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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최저임금과 괜찮은 일자리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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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한 해가 저물어간다. 코로나 델타변이가 끝이겠거니 했다. 설마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24개의 그리스 문자를 다 쓰겠어? 우린 아직 네 번째 문자 델타에 머물고 있는데 15번째 문자인 오미크론에 시름이 깊다. 곧 확진자 하루 1만명 발생에 익숙할지도 모른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멈추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고 해가 바뀌면 인상되는 최저 시급에 눈을 흘길지도 모른다.

올해 8천72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내년엔 9천160원이 된다. 월 환산액은 191만4천440원(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8시간 포함), 일급 7만3천280원(하루 8시간 노동 기준)이다. 대구 도심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작은 숙박업체로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던 2013년 최저 시급은 4천880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직원 대부분이 20대 청년이었던 기업의 목표 중 하나는 빨리 자리를 잡아 사회 초년생 직원에게 월 200만원은 주는 것이었다.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긴 했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창출이라는 기업의 가치와 법정 노동 주 40시간 기준도 지켜야 했기에 애초에 근무 시간 연장은 고려 대상은 아니었다.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보다는 더 주려고 애쓰며 멋진 사회적 기업이 되어보려 했다. 당초 예상보다 법정 인상 속도가 빨라 우리의 노력이 좀 덜 빛나 보였다. 그리고 좀 버거웠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을 견디며 경영에 도움이 될까 읽은 책이 있다. 작은 막국수 가게로 시작해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한 주인장이 쓴 책이었다. 저자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던 시기, 직원들의 임금을 올렸던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10년간 위원으로 일하면서 아버지는 늘 강조하셨지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요."

그러니까 존엄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한 장치들 중 하나가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임금의 보장일 것이다. 1999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괜찮은 일자리'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괜찮은' '제대로 된' '적정한' 일자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인간다운 노동 조건 중 하나로서 직접적인 노동 조건은 노동시간, 임금, 휴가 일수, 노동의 내용 등이 인간의 존엄과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위키피디아)

경우에 따라선 주 120시간 일할 수도 있고,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조건에서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느 대선 후보의 주장이 무서웠던 이유는,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임금은 고사하고, 힘들게 마련해 온 최소한의 기준을 우리 사회가 쉽게 포기하게 만들까 두려워서였다. 국가가 무엇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지, 주당 근무시간과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영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와 시간제 노동자들, 즉 사인(私人) 간의 갈등으로 몰아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어쩌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적정' 수준은 없을지도 모른다. 합의를 이끌어내고 제도를 만들고 부드럽게 정착하게 만드는 정치, 그런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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