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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수도관 터뜨리는 한파, 혈관도 터뜨린다

2022-02-08

추울땐 체온유지 위해 심장 더 빨리 뛰지만 혈관은 수축해 부담 증가
혈압 높아져 심혈관·장기 손상…혈전 생성으로 뇌졸중 위험도 커져
겨울엔 새벽운동 삼가고 흉통 생겼다면 병원 방문해 진단 받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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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4일)이 지났지만 바람이 여전히 차다.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봄바람이 불기 전까지 겨울철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겨울철엔 심혈관 질환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짜내는 '엔진' 또는 '펌프'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혈관은 심장과 연결되어 혈액이 이동하는 통로인 '수도관'의 역할을 한다.

겨울철에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엔진'과 '펌프'에 고장이 잦고 '수도관'이 얼어서 막히거나 터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장과 혈관도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

◆고혈압, 추운 겨울 더 주의해야

추운 겨울 날씨에는 혈관이 수축해 좁아지기 때문에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겨울만 되면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심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대동맥의 압력으로 고혈압이 발생하면 심장의 부담이 증가하고, 높은 압력으로 혈관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당장은 증상이 없지만 고혈압은 혈관과 연결된 여러 장기 특히 콩팥, 망막 등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켜 신부전, 망막증을 일으키고 동맥자체의 손상과 염증이 반복되면서 동맥경화와 동맥경화반이 생성되어 뇌졸중, 관상동맥 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철에는 급격하게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고혈압으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라면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는 등 혈압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의사와 상의해 먹고 있던 약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도 빼놓을 수 없는 질환 중 하나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올라갈 때는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증가해야 하는데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발생해 좁아지면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하게 되는 '허혈'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슴 통증이 생기는 것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좁아진 혈관이 갑자기 막히게 되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어 심장 근육의 괴사가 발생하고 심장 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영남대병원 손장원 교수(순환기내과)는 "가슴 한가운데 또는 약간 왼쪽에 조이거나 압박 또는 따가운 양상의 가슴 통증이 운동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악화되고 휴식을 취하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협심증을 의심해야 하며 순환기내과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추운 겨울철에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많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이 더 증가하는 이유는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될 경우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해 심장의 부담이 증가하고 관상동맥 또한 연축(수축)하게 되어 일시적으로 허혈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추운 실외로 나갈 때 심근경색 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겨울에는 새벽운동을 삼가고 가급적이면 기온이 높은 낮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충분히 옷을 껴입고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부정맥과 심부전도 신경 써야

심장은 전기 자극에 의해 수축하고 이완하는데,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자극 이상으로 심장 박동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정상 심장 박동 수는 보통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인데 60회 미만이거나 100회를 넘어설 경우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심장 박동이 60회 미만이면 서맥성 부정맥, 100회 이상이면 빈맥성 부정맥이라고 부른다. 심실이나 심방에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면서 불규칙하게 뛰는 조기 수축과 같은 부정맥도 있다.

가장 흔한 부정맥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에 300회 이상의 전기신호가 발생하면서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잔떨림이 발생하는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혈액이 정체되고 심방 내에 혈전이 생성되면서 뇌졸중의 위험이 5배 증가하고 심박출량이 감소하면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심부전이 잘 발생한다. 심방세동의 발생률이 겨울에 제일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고,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에서 혈전 생성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도 또한 겨울철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신경, 특히 교감신경의 항진이 심방세동 발생을 증가시키는데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심방세동이 더 잘 발생하고, 응고인자의 활성도가 증가해 혈전이 잘 생성되는 것이 뇌졸중의 증가를 일으키는 기전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의 발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고 맥박이 불규칙할 경우 반드시 순환기내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심부전도 신경 써야 한다. 추운 겨울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심장이 더 빨리, 강하게 뛰어야 하는데 심장과 연결된 혈관은 추위에 노출되면 수축해 좁아지고 저항이 증가하게 되면서 심장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펌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해 폐에 물이 차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심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겨울철에 심부전 악화가 잘 발생한다. 심부전으로 치료받고 있는 경우라면 겨울에는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호흡곤란이 악화된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손 교수는 "겨울철에는 여러 원인으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고 악화될 위험이 높다. 그런 만큼 추운 날에는 가정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운동은 새벽보다는 기온이 비교적 높은 낮에 하는 것이 좋고, 항상 옷을 두껍게 입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호흡곤란, 흉통,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경우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손장원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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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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