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케네디·닉슨이 효시
안방서 후보 평가…선거혁신
능력과 정책·인성 검증 가능
내년 대선 간발의 승부 예상
토론승자 청와대 입성 유력
논설위원 |
TV토론의 효시는 1960년 대선에서 맞붙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토론이다. 신언서판이 다 되는 케네디는 수려한 비주얼과 조리 있는 언변으로 닉슨을 압도했다. 케네디의 연출은 정교했다. 스타일리시한 머리 모양, 검은 양복, 태닝한 얼굴로 젊음을 어필했다. 1960년은 미국 중산층 가정에 TV가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 당연히 대선 TV토론은 전 미국인의 핫이슈였다. 부동산 4채를 보유해 SH공사 사장 후보에서 낙마한 김현아 전 의원이 "시대적 특혜였다"고 했는데, 케네디야말로 '시대적 특혜'를 한껏 누린 인물이다. TV토론 후 케네디의 지명도와 인기는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우리나라에서 대선 TV토론이 본격 도입된 건 1997년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일합 승부를 벌일 때였다. 그전엔 주로 군중 세몰이에 캠프의 화력을 집중했다. 유세장에 동원된 군중 수가 선거 판세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곤 했다. 하지만 '광장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 선거였다. 군중 동원을 위한 금품 살포가 다반사였고, 후보의 정책을 검증할 기회도 마땅찮았다.
TV토론은 선거의 혁신을 이뤄냈다. 안방에서 정견을 듣고 후보들의 자질과 국가비전을 비교·평가할 수 있어서다. TV토론 몇 번이면 후보의 능력과 정책 기조, 경제식견이 고스란히 노정된다. 무식도 들통 나기 십상이다. 심지어 후보의 어휘력과 인성까지 드러난다. 'meta-message' 전달이 가능한 까닭이다. TV토론의 순기능이다.
이제 국민의힘 TV토론의 시간이 왔다. 2차 경선에서만 여섯 번의 토론회가 열린다. 3강은 이미 확정된 거나 진배없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5룡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다. TV토론 강자가 4강 컷오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흥행'에선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유리하다. 톱2의 박빙 승부인 데다 고발 사주 의혹, 박근혜 탄핵 책임 등 후보의 흑역사를 소환할 쟁점이 많다. 윤석열이란 거물 신인의 등장도 시청자를 흡인하는 자력(磁力)이다.
빅2는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 경선 1차 토론회에서 격돌했다. 홍준표 후보는 공세적, 윤석열 후보는 수비적 자세였다. 홍 후보는 조국 가족을 과잉 수사했다며 윤 후보를 공격하다 스텝이 꼬였다. 토론회에서 발화된 논점이 급기야 장외로까지 번졌다. "'무야홍'이 아닌 '조국수홍'" "1가구 1범죄 논리". 당내외에서 반발이 쏟아지자 홍 후보는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제 생각을 바꾸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토론만큼은 유승민 후보가 독보적이었다. '토론의 교수'란 별칭답게 논리 전개와 토론기술이 돋보였다. 매너도 깔끔했다. 상대가 답변할 때마다 말을 끊는 후보와 대조됐다. 2~8위 후보의 순위도 매겼지만 차마 공개하진 못한다. 그랬다간 자칫 돌멩이 맞을지 모른다.
8인 토론은 아무래도 집중도가 떨어진다. 후보의 실력과 지식의 뎁스(depth)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TV토론의 진수는 2인 맞짱 토론이다. 2인의 제약 없는 공방이 진짜 토론배틀이다. 민주·공화 양강 구도의 미국 대선 본선에선 2인 맞짱 토론이 여러 차례 펼쳐진다.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인 만큼 열기가 후끈하다. 2016년 대선 토론에선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격앙한 나머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막말을 날렸다. "이 나쁜 여자야."
2022 대선이 간발(間髮)의 승부라는 건 상수(常數)에 가깝다. 여론조사에 투영된 민의도 그러하다. 토론의 승자가 청와대에 입성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 TV토론이 쫄깃쫄깃한 관전 포인트라는 의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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