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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여러분들도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다 집에 돌아왔는데, 문앞부터 나를 반겨주는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하루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의 교감으로 사람들의 기분은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반려동물 치료로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의 기분과 행동을 개선해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 공격성, 불안과 같은 행동과 심리적인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조절하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우울제를 처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약물은 종종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약물 사용 없이 환자의 기분과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이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최근 2021년 미국 플로리다 아틀랜틱 대학교 C. E. Lynn 간호대학의 Bryanna Streit LaRose 교수 연구진이 정신건강간호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진짜 반려동물이 아닌 로봇 반려동물로도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기분, 행동, 인지 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진은 치매 어르신들에게 털이 복실하여 껴안기 좋은 로봇고양이와 지내도록 하고 상태를 관찰하였습니다. 이 로봇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말이나 행동을 하면 반응을 하는 쌍방향 로봇고양이였습니다. 치매 어르신들은 이 고양이가 로봇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을 붙이고 소통하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해진 기간 이후 참가한 치매 어르신들의 상태를 조사한 결과, 로봇고양이와 지내기 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향상되었고, 주의력과 언어능력 역시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치매 우울증 척도 역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를 방지하거나 우울증을 개선하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진짜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교감 역시 같은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치매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약이 아니라 환자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약물복용은 불가피한데, 반려동물 치료는 약물부작용 등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또 비용이 적게 들며, 소통할 수 있는 상대를 제공하는 점에서 매우 환자친화적인 치료법입니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환자 개인맞춤형 반려로봇 혹은 AI 간병인의 등장이 더이상 공상과학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 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따뜻한 기술이 되어 치매환자의 기분과 행동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가족 구성원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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