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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조실 법타스님 "민주화 운동 한 분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지만 불교와 불교 문화 부정하면 안돼"

2022-02-17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하루 앞두고 인터뷰
"국민을 안전하게 데려가는 나룻배 같은 대통령 나와야"

법타스님1
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이 운부암 뒤편 언덕의 고목 앞에서 차기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님 뒤편의 고목은 운부암 창건 당시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다.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영남일보는 지난 14일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하루 앞둔 영천 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을 팔공산자락 운부암에서 만났다. 지난해 은해사 회주에서 산중을 대표하는 어른인 조실로 추대된 법타스님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배려하고 살자. 코로나19 펜데믹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임인년 새해를 맞아 불자와 지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안거 기간 수행에 정진하며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불자와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시절 보다 느슨해졌지만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스님으로서 수행에 철저하려 했다. 나이 먹었다고 안일하게 살면 안된다. 한국인 고질병 중 하나가 조급한 것인데 올해는 모두 느긋해졌으면 한다. 임인년 호랑이처럼 한 발을 내딛더라도 무겁게 뗐으면 좋겠다. 시류에 휘말려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진중한 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 스님 처럼 선방에 앉아 수행하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자신을 제어하는 것이 인격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뽑으면 될 일인데, 흥분해 편을 가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스님 말씀대로 올해는 큰 선거가 있다. 어떤 정치인이 리더가 돼야 하나?
"만해 스님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좋아한다. 이 시를 나름대로 풀이하면 정치인이 '나룻배', 국민은 '행인'이다. 나룻배는 행인을 안전하게 데려가야 한다. 불교 관점에서 보면 피안의 세계로 중생들을 안내하는 배인 '반야용선'인 셈이다. 충직한 나룻배가 될 정치인이 리더가 됐으면 한다. 또한 출세나 당파의 이익이 아닌 대한민국의 역사를 아우르며 우리의 숙제인 평화통일에 기여 할 인물이 필요하다. 지도자라면 다리를 놓아 만인을 편안하게 하는 '월천공덕'을 베풀며 저울처럼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해 처럼 온 세상을 두루 비추고 하늘 처럼 일체를 덮을 수 있는 덕망을 갖춰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에 실망하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들을 보고 '믿기 어렵다' '너무 무지하다'는 식의 말도 돈다. 유교적 개념이지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했다. 도덕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이 리더가 돼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 매우 경직돼 있다. 스님은 그동안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1997년 북한 사리원에 '금강국수 공장'을 설립하는 등 남북교류에 앞장섰다. 남북관계 개선책이 있다면.
"남북대치 상황을 타개하려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 교류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논의를 진지하게 펼쳐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머리 위에 핵폭탄을 이고 산다. 만약 북한 정권의 권력이 변화가 있게 된다면 어찌 될 지 모르기에 남북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현 정권 역시 집권초기에는 잘 하는 듯 했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예전만 못하다. 우리 국민의 돈으로 지은 개성 남북협력사무소가 무너져 내려도 한 마디도 못했다. 국민 자존심이 상처받았다. 남북관계는 신중해야 하되 힘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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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이 운부암 선방에 정좌해 있다. 스님은 불자와 지역민들에게 시류에 휘말리지 말고 진중한 생활을 이어가길 당부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최근 몇몇 정치인의 불교 비하 발언이 불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여 년 만에 '전국승려대회'가 열렸으니… .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중 2천년 역사의 배경은 불교다. 대한민국이 문명국이라는 저력의 바탕에 불교와 불교 문화유산이 있다. 몇몇 정치인들에게 불교계는 표도 안되고 돈도 안되는 곳으로 인식된 듯 하다. 불교계를 향해 막말을 내뱉는 정치인들은 이제 정리되어야 한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교와 불교 문화를 부정하면 안된다."

-산중 어른인 은해사 조실로서 향후 계획은.
"은해사에서 가장 높은 어른으로서 은해사를 절다운 절로 만들고, 스님다운 은해사 스님들이 되는데 앞장서겠다. 개인적으로 젊어서 온갖 소임을 다 맡아봤다. 축적된 경험을 후배들에게 잘 전해주려 한다. 또 하나는 죽는 날까지 통일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은해사를 비롯한 말사들이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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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이 자신의 통일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법타스님은 1989년 이후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코로나19로 지역민 삶 여전히 어렵다.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태어났으면 죽고, 만들어졌으면 부서지고, 현상이 생겼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빨리 해결되지 않아 답답한 것도 우리의 조급증 때문이다. 때론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하고 박수도 쳐줬으면 한다. 어려울 때일 수록 이기주의자가 되기 쉽다. 절 안에 있으면서도 매일 마스크 쓰기에 열심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살아가자."

충북 청주 출생인 법타스님은 1965년 속리산 법주사에서 추담(秋潭) 대종사를 은사로 득도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동대학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은해사 주지, 동국대 정각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법타스님은 1989년 평양축전 참여 후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누구보다 남북교류에 앞장서 왔다. 심지어 스님의 휴대폰 컬러링 조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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