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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커뮤니티 시네마…지역 주민·관객이 주체적으로 만든 영화상영회 통해 '시네마 연대'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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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시네마는 낯선 용어지만 새로운 영화문화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커뮤니티(Community)'와 '시네마(Cinema)'가 합쳐진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공동체 상영(관)' 정도로 해석된다. 이 용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용어가 아니다보니 직역하여 공동체 상영(관)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이 용어가 만들어진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독일어로 '코뮤날 키노'라고 하는데 프랑스 68혁명 직후인 1970년대 초 기성세대의 영화에 대한 반감과 영화 형식과 내용을 아우르는 실험 정신으로 탄생한 독일 고유의 영화사조인 '뉴저먼시네마'와 그 궤를 같이한다.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조크가 대표적인 뉴저먼시네마 감독이다.

독일서 시작된 공공상영관 '코뮤날 키노'
'새로운 영화는 새로운 틀안에서' 모토 확산
영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실험적 도전
대학교 강당·마을회관·펍 등 상영회 마련
지역 커뮤니티 사람들에 의해 조직·운영
日 동일본 대지진 때, 시네마 캠페인 연대
공동체가 영화 매개로 펼치는 문화 활동


당시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강렬한 에너지는 '새로운 영화는 새로운 틀 안에서'라는 모토안에서 확산되는데 이는 곧 코뮤날 키노의 설립 모토가 된다. 독일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는 지역 곳곳에 코뮤날 키노(상영관으로서의 커뮤니티 시네마)의 설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코뮤날 키노는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상영관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업영화관들은 코뮤날 키노가 공공의 지원을 받음으로써 시장의 질서를 해친다며 코뮤날 키노를 고발하게 된다. 이 소송은 후에 "코뮤날 키노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공공적인 의의를 갖는다"며 프랑크푸르트 판결(1972년)이라고 불리는 역사적인 판결로 끝이 나게 된다. 재밌는 것은 이 판결 이후 이뤄진 한 연구에서 오히려 코뮤날 키노가 관객의 영화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과 이해를 증진시키고 이것이 상업영화관의 진흥에도 기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독일 코뮤날 키노의 역사는 지금까지 활발히 이어져오고 있으며 현재 코뮤날키노연방협의체에 약 160개의 상영관이 참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뮤날 키노의 내용은 점차 보완되고 발전되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코뮤날 키노의 9가지 원칙을 수립하게 된다. ①영화는 예술이다. ②실험적인 도전 ③영화의 역사가 기록되는 영화관 ④'영화보기'에 대한 교육 ⑤영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 ⑥모두를 위한 커뮤니티 ⑦관객 참여적인 공간 ⑧상영 기술 완비 ⑨열정과 전문성의 상영관 등이다.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은 독일 외에 영국·일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시네마 포 올'이라는 기관에서 커뮤니티 시네마 관련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데 전국에 1천500여 개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대부분 대학교 강당, 마을회관, 펍 등에서 이뤄지는 상영회들이다. 영국 커뮤니티 시네마는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며, 지역 커뮤니티에서 지역 커뮤니티 사람들에 의해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조직된 상영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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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가장 직접적으로 소개된 커뮤니티 시네마 사례로는 일본의 경우가 있다. 일본에는 전국에 80여개의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 단체가 있으며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센터가 총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을 함에 있어 그 방향에 대해 설정을 하고 있는데 그건 '일본 커뮤니티 시네마 헌장'에 잘 나와 있다. 헌장은 '영화영상 문화의 풍요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영화 환경의 지역적 격차와 상영작의 획일화를 피하고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넓은 의미에서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중략) 우리는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이 새로운 공공적 상영활동인 커뮤니티 시네마를 통해 지역의 풍부한 영화 환경의 발전을 실현해 나갈 것을 선언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지난 동일본 대지진 때 커뮤니티 시네마 단체들이 '시네마 엘 도호쿠(동북으로 영화를 보내자)'라는 캠페인을 통해 피해지역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영화 활동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헌장에 유사한 맥락의 커뮤니티 시네마를 지향하고 있다. 집약적으로 말하자면 '공동체가 영화를 매개로 펼치는 공공적 문화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언급된 다른 국가에 비해 그리 활성화되어 있진 못하다. 하지만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을 통해 새로운 영화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결국 그 활동주체가 누구이냐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일반시민, 관객, 영화활동가가 주축이다. 이는 기존의 멀티플렉스 중심의 소비문화와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다. 일반시민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영화문화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영화문화의 탄생을 말한다. 참여자의 상상력에 따라 새로운 내용의 영화, 새로운 형태 상영회, 새로운 형태의 영화 커뮤니티 문화가 발생하게 된다. 커뮤니티 시네마가 우리나라에 그 개념이 도입된 지 이제 10여년이 지나고 있다. 아직 많이 미약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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