해(文解)의 달이다. 문해는 문자를 읽고 쓰는 일 혹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해의 날(9월8일)을 공식 지정한 유네스코(UNESCO)는 문해를 이해·해석·창작·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광복 후 한국의 문맹률은 극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문자를 읽고 쓰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 1'에 해당하는 인구는 200만명 이상이다. 대구의 경우 문해교육 잠재 수요자가 24만9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을 위해 성인문해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에서 뒤늦게 읽고 쓰는 기쁨을 찾은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 김화자씨
수성평생학습관서 3년 노력한 끝 시화 작품 완성
"70세 넘게 글 모르고 살아…80세 넘어도 배울 것"

대구시장상을 받은 김화자(78)씨는 "70이 넘도록 글을 모르고 살았다. 한글을 배우고 새롭게 눈을 뜬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씨는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글을 깨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았다. 다행히 자상한 남편을 만나 불편함 없이 생활했으나, 몇 해 전 사별한 이후 글을 모르는 서러움은 더 커졌다.

"시골에서 태어나 형제도 많았고 부모님은 '공부시켜서 뭐하냐'고 하셨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남편은 글도 잘 알아서 그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는데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뒤늦게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김씨는 수성평생학습관에서 글을 배웠다. 익히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배움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3년을 노력한 끝에 시화 작품도 완성할 수 있었다. 작품명은 '천생연분'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한글을 익히고 쓰며 남은 생을 살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김씨는 "이름 석 자도 못 적던 제가 이만큼 할 수 있는 건 전부 세심하게 가르쳐준 선생님들 덕이다. 너무 감사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80이 넘어서도 계속 글을 쓰며 노력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면서 "수상자가 되고 아직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았다. 손주들에게 얼른 가서 자랑하고 싶다"며 미소를 보였다.

■ 이영희씨
가족들 지지로 시작…매일 꾸준히 글 공부
"내 인생이야기 글로 남길 수 있어 행복해요"

대구평생학습진흥원장상을 수상한 이영희(70)씨는 "예전에는 은행을 가는 것도 망설였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어려움 없이 일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아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가족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교육기관에) 등록을 하고도 처음에는 수업을 나가지 않았다. 그때 남편과 아이들이 (공부를)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에 1~2시간씩 꾸준히 공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무엇보다 시도 쓰고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다."

현재 대구에는 총 59개소의 성인문해교육 기관이 운영 중이다. 대구시는 문해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 축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배움에는 때가 없고 늦은 나이도 없다. 배움을 가로막는 게 단 하나 있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뿐일 것"이라며 "배우고, 익히고 그래서 행복해지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지속적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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